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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업체 공세·히트제품 부재, 절대강자 지위 위태로운 농심

장수제품 믿고 안주경영…예전 같지 않은 시장영향력에도 사업의존도 여전

조민경 기자 기자  2014.04.29 14: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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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더 이상 오를 데 없는 1위보다 2위가 낫다.'

2위는 1위를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뛰어넘을 경쟁상대가 없는 1위의 경우 후발주자와 달리 가시화할 목표설정과 새 기록 달성이 어려움을 빗댄 말이다. 이는 최근 라면업계를 두고도 사용할 수 있다. 라면업계 '절대강자' 농심이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사이 후발업체들이 잇따라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농심의 아성을 위협하는 것.

농심은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활동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경쟁업체들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1985년 삼양식품을 제치고 라면시장 1위에 오른 농심은 이후 지금까지 1위 자리를 줄곧 수성해왔다. 최대 시장점유율은 무려 75%에 육박해 라면업계에선 단연 독보적인 존재였다. 

이랬던 농심이지만 최근 몇 년 새 후발·경쟁업체들의 공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2010년 70.7%에 이르던 라면시장 점유율은 2011년 68.1%로 떨어졌고 2012년에는 65.4%까지 하락한 뒤 아직까지 70%대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후발주자 오뚜기·삼양식품 점유율 상승세

이 기간 라면시장에서는 각각 '진라면'과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오뚜기와 삼양식품이 인기를 주도했다.

진라면은 오뚜기가 1988년 선보인 대표 장수제품이지만, 소비자 입맛에 맞게 지속적인 변화를 주고 건강 트렌드에 맞춰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등 품질을 개선하며 최근 들어 더욱 인기몰이 중이다. 여기에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 선수를 CF 모델로 기용한 것도 인기에 힘을 실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이 각각 '진라면'과 '불닭볶음면'으로 라면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 각 사  
오뚜기와 삼양식품이 각각 '진라면'과 '불닭볶음면'으로 라면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 각 사
진라면은 지난해 직전년 대비 35%의 성장세를 나타냈으며, 올해 1분기 판매량도 전년동기와 비교해 20%가량 늘었다. 오뚜기의 라면시장 점유율도 2012년 11.7%에서 지난해 13.5%로 상승했다.

오뚜기에 라면시장 2위 자리를 내준 삼양식품도 불닭볶음면 열풍을 일으키며 점유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입안이 얼얼할 정도의 매운맛' '중독성 있는 매운 맛'으로 마니아층을 형성, 약 2년 만에 누적판매 1억개를 달성했다. 이 같은 불닭볶음면의 인기열풍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2위 오뚜기와 점유율 격차를 점차 좁히고 있다.

이처럼 후발주자들이 히트제품으로 라면시장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농심은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하는 장수제품 외에 이렇다 할 히트제품을 오랜 기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매출상위 90% 이상 1980~2000년대 제품

지난해 기준 라면시장 매출 상위 20개(TOP20) 제품 중 농심 제품은 절반 이상인 12개나 되지만 이 가운데 2010년 이후 출시된 제품은 '신라면블랙' 단 하나에 불과하다. 나머지 11개는 1980~2000년대에 출시됐다.   

그렇다고 농심이 요즈음 신제품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농심은 경쟁업체 몇 배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2년간 농심이 출시한 라면 신제품만 해도 △진짜진짜 △야채라면 △하모니 △고추비빔면 △메밀소바 △찰비빔면 등으로 다양하다.

   농심이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지만 장수제품 외에 별다른 히트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출시된 '태풍냉면'. ⓒ 농심  
농심이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지만 장수제품 외에 별다른 히트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출시된 '태풍냉면'. ⓒ 농심
그러나 이들 제품 대다수는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지 못했으며, 출시한 해는 물론 이듬해에도 인기제품 순위에 들지 못했다. 이런 탓에 업계에서는 "농심에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하다" "시장 1위에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농심이 과거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오뚜기와 삼양식품 등 경쟁사의 주요 제품들이 인기몰이를 하며 점유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농심이 아무리 독보적인 1위라지만 안주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정혜승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 3위권 오뚜기와 삼양식품의 농심 점유율 개입이 치열해지고 있어 농심의 점유율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2~3위 업체의 마케팅 경쟁이 강해지는데 반해 농심은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신제품이 나오지 않으면서 점유율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면시장 독보적 입지 흔들…라면사업 의존도는 ↑

농심은 몇 해 전에도 경쟁사들의 위협적인 행보에 시장점유율이 50%대까지 급락했던 경험을 한 바 있다. 

2011년 8월 당시 한국야쿠르트(現 팔도)가 '꼬꼬면'을 출시하며 하얀국물라면 포문을 연데 이어 삼양식품과 오뚜기가 각각 '나가사끼 짬뽕' '기스면'을 내놓으며 시장 변혁을 몰고 왔다. 그러나 농심은 기존 빨간국물라면에만 주력했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그해 12월 시장점유율이 59.5%까지 추락했다. 꼬꼬면 출시 직전 68%의 점유율에서 8% 이상 떨어진 것.

이후 하얀국물라면 인기가 시들해지며 농심의 점유율은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2010년 70.7% △2011년 68.1% △2012년 65.4% △2013년 66.5%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들쭉날쭉한 상황이다.

이처럼 농심의 라면사업 위기의식이 대두되는 와중에도 업체의 라면사업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0년 전체 매출의 66% 수준이던 농심의 내수시장 라면매출은 2011년 66.4%, 2012년에는 69.8%까지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의 74.5%를 라면매출에서 올렸다. 이런 만큼 농심의 라면사업 성장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혜승 연구원은 "농심의 경우 원래 라면 매출비중이 워낙 높은 업체인데다 전체 매출 10%가량을 차지하던 삼다수 공백이 발생하며 그 매출비중이 더욱 커졌다"며 "앞으로도 라면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도 "농심의 시장점유율을 후발업체가 잡아먹고 올라오는 추세로 농심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커피 등 신사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라면사업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데, 어떤 제품으로 사업을 강화하고 경쟁업체들에 대응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