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6.4 지방선거를 50일 남겨두고 유력후보들의 날선 네거티브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도 대리전이 난무하고 있다. 각 후보의 이름을 건 테마주들이 이슈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며 시장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대부분 코스닥, 중소형주인 이들은 조금만 거래량이 몰려도 주가가 크게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섣불리 추격매수에 나섰다가는 피해를 면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치열한 서울시장 선거, 테마주도 복마전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과 국민적 관심이 예상되는 곳은 단연 서울시장 선거다. 야당 소속인 박원순 현 시장에 맞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여당의 거물급 정치인이 총출동했다. 수차례 여론조사에서도 박빙의 지지율 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세 예비후보를 둘러싼 이슈는 고스란히 관련 테마주의 주가 등락과 직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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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인맥주로 통하는 휘닉스홀딩스와 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테마주인 이월드의 3개월 간 주가 변동 차트. ⓒ 네이버증시 | ||
두 종목의 주가는 3월 중순부터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달 24일 휘닉스홀딩스는 평소 2만여주 정도였던 거래량이 8배 가까이 급증했고 그날 주가는 하한가를 찍었다. 그러나 불과 보름여 만인 이달 10일에는 역시 38만주 이상의 폭발적인 거래량과 함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한 3165원으로 뛰어올랐다.
비슷한 시기 IT부품업체인 휘닉스소재 역시 유사한 흐름을 탔다. 지난달 24일 거래량 폭발 속에 하한가를 찍은 주가는 지난 10일 상한가로 폭등하며 순식간에 1400원대를 회복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박 시장이 본격적인 선거캠프를 꾸리고 재선 준비에 돌입했다고 밝힌 날이었다.
여당 후보들의 이름을 건 테마주들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요동쳤다. 출마를 고사하다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정몽준 의원과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내며 인지도를 키운 김황식 전 총리가 여당 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테마주 동향도 극심한 혼조세를 보였다.
'정몽준테마주' 가운데 대표격은 현대통신과 코엔텍이다. 이내흔 현대통신 회장이 현대건설 사장을 역임해 인맥주로 구분된다. 코엔텍은 정 의원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회사 지분 10.88%를 가진 관계사다.
현대통신은 지난 1월 2500원대였던 주가가 정 의원의 출마 선언 직후 급등해 지난 7일 장중 5570원을 찍으며 연내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연초 대비 80% 넘게 치솟은 셈이다. 코엔텍도 올해 1월 중순 2000원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지난 9일 장중 4445원까지 뛰어 120% 가까이 주가가 움직였다.
정 의원에 비해 여론조사 지지율은 뒤쳐지지만 김황식 전 총리의 테마주도 최근 주목받았다. 김 전 총리의 누나가 일진그룹 창업주인 허진규 회장의 부인으로 알려지면서 일진홀딩스가 대표 인맥주로 부상했다. 또한 이랜드 자회사인 이월드의 경우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김 전 총리와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은 물론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져 테마주에 엮였다.
일진홀딩스는 지난 1월 3700원대였던 것이 한 달 만인 지난 2월21일 장중 8190원을 돌파하며 급등했다. 이후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역시 연초 대비 50%가량 주가가 비싸졌다.
이월드는 김 전 총리가 출마 의사를 굳힌 지난 2월 하순 장중 1300원을 돌파하며 위력을 과시했지만 한 달여 만인 지난달 21일 장중 731원까지 하락하며 반 토막이 났다. 이 회사 주식은 이른바 '동전주'(1주 가격이 1000원 미만인 싼 주식)로 15일 현재 전일대비 3% 넘게 주저앉았다.
◆"Risk와 Danger 구분 못하는 투기 피해야"
문제는 주가 변동률이 극심한 이들 종목 대부분은 실적부진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실적이 부진한 탓에 주가가 뛰었다 해도 대부분 이유를 알 수 없거나 거품이라는 얘기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테마주에 대한 기업분석에 아예 손을 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증권사 한 투자전략팀장은 "정치테마주는 평소 거래량이 많지 않다가 특정 이슈에 폭발적으로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가 단기간에 치고 올라갔다 순식간에 빠지는 일이 흔하다"며 "대부분 실적이 좋지 않은데 변동성은 워낙에 심해 분석을 하려고 해도 할 게 없다"고 귀띔했다.
실제 휘닉스홀딩스는 지난해 12월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휘닉스소재 역시 지난해 12월 말 연간실적에서 2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당기순이익은 16억원 적자에 그쳤다.
이월드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봤고 현대통신도 지난해 말 4억원의 영업손실과 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그나마 코엔텍과 일진홀딩스는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하거나 지난해 흑자전환해 비교적 건실한 편이다.
이와 관련 국내 중형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테마주 트레이딩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지만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이 허용할 수 있는 '리스크(Risk)'와 그럴 수 없는 '위험(Danger)'으로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투자하는 게 문제"라며 "우리나라가 유독 정치테마주 광풍이 잦은 것은 건강하지 못한 시장문화"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주식시장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가격 변동폭이 큰 종목, 단타매매에 매달리는 것은 증권사 탓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실적 악화에 빠진 일부 증권사와 브로커들이 단기투자를 부추기거나 직접 과당매매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일이 왕왕 벌어지는 이유에서다.
과당매매는 고객 예탁금 운용을 담당한 증권사가 거래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 위해 지나치게 자주 주식매매를 하는 것으로, 지난달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임의매매 또는 과당매매 관련 분쟁은 204건에서 292건까지 43%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