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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보유출 대응책, 의지박약인가 능력부족인가

김경태 기자 기자  2014.04.23 13: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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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대미문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대규모 유출 사건이 쓰나미처럼 들이닥쳐 내성이 강해진 탓일까. 속 시원한 처방은 없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 그냥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2012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2년간 개인정보유출 사례는 약 6400만건으로, 대한민국 국민을 5000만명으로 봤을 때 최소 1번 이상은 피해를 입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야말로 전 국민의 정보가 길거리에 나뒹군 꼴이다. 
 
나라지표 통계 분석 결과를 보더라도, 개인정보 침해는 △2002년 1만7956건 △2003년 1만7777건 △2004년 1만7569건 △2005년 1만8206건 △2006년 2만3333건 △2007년 2만5965건 △2008년 3만9811건 △2009년 3만5167건 △2010년 5만4862건 △2011년 12만2215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이렇듯 개인정보유출 사고는 증가 추세지만 대응 수준은 제자리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대책을 강구해 추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정부당국의 앵무새 같은 다짐은 이제 듣기도 싫다.  
 
올해 초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 3사에서 1억400만여건에 이르는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된 사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는 카드3사 영업정지 3개월과 전 금융사 TM영업 금지조치를 내렸다.  
 
그 결과, 현업에 근무 중인 TM영업 관련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그간 법적 처분을 받은 곳은 고작 정보유출을 한 코리아크레딧뷰(KCB) 직원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벼룩 잡겠다고 초가지붕 태운 격이다. 정부 대처 수준의 한 단면이다. 
 
국민을 대 혼란에 휩싸이게 했던 카드3사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에 대한 후속조치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지난 3월 KT에서 또다시 1200만 고객에 대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터졌다. CJ대한통운에서도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사실 이렇게 나열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 모른다.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기관이나 업체들은 다 털렸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정부는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카드사에 6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KT에는 과징금 1억원을 부과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지만 그 뿐이다. 
 
정부는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법을 강화한답시고 몇 가지 대응책을 내놨다. 오는 8월7일부터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 개정법'에서는 법령에 근거 없는 주민번호 처리를 금지하도록 하고, 주민번호가 분실·도난·유출·변조·훼손된 경우 최고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징수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법규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 대표자 또는 책임 있는 임원을 징계하도록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 정보를 단 한 건이라도 유출시킬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의적 경고를 받게 되고, 5건의 이상 유출이면 문책경고, 50건 이상이면 업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리도록 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정부 대응책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 하지만 빈틈도 보인다. 개인정보유출에 관한 법률은 나름 강화되고 있지만, 개인정보를 유출한 당사자에 대한 처벌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개인정보유출은 기업의 관리허술 보다는 개인이 유출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와 아울러 고객정보 유출 당사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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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스스로도 개인정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안의식을 높여야 하겠지만, 개인이 아무리 조심한단들 개인정보유출을 막을 재간이 없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믿을 수도 없고, 정부를 신뢰하기도 어렵다. 개인정보유출을 막고자하는 의지도 부족해 보이거니와, 막을 능력도 없는 것 같다. 개인정보유출 사건의 측면만 보자면 대한민국은 '대책 없이 열린 나라'처럼 보인다. 대책다운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