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일제히 '고난의 행군'에 돌입했다. 지난 10일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11일 삼성증권이 희망퇴직을 포함한 인력감축안을 발표했고 업계에서는 다른 금융계열사 역시 곧 동참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이른바 '보험왕 리베이트' 파문으로 곤욕을 치렀고 형제 기업인 삼성화재는 비슷한 시기 임원 성추행 논란에 이어 최근 수억원대 횡령 사건 탓에 인력관리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다. 삼성카드의 경우 모그룹의 막강한 후광에도 업계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침체에 접어든 국내 금융투자시장을 고려하면 언제든 구조개혁 칼날이 겨눠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위기의 봄을 맞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극복해야 할 난제들을 짚었다.
시작은 금융계열사 '맏형'인 삼성생명. 이달 10일 삼성생명은 본사 임원 감축과 함께 기존 5본부 4실 체제였던 조직을 '개인영업·전략영업·자산운용본부' 3본부 5실로 축소 개편했다.
◆'맏형' 삼성생명 수익성 떨어지자 첫 희생양
예고됐던 임원 축소 인사는 최근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상무급 임원이 삼성전자, 삼성화재, 섬성생명서비스로 각각 전출됐으며 4명의 전무급과 상무 8명, 12명은 보직에서 제외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명예퇴직 형식으로 퇴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언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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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생명 Ci. | ||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어려운 업황과 성과급을 비롯한 일회성 지출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속 내용은 조금 다르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0년까지 순이익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2008년 1조5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나 지난해는 87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직격타가 된 것은 생보사들이 10여년 전부터 주력 상품으로 판매했던 장기저축보험, 연금보험상품이다. 최근 시중금리가 2% 안팎까지 곤두박질쳤지만 장기저축 상품들이 대부분 6~7%대 고정금리를 약속하는 바람에 역마진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업계 자료를 보면 이 같은 역마진 부담은 분기당 수천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생명보험사는 외부 투자환경 변화에 상당히 민감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며 "보유계약 중에서 역마진을 만드는 계약이 포함돼 있을 경우 금리 상황이 조금만 변해도 역마진 스프레드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원만 날리고 사장 연봉은 그대로?
구조조정 발표 이후 김창수 사장(사진)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취임해 겨우 경영일선에 나선지 넉 달 밖에 안됐지만 내부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의 성과주의적 경영 스타일과 고액 연봉이 불만의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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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생명 | ||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삼성화재 재직 시절 받은 연봉이 18억9000만원 정도인데 아마 삼성생명으로 영전하면서 전임인 박 부회장 수준이나 적어도 원래 받던 정도의 급여를 챙기게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임원들이 10명 이상 자리에서 밀려나고 일반 직원들도 감원될까 떠는 와중에 사장이 수십억원씩 연봉을 받아가는 게 보기 좋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삼성생명은 조직 축소와 임원 인사를 매듭지은 이후 추가 구조조정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임원 인사가 모두 마무리됐고 추가적으로 지침이 내려온 사항이 전혀 없다"며 "일반직원에 대한 인력감축이나 경영진 연봉 삭감 같은 내용은 전혀 전달받은 게 없어 사실 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불거진 '보험왕 리베이트' 파문을 비롯해 소속 직원들의 비위 사건이 연이어 터진 것도 삼성생명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일부 보험설계사가 고액탈세 혐의에 연루된 것과 관련해 삼성생명 내부통제시스템을 집중 점검했고 거액의 리베이트 정황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문제의 설계사가 2006년부터 작년까지 특정 고객에게 과도한 편의를 제공해 물의를 일으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설계사 리베이트는 삼성생명뿐 아니라 다른 보험사에서도 공공연히 벌어지는 일이지만 업계 1위 업체고, 규모가 커 말썽이 더 번졌다"며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내부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게 드러난 만큼 그냥 넘어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형제 계열사인 삼성화재도 다르지 않다. 적정선을 훨씬 웃도는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과 부진한 해외영업 실적은 삼성생명과 비슷한 처지다. 심지어 올해 초 한 임원이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최근에는 모 지점 여성 직원이 고객 돈 4억원 이상을 횡령해 잠적하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나란히 위험한 계절을 지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