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나이에 얽매여 하고 싶은 일에 제약을 두면 그 한계 안에서 머물게 될 수밖에 없어요. 특히나 여자로서의 한계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찾으려면 지금이라도 평생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평생직장'을 찾아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 '아시아경제 팍스TV' 아나운서였던 삼십대 여성 여도은은 '스타일링 마이 라이프'라는 자전적 저서와 함께 인생 전반에 대한 스타일링을 시작했다. 여자라면 한 번쯤 꿈꾸는 직업 중 하나인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무심한 듯 시크하게 내던져버리고 '작가'의 길을 택한 그의 속내를 듣기 위해 14일 서울 오후 여의도 한 식당을 찾았다.
◆'삶은 계란 한판'의 무게는 곧 내 자신
"계란 한 판의 나이를 실감할 즈음 이제까지의 청춘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삼십대 여성의 새 출발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었죠. 꿈꾼 일에 앞서 많은 여성분들이 나이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지만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나운서 시절 3년 남짓 진행한 책 소개 프로그램으로 집필을 향한 꿈을 키우던 상황에서 서른 살 문턱을 넘어 경험한 뉴욕여행 중 우연히 접하게 된 사진작가 김아타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책을 쓰자는 마음을 굳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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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링 마이 라이프'를 출간한 여도은 작가는 이 책이 30대들의 걱정과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도구가 되기를 희망했다. = 정수지 기자 |
살면서 느꼈던 감정, 고민, 걱정들…. 자신의 감성을 꾸몄던 이 모든 것을 담아 낼 '나만의 책'을 쓰고 싶은 열망은 더 늦기 전에 시작하라는 주문을 읊조리게 만들었고 결국 서른 동지는 물론 대한민국 모든 젊은 여성들을 항한 당당한 외침을 하게 됐다.
특히나 새로운 일에 머뭇거리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 여기 있다'는 동질감을 전하는 동시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의 온도가 떨어진 이들을 위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싶었다.
당연하게도 만 4년 동안 꿈을 살리던 아나운서를 그만둔다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직장이라는 사슬에 묶여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이 어린 시절 생각했던 행복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순간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이렇게 퇴사를 하고 작가라는 다른 인생에 도전하려는 찰나 마치 정해진 운명이었던 것처럼 한 출판사로부터 여행기 제안이 들어왔고 30대들의 걱정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하나의 '도구'로써 집필을 시작하게 됐다.
워낙 많은 일 욕심 탓에 당초 여행기로 잡혔던 계획은 에세이로까지 커져있었지만 오히려 일과 사랑, 인간관계 등 여러 라이프 파트를 담을 수 있게 돼 자신의 성찰에 있어서도 더욱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물론 인생의 첫 작품을 집필하는 동안 생계 걱정도 따랐지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갈망 덕에 생애 어느 때보다 행복한 현재를 즐기고 있다는 그의 모습은 한참 어린 기자의 마음속에 감춰졌던 '엄마미소'를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담지 못한 수많은 "땡스 투"… 진심 보태 아프리카에 사랑으로
틈틈이 글쓰기를 즐기던 언론학도에게도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은 어렵기만 했다. 구상에만 1년이란 시간이 소요됐고 글 정리에만 몰두하기 위해 두 달간 집에서 두문불출했다.
그렇다면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을까. 아나운서 시절 '도은빵'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만큼 '빵빵' 한가득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그였지만 이 같은 질문을 던지자 얼굴이 다소 굳어졌다.
"모든 챕터 하나하나에 온 힘을 쏟았어요. 글이 안 써질 땐 3박4일을 꼬박 새우기도 했죠. 무엇보다 유독 '친구' 얘기를 쓰는 게 힘들었어요. 20대 초반에 썼더라면 내용도, 감정도 풍부했을 텐데…. 생각해보니 사회생활을 하며 '친구'라는 존재를 어느덧 계산된 관계로 물들였더라고요. 그 속에서 정의를 내리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완벽을 추구했던 첫 작품이었던 만큼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을 터, 관련 질문을 던지자 예상을 살짝 벗어난 답변이 돌아왔다. 기대 이상으로 '잘 빠진' 책이 나와 별로 아쉬울 게 없다는 것.
이대로 물러날 수 없어 재차 아쉬운 부분을 물었더니 '땡스 투(Thanks to)'란다. 감사한 분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이름을 올리자 못한 이들이 많다며 죄송한 마음을 꼭 이번 기사를 통해 전하고 싶다는 청탁(?)까지 덤으로 듣게 됐다.
더욱이 '스타일링 마이 라이프'의 인세가 전액 유니세프에 기증된다는 문구도 책 앞머리에 적혀있어 이 부분 역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책, 처음 해보는 일에 의미를 주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 성적우수상으로 받은 장학금을 기부한 이후로 물질적 선행을 한 지 너무 오래 됐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TV에서 유니세프 광고를 보게 됐고, 저 딱한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인생을 스타일링할 기회가 있을까'라는 딱한 마음이 들어 기부하기로 마음을 굳혔죠."
현재 작가 여도은은 직접 찍은 사진으로 가득 채울 여행기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 발간을 목표로 삼은 두 번째 책은 한층 더 성숙한 그의 모습을 더욱 당당히 담을 예정이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다시 한 번 그의 욕심을 들었다.
"책을 쓰면서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몸소 느끼고 있어요. 다만 한정적인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사진, 디자인, 사업 등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미래에 제가 어떤 역할로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지 정말 궁금하지만 아마 순간을 행복하게 기록하는 일은 멈추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