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증권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표류하고 있다. 최근 유력하게 떠올랐던 HMC투자증권과 합병설에 대해 현대차그룹이 22일 '인수를 검토한 적도 없으며 의향도 없다'는 조회공시 답변을 내놓아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일단 23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을 수혈 받은 현대그룹으로서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한숨 돌린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그룹과 매각 자문 계약을 맺고 자금을 지원한 산업은행은 최대한 빨리 현대증권 매각을 마무리지어야할 입장이다.
◆지분 가격 4200억대…'그룹 적통' 명분 값?
23일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보유 지분 22.4% 중14.9%를 신탁회사에 맡기고 신탁회사는 특수목적회사(SPC)에 수익증권을 발행했다. 산업은행은 SPC가 발행한 수익증권을 유동화해 자산담보부대출(ABL) 형식으로 우선 2000억원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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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나온 매각대상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지분 25.9%와 현대증권 자사주 9.83%(이상 보통주)를 더해 총 35.73%다. 24일 종가기준으로 환산하면 각각 3042억원, 1156억원으로 총 4200억원 규모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할 경우 6000억~7000억원 정도에 매각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 금융투자업계에는 현대증권의 새 주인으로 현대차그룹의 HMC투자증권과 현대중공업그룹 산하인 하이투자증권이 자주 거론됐었다. 양 측 모두 말을 아꼈지만 신빙성은 충분했다. 두 곳 모두 모두 범현대 계열이면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라는 국내 대표 기업이 버티고 있다.
특히 정주영 명예회장 작고 전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그룹이 조각난 상황에서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 3곳을 동시에 품는다면 그룹 '적통'이라는 명분이 생긴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길만하다는 얘기다.
◆녹십자생명 인수 해프닝 때와 닮은꼴
업계에서는 여전히 현대차그룹이 현대증권을 품을 가능성을 높게 사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백지신탁 논란에 휘말린 현대중공업에 비해 인수여력이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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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HMC투자증권이 현대증권 인수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으로 '검토한 바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
그해 8월 한국거래소는 '현대차가 녹십자생명을 인수한다'는 설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현대차는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같은 해 10월 그룹 계열사인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커머셜이 나서 녹십자생명 지분 93.6%를 인수했고 '현대라이프'로 이름을 바꿔 그룹에 편입했다.
이를 두고 공시 위반 논란이 불거졌으나 조회공시 대상이 현대차였고 지분 인수에는 다른 계열사가 나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갔다. 이번 HMC투자증권의 조회공시 답변 역시 같은 맥락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인수합병 이슈는 양사 주가에 기대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긍정적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결정되는 순간까지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며 "조회공시에서 부인했다하더라도 번복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