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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피해자 보듬는 '아름다운 동행자' 김은혜 교수

구로경찰서와 손잡고 가정폭력피해 상담 "권고 넘어선 제도로 마련돼야"

추민선 기자 기자  2014.04.16 18: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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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아들한테 맞아 죽을 순 없어 이렇게 신고했어요. 애들 아버지도 아들의 잦은 구타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다음 차례가 내가 된 것 같아 무서워 한 순간도 아들과 있고 싶지 않아요. 아들이 알콜중독자 치료병원에 입원 중인데 퇴원 후 다시 함께 살게 될까 너무 두렵습니다."

#2.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은 이불로 멍석말이하듯 저를 말아 위에서 밟습니다. 제 몸무게는 45kg이 채 되지 않는 반면, 남편은 키가 185cm죠. 외상은 없어도 뼈에 금이 가고 부려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술이 깨고 나면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것이라며 사과하지만, 남편이 술 취해 들어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폭행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2010년 7359건 △2011년 6848건 △2012년 8762건 등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재범률이 32%나 돼 반복적인 피해 발생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검거 건수 이면에 가려진 실제 가정폭행은 통계치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여 피해구제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가정폭력 피해 상담 전문가인 김은혜 한영신학대학교 상담학과 교수를 만나 가정폭력 실태와 상담 등 피해구제 진행 상황 등에 대해 들었다. 김 교수는 현재 구로경찰서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동행'을 진행 중이다. 경찰관과 함께 가정폭력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상담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은혜 한영신학대학교 상담학과 교수. = 하영인 기자  
김은혜 한영신학대학교 상담학과 교수. = 하영인 기자

◆"가정폭력 악순환 되풀이" 더 큰 문제

김 교수는 가정폭력의 첫 번째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많은 가정들이 경제적 위기를 맞았고 이로 인해 가정폭력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잠재됐던 불만과 혼란이 자신보다 힘이 약한 배우자나 자녀에 대한 폭행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것.

김 교수의 말을 빌리면 가정폭력의 더 큰 문제는 본인이 받은 피해를 자신보다 약한 이에게 다시 폭행으로 되돌려주는 악순환 구조다.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로 또 다른 피해자를 낳고 있다는 점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폭행 피해를 입더라도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점도 문제입니다. 신고율은 2%가 채 되지 않습니다. 종전에는 제3자로부터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사고현장에 도착하더라도 피해당사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폭행현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감싸는 일도 빈번하다 보니 2차 피해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죠."  

그러나 지난해 박근혜정부가 가정폭력 근절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관련 법안이 마련됐고, 이에 따라 가정폭력 현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원활해졌다. 가정폭력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그간 '쉬쉬' 했던 가정폭력 신고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정폭력 상담은 '일반' 아닌 '특수상담'

현재 가정폭력으로 입건되고 있는 가해자의 연령대는 주로 40~50대. 김 교수가 진행한 피해자 성향 분석을 보면 이들은 상습폭행에 의해 '학습된 무기력'과 정신질환, 신체적 문제를 안고 있다.

또 대부분 피해자들은 폭행에 익숙해져 대처능력이 떨어진 상태로, 폭행자체를 수용하고 있다. 때문에 가정폭력 상담은 피해자들이 자신을 보호 할 수 있는 지침 마련도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특수상담'으로 분류된다.

"가정폭력상담이 폭행 문제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서로 이해하도록 해 각자의 가치관을 바꾸는 데 효과를 보입니다. 자기중심에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 그것이 가정폭력상담의 가장 큰 목적이죠. 대부분 상담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화해과정으로 이어지며 재발 확률도 확연히 줄어듭니다." 

아울러 △피해·가해자 △경찰 △상담사 등 서너 입장의 시각으로 폭행사건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특히 경찰과 공조함으로써 사건 정황의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해결 실마리를 쉽게 잡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사건의 정확한 근거에 의해 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에 가해자는 사건을 부인하지 못하고 피해자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기표현에 적극적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서로의 갈등해소가 쉬워지며, 화해 역시 그 자리에서 이뤄지기도 하죠." 

김 교수는 특히 그림을 통한 상담은 말주변이 부족해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피해자와 아이들에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방법은 상담대상자의 진실성과 무의식 부분이 그림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진실을 알리고 파악하는데 수월한 장점이 있습니다. 남편이 두려워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오히려 피해자 가해자로 뒤바뀐 상황을 그림상담으로 잡아낸 적도 있습니다. 미술심리 그림상담을 이용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심층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피해가정 아이, 내 자식이란 생각으로…" 

현재 구로경찰서와 김 교수는 구로구에서만 지칭하는 '아름다운 동행' 프로그램으로 가정폭력피해자들과, 2차 피해 및 재발방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구로경찰서는 각 동별 40대 이상 덕망 있는 2~3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마니또'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26일 '마니또' 발대식 장면. ⓒ 구로경찰서  
지난달 26일 '마니또' 발대식 장면. ⓒ 구로경찰서

"지난 3월26일 발족한 마니또는 구로경찰서 여성보호계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동 별 전후사정을 잘 알고 있는 여성들로 구성돼 있는데, 범죄 발생 전 사전 연락으로 폭력의 징후가 보이는 가정을 집중 단속하고, 폭력 발행 후 피해여성들을 찾아가 친구가 돼 주며, 그들의 상담사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마니또 역할은 신고 자체가 힘든 아동폭력 문제의 해결차원에서 효과가 기대됩니다." 

김 교수가 진행하는 각종 상담치료와 구로경찰서 마니또 운영 모두 재능기부로 진행되고 있다. 김 교수는 부족한 시간을 쪼개더라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이 분야 재능기부의 기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 프로그램에 동참할 전문가들이 많아지길 기다리고 있다.

"가정폭력피해를 막으려는 저희의 모든 일들이 피해가정의 평화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이는 더 나아가 지역의 발전, 밝은 국가의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이들은 피해가정을 내 가족, 내 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상담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상담이 권고사항에 그치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들로서는 '과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가정폭력 피해상담을 권고사항 수준으로 둘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제도로 마련해둬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 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상담 필요성에 대한 홍보가 잘 이뤄져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상담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상담을 통해 치유받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