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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할 일 뺏긴 금투협, 벌써부터 선거판 '기웃'

업계-당국 '소통부재' 심각, 협회는 회장 선거만 관심?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4.24 09: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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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위원회가 지난 8일 야심차게 발표한 NCR(Net Capital Ratio·영업용순자본비율) 제도 개선방안 관련 불만이 엉뚱하게도 금융투자협회(회장 박종수·이하 금투협)에게 꽂히고 있다.

개정된 NCR 산법과 규제 완화 내용이 대형사에게는 절대 유리한 반면 중소형증권사로서는 불리한 것을 넘어 사실상 '자진 폐업'을 권고하는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업계 이익단체인 금투협이 자신들을 대변하기는커녕 손가락만 빨고 있다며 분개할 만하다.

NCR이란 영업용순자본비율(Net Capital Ratio)의 약자로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의 유동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은행의 BIS 비율과 비슷한 개념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튼튼한 것으로 본다.

개선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경영개선 권고기준을 기존 NCR 150%에서 100%로 낮추고 계산 방법도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에서 '총위험액을 뺀 영업용순자본 대비 업무단위별 최소자기자본의 비율'로 고쳤다. 결국 자기자본이 많은 대형사의 경우 NCR 비율이 1000%를 훌쩍 넘기는가 하면 자기자본이 적고 보유 위험이 큰 소형사의 경우 최소 400%에서 최대 500% 수준까지 NCR 수치가 급감하는 상황이다.

한 중소형사 A임원은 "결국 자본 싸움이라는 얘기인데 작은 회사들은 사실상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갖고 있는 라이선스 줄줄이 반납하고 사업을 줄이든지, 아니면 간판 떼라는 소리 밖에 더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이럴 때 협회가 우리 편이 돼주면 속이라도 덜 상하겠지만 회비는 꼬박꼬박 챙겨가면서 정작 일 터지면 뒷짐이나 지고 있는 적이 지금까지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실망하기도 지쳤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이번 개선안의 주체인 금융위가 아예 논의 과정에서 금투협을 배제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입장이 명확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금투협의 의견 조율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는 얘기다. 최근 업계에는 ‘금융위가 금투협을 업계 의견을 대변하는 단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다소 자극적인 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는 22일 열린 NCR제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업계와 금융당국의 소통부재가 드러나며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이날 금투협 사옥에서 진행된 공청회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후원을 받아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한 김준송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대표는 "NCR제도 개편안이 발표되는 순간 기뻐야했지만 사실 이해하기 힘들었다"며 "제도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는데 정작 증권사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NCR제도는 각종 인허가와 기관투자자들의 거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 상당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중소형사가 NCR비율을 맞추기 위해 라이선스를 반납하라는 것은 탁상공론에 가깝다"며 "한 업무라도 서로 다른 라이선스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당국 대표로 자리한 이종환 금감원 건전경영팀장은 "오늘 업계와 대화를 통해 많은 숙제를 안게 됐다. 계속 많은 의견을 반영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미 NCR 산법과 규제 비율이 발표된 마당에 당국이 업계의 의견에는 그간 신경 쓰지 않았다는 의문을 품기에 충분하다. 개정안은 내년 시범실시를 거쳐 2016년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결국 금융당국의 '관치'에 업계가 따라야 하는 구태가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금투협의 역할은 단 하나다. 당국과 업계의 가교로서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당장 협회의 관심은 여기서 멀리 떨어져 보인다.

박종수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NCR 제도 철폐"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당국은 이미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는 와중에 그가 이슈를 선점하려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개선안이 발표되자 업계는 '전혀 들은 것이 없다'며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박 회장이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그리고 당국이 업계와 소통부재에 곤혹을 치루는 동안 금투협의 역할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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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오는 12월 예정된 금투협 회장 선거를 두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박종수 회장이 연임에 도전한다는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황건호 전 회장과 임주영 전 KDB대우증권 사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등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벌써 선거캠프를 꾸려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말도 나왔다.

업계의 불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본래의 기능조차 상실하고 있는 금융투자협회가 감투싸움으로 진흙탕에 빠질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