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명차운전석- 폭스바겐 골프GTI

가공할 힘과 뛰어난 경제성 갖춘 '아우토반의 전설'

김정환 기자 기자  2007.03.19 21:46:2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독일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링카 ‘골프GTI’는 벌써 ‘5세대’까지 이어졌다.

지난 1976년 6월에 처음 등장한 1세대 골프GTI는 1.6리터(L) 엔진으로 최고출력 110마력, 최고속도 182km/h의 그 당시로서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며, 독일 아우토반 1차선에서 유수의 스포츠카들과 자웅을 겨뤘다. 그래서 붙게 된 별명이 ‘아우토반의 전설’. 

지난해 2월 골프GTI가 국내에 소개될 때 ‘3도어’ 모델이 먼저 나왔다. 이 차는 뒷문이 없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명성’에 힘입어 출시 2주 만에 매진 사례를 기록했을 인기를 끌었다.

뒤 이어 출시된 것이 바로 ‘4도어’ 모델이다. 3도어에서 뒷자리 승객이 오르내리기 위해 의자를 일일이 접고 펴야 했던 불편이 사라진 차다. 소형차이지만 뒷자리도 여유 있는 편이어서 ‘뒷문만 있으면’하고 아쉬워하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었다. 이에 힘입어 골프GTI는 지난해 모두 323대가 팔렸다. 

폭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기자에게 골프GTI를 타볼 것을 권하면서 “폭스바겐을 이해하려면 꼭타봐야 하는 차”라고 자랑했다.

이 말에 기자는 내심 서운했다. 걸출한 대형세단 ‘페이톤’이나 잘 빠진 중형세단 ‘파사트’, 멋진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투아렉’ 등 좋은 모델들도 즐비한데 소형 해치백 골프 GTI라니…’ 그러면서도 ‘저렇게까지 자랑한다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하는 기자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해 골프GTI와의 만남을 갖기로 했다.

골프GTI(4도어)의 첫 인상은 작고 평범했다. 그래도 18년 전 모교의 한 교수님이 타고 다니시던 구형 모델처럼 단순, 밋밋하지는 않았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앞 범퍼 하단 그릴섹션, 흡기구를 닮은 안개등 거치대 등이 벌집 모양으로 돼 있는 점이 독특했고, 무엇보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붙어 있는 ‘GTI’라는 글자나 빨간색 프레임이 뭔가를 암시하는 듯했다.

   

차에 올랐다. 실내는 외관과 달리 상당히 스포티한 분위기였다. 특히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탑승자의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버킷 시트, 조종하기 편하게 디자인된 두툼하고 입체적인 천연가죽 핸들, 수동모드를 놓고 달릴 때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자유자재로 변속할 수 있도록 하는 패들 시프트, 무광 알루미늄 소재의 기어노브와 각종 패들 등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범상치 않았다.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엑셀에 발을 올렸다. 그러자 골프GTI는 기자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사실에 ‘화풀이’라도 하듯이 포효하며 달려나갔다.

골프GTI엔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자랑하는 여러 고성능 세단과 동일한 ‘고압 직분사 터보엔진’이 장착됐다. 물론 배기량은 그들 보다 분명히 작았다. 하지만 이 차에 얹은 직렬 4기통 가솔린 1984cc 터보 FSI 엔진은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의 28.56kg.m의 가공할 힘을 뿜어냈다. .

이를 바탕으로 골프GTI는 평일 심야시간대 과천-수원 고속화도로를 장악했다. 소형차 중엔 달릴 때 차가 붕 뜨는 것 같아 불안해지는 차들이 많다. 하지만 이 차는 밟을수록 지면에 밀착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편안했다. 이전 모델에 비해 15mm 낮아진 섀시와 뒷부분에 설치된 에어 스포일러가 큰 도움이 됐다.

엑셀을 세게 밟자 금방 시속 160km를 넘어선다. 폭주(暴走)에 일가견이 있는 운전자들이 주로 달리는 시간대답게 골프GTI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들이대는 차들이 역시 많았다.

하지만 이내 다 뒤쳐지고 다른 독일 브랜드의 준중형 세단만이 끝까지 따라붙었다. 패들시프트로 6단 DSG 변속기를 시프트 다운해주면서 엑셀에 힘을 가하자 골프GTI는 시속 200km를 가뿐히 넘어선다. 이 차의 최고 속도는 235㎞/h(속도계는 300km까지 표시). 더 밟을 여지가 충분했다. 그러나 상대 차량 운전자는 이미 질려버렸는지 저 멀리 뒤쳐져 버리고 만다. 제로백이 6.9초인 골프GTI가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증명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공격’ 적으로 도로를 누비기 위해선 역시 ‘방어’가 확실해야 한다. 골프GTI는 이전 모델과 비교해 비틀림 강성을 15%, 휨 강성을 35%나 높였다. 서스펜션은 고속 주행에 적응하기 쉽도록 조금 딱딱하게 세팅했다. 이 같은 빈틈 없는 준비 덕에 이 차는 쭉 뻗은 길에서건, 굽은 길에서건 날렵할 뿐 아니라 안정적이었다.

여기에 ESP(전자식 자세제어 프로그램), 에어백 6개, 액티브 헤드레스트, 바이제논 헤드라이트,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 등 안전장치도 철두철미했다. 유로 NCAP(신차평가프로그램)의 충돌실험에서 받은 최고 안전등급 ‘5-Star’는 안전에 대한 ‘부록’에 불과했다.

골프GTI는 그 이름에 걸맞게 멋진 ‘굿샷’으로 화답했다. 밟는 대로 나가는 탁월한 성능과 1L로 12.0km를 달리는 경제성이 4050만원이란 가격 압박만 누를 수 있다면 ‘홀인원’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