[프라임경제] "우리는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해서 위험에 처하게 된다." - 마크 트웨인
여객운송사들의 허술한 안전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는 운송교통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 그도 그럴 것이 근래 발생한 일련의 악재들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예방활동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 19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사이판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이륙 1시간 후쯤 조종석 모니터에 '엔진오일 필터 이상'이라는 경고메시지가 들어왔다.
이 경우 운항 규정에 따르면 인근 공항(일본 후쿠오카)으로 회항해야 했지만, 아시아나항공 통제실은 이상이 없다며 4시간을 더 비행한 뒤 사이판에 도착했다. 그러나 도착 후 점검 결과 왼쪽 엔진오일 필터 주변에 기준치가 훨씬 넘는 쇳가루가 발견돼 해당 엔진을 교체했다.
당시 여객기에는 200명이 넘는 승객들이 탑승해 있었음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무리한 운항은 안전불감증의 전형적인 사례로 거론해도 무방할 정도다.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면 조치를 먼저 취하는 게 마땅한 순서가 아니었을까?
여기서 참작해야 할 것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항상 수많은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다. 한 번의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29건의 작은 사고들이 있고, 또 그 작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비슷한 원인에서 비롯되는 300번의 사소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이는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불구,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이런 가운데 더 큰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경고등이 꺼져 계속 운항했다'고 허위보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대참사를 두 눈으로 보고도 안전규정을 무시하고 여객기를 운항한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의 이러한 태도는 세월호처럼 승객의 생명이나 안전보다 회항에 따른 손실을 고려해 운항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현재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의 규정 위반을 항공법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가 취할 수 있는 처분은 기껏해야 조종사 자격정지 30일에 항공기 운항 정지 7일, 과징금 1000만원 정도다.
수백명의 승객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행위치고는 너무 관대할 뿐 아니라 엄정하다고 보기에도 낯간지러울 수준이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천만한 비행이었지만 이에 대한 처벌치고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