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CJ그룹 3탄 후계구도에 대해 살펴본다.
CJ그룹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모태기업으로 1953년 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제지, 제당, 제약 가운데 가장 유망하다고 판단한 제당사업에 뛰어들며 초석을 다졌다. 이후 CJ그룹은 창립기와 도약기를 거쳐 종합식품회사로 성장, 이를 발판 삼아 첨단기술 개발과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독자적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식품&식품서비스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신유통의 4대 핵심사업군을 구축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CJ그룹은 지난해 초 역풍을 맞았다. 수천억원 상당 비자금 조성과 세금 탈루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과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된 것.
◆잘 나가던 CJ그룹, 잠시 숨고르기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 결과 지난 7월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12월 1심 재판이 시작됐다. CJ그룹의 성장기였던 1990년대 중·후반 이 회장이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 운영하면서 546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회삿돈 963억원을 횡령해 569억원의 배임 범죄를 저지른 혐의다.
![]() |
||
| 이재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진행으로 경영 공백이 느껴지지만 아직 후계구도를 논할 시기는 아니라는 게 CJ그룹의 입장이다. 사진은 CJ그룹 본사 사옥. ⓒ CJ | ||
재판 진행 도중 신장 이식수술을 받는 등 건강에도 문제가 생긴 이 회장의 공백으로 CJ그룹은 '전략기획 협의체' 신설, '그룹경영위원회' 운영 등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CJ그룹의 후계구도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 회장의 두 자녀가 경영 수업에 한창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 회장의 1남1녀는 현재 CJ그룹 계열사에 몸담고 있다. 그러나 두 자녀의 나이가 아직 어린 만큼 후계구도에 대해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CJ 측의 설명이다.
CJ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의 외아들 선호(24)씨는 지난해 6월 지주사에 입사했다. 입사 이후 상반기 공채 신입사원들과 함께 연수를 받고, 현재 제일제당 영업지점에서 근무 중이다.
이 회장의 장녀 경후(29)씨는 2011년 CJ에듀케이션즈 마케팅 담당 대리로 입사했고, 지난해 3월 과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CJ오쇼핑 언더웨어 상품기획 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렇듯 이 회장의 두 자녀가 CJ그룹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그룹 전면에 나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아직 두 자녀의 나이가 어리고 과거 이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차근차근 절차를 밟으며 경험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이 회장도 제일제당의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력을 쌓았다. 삼성가 3세 중 유일한 '국내파' 출신인 이 회장은 유학 경험이 없는 대신 평사원으로 입사에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재벌 2세가 학업을 마친 후 자사의 중견 간부나 임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비록 기간은 짧았지만 평사원, 대리, 과장을 거쳐 회장 직에 오른 자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녀들 역시 그런 과정을 거치길 바란다는 것. 때문에 현재 두 자녀의 계열사 근무를 넓은 의미의 경영 수업으로 보는 시각은 가능하지만 본격적인 후계구도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계열사 지분 보유 살폈더니 윤곽은 보이지만…
두 자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살펴보면 차후 후계구도에 대한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난다. 이 회장이 전체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한 상황에서 경후씨는 식품, 선호씨는 미디에 계열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13년 12월31일 기준 공시를 보면 경후씨는 CJ제일제당과 CJ E&M 지분을 각각 0.15%, 0.27% 보유했으나 선호씨는 CJ E&M 지분 0.68%를 갖고 있어 표면적으로 계열사 지분 보유율은 선호씨가 높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주사인 CJ의 지분은 장녀인 경후씨만 0.13% 보유 중이다.
![]() |
||
| 이재현 CJ그룹 회장. ⓒ CJ | ||
그룹 3세 경영 역시 동생인 이재현 회장이 CJ그룹을 맡아 성장시키고 누나 이미경 CJ E&M 부회장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주도하는 구조로 남매가 경영을 분담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의 자녀 역시 평소 사이가 원만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4세 경영 역시 각자 '책임 경영'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러나 이와 관련 CJ그룹 측은 아직 4세의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들어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아직 후계구도에 대해 논할 상황은 아닌것 같다"고 일축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회장님이 그랬던 것처럼 두 자녀분들도 사원, 대리, 과장 등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