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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산업 '적대적 M&A' 2라운드…투자 방향은?

황귀남씨 지분 2% 추가 매수 "유상증자 계획 차질 불가피"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4.29 11: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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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선풍기 명가(名家)' 신일산업의 경영권 분쟁이 지분 추가 매수와 임시주주총회 소집 제안으로 2라운드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로서 오는 6월 예정됐던 유상증자 계획도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회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황귀남 푸른노무법인 노무사는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 따라 상반기 중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29일 밝혔다.

◆황씨 측 회사지분 2.13% 추가 확보

황씨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정기주총 결과에 불복해 주주제안 등록과 주주명부, 회계장부 열람, 감사 해임 및 신규선임, 유상증자 철회 등을 요구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신일산업 역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경영권 사수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2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황씨 측은 경영권 참여를 이유로 2% 이상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특수관계인 윤모씨가 지난 2월12일과 27일 장내매수를 통해 각각 3만4000주, 16만2360주 등 총 19만6360주, 시가 3억3500여만원 상당을 사들인데 이어 황씨도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88만7990주(18억3200만원 규모)를 매수했다. 우호지분을 포함한 황씨 측 총 지분율은 13.40%로 불어났다.

반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기존 최대주주인 김영 신일산업 회장 지분율은 8.40%(427만8832주), 형제와 부인 등 일가 지분을 모두 합해도 9.90%(504만1720주)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소액주주들의 몫으로 소액주주 비중은 전체의 91.60%(4665만985주)에 달한다.

결국 양측의 분쟁은 소액주주들의 몫을 포함한 지분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황씨 측은 회사가 추진 중인 유상증자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며 공격적으로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회사가 오는 6월 1500만주, 17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관철 시킨 것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신일산업은 당초 지난 2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황씨 등 일부 주주의 반발로 표류해왔다.

회사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해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24일 증권신고서 기재정정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보유한 신주인수권 각 255만주, 76만주를 행사한다면 지분율이 15.2%(약 853만주)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주가차액을 노린 악의적인 투자일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일단 황씨의 지분 취득 과정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것인지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을 아직 밝히기 어렵다"며 "정식 재판절차도 거쳐야 하는데 아직 공판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선량한 개인주주 vs 주가차익 노린 사냥꾼

일각에 따르면 황씨가 신일산업에 관심을 가진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해 초 천안시 입장면 가산리에 약 100억원을 들여 부지 3만3000㎡을 확보했고 신규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그런데 해당 부지를 매각한 모 회사 오너가 황씨의 지인이며 이를 계기로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부지 매각자는 황씨가 지난 주총에서 사내인사로 추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신일산업은 천안 지역에 연고를 둔 황씨가 천안 지역 투자를 기화로 단기차익을 노린 '기업사냥꾼'이라 주장하고 있다. 황씨 측은 이 같은 주장에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기업사냥꾼' 운운은 억지이며 소액주주 입장에서 경영진의 실책을 바로잡고 싶은 것뿐이라는 얘기다.

황씨 측 대리인 A씨는 "천안에서만 20년 동안 기업 활동을 해온 사업가로서 중견기업인 신일산업이 지역 사회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듣고 순수하게 투자한 것"이라며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니 현 경영진은 대다수 소액주주들의 이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먼저 나선 것 뿐"이라고 항변했다.

A씨에 따르면 황씨 측은 지난달부터 두 차례에 걸쳐 금감원에 유상증자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고 금감원은 신일산업의 유상증자 확정일을 연기하도록 연거푸 권고했다. 황씨 측은 이에 대해 금감원이 신일산업 주가가 불안정한만큼 분쟁이 종결된 이후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급등을 이용한 시세차익 논란에도 황씨 측은 목소리를 높였다. 대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신제품 개발과 해외진출을 포함해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A씨는 "일단 지난 22일 공시 이후 자동으로 향후 6개월 동안은 추가 매수한 지분은 자동적으로 처분이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당장 1~2년 보호예수를 약속하는 게 의미 있는 게 아니라 현 경영진이 주주들의 피해를 수수방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불거진 경영권 분쟁에 주가는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29일 코스피시장에서 신일산업은 오전 11시33분 현재 전일대비 4% 가까이 치솟아 22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거래량 역시 전일 240만주가량에 불과했지만 이미 800만주를 돌파,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일산업 주가는 지난 2월10일 장중 1160원을 기록하는 등 줄곧 2000원대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M&A 이슈 이후 주가는 빠르게 올랐고 지난달 17일 장중 2735원까지 급등한 이후 2000원대 초반 선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신일산업은 작고한 김덕현 명예회장이 1959년 창업한 이후 줄곧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해왔다. 1990년대 이후 국내 선풍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굳혔고 지난해 말 기준 30%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에 직격탄을 맞았고 감원과 사옥 매각 등 긴축 경영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오너 지분이 10%대로 쪼그라들었다. 다행히 최근 선풍기와 제습기 시장에서 재기해 지난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202억원으로 2010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고 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