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김석 삼성증권 사장 두 번째 승부수는 결국 '희망퇴직'

10개월 만에 추가 구조조정 단행, 삼성생명 이어 금융계열사 전체 확산 가능성도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4.11 16:53:1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연초부터 불거졌던 삼성증권의 인력감축설이 결국 현실화했다. 김석 사장은 11일 사내 방송을 통해 희망퇴직과 경비 삭감, 임원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직원 170여명을 다른 그룹계열사로 전환 배치하는 '무감원 구조개편'으로 첫 승부수를 던진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앞서 10일에는 삼성생명이 임원 15명의 전출·보직제외와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삼성증권도 희망퇴직 진행을 공식화하자 인력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은 카드, 자산운용 등 다른 삼성 금융계열사로 확산될 공산이 커졌다.

◆'무풍지대' 삼성도 고난의 행군?

업계 분위기는 더욱 흉흉하다. 최근 2~3년 동안 증권사마다 감원 한파에 시달릴 때도 삼성증권은 비교적 '무풍지대'로 여겨졌다. 그만큼 이번 구조조정 결정은 기존 대형사를 비롯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 ⓒ 삼성증권  
김석 삼성증권 사장. ⓒ 삼성증권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61개 증권사 가운데 11곳(지난달 자진 폐업한 애플투자증권 제외)이 자본잠식 상태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많으면 10여개 회사가 간판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삼성증권은 110억원의 당기순이익(지배주주지분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89.3% 급감한 수치며 작년 3분기에는 93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시장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 같은 상황을 대변하듯 김 사장은 '절체절명' '특단의 경영효율화 조치 단행' 등 강한 어조로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발표된 구조조정 방안에는 △임원 경비 35% 삭감 △임원 해외출장 때 이코노미석 탑승 의무화 △점포 수 감축 및 면적 축소 △임원 6명 감축(5명 보직변경, 1명 관계자 전출) △근속 3년차 이상 직원 대상 희망퇴직 진행 △희망 직원에 한해 투자권유대행인 전환 추진 및 지원 등이 포함됐다.

업계에 따르면 가장 논란이 될 인원감축 규모는 300~500명, 1인당 퇴직위로금은 직급에 따라 1억7000만~3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대형사 위주의 이합집산이 답"

지난달 19일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애플투자증권이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폐지 승인을 얻어 이른바 '셀프 퇴출'된 이후 금융투자업계의 곤궁함이 다시 공론화됐다. 업계 내부는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은 피할 수 없는 시류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총 61개 증권사 가운데 지난해 9월 기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곳은 △알비에스아시아증권 △비오에스증권 △토러스투자증권 △한맥투자증권 등 모두 11곳이었다. 증권사 5곳 중 한 곳은 자본잠식 상태라는 얘기다.

감독당국인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업계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독려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지난해 12월 금융위가 M&A에 나서는 증권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수년째 매물 목록에 올라 있는 이트레이드증권과 LIG투자증권을 비롯해 현대증권과 KDB대우증권도 새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사라면 종합금융투자업자(IB) 지정 등 인센티브를 이용할 수 있지만 합병되는 회사에는 인센티브가 없다"며 "증권사 수를 줄이는 것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다보니 피인수 증권사 직원에 대한 대책이 없어 노조의 반대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매각이 성사된 우리투자증권에서 고스란히 재현됐다. 우리투자증권은 11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NH농협금융지주로의 패키지 매각 작업을 마쳤다. 그러나 NH금융지주가 1000명 규모 구조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자 우리투자증권 노조원들은 지난 8일 NH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과 시위를 병행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합집산을 통한 증권사들의 활로 찾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금융위가 8일 발표한 'NCR(Net Capital Ratio·영업순자본비율) 제도 개선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은행 BIS 비율과 유사한 개념이다.

금융위는 NCR 산출기준을 변경하고 제재 기준도 다소 완화하기로 했으며 오는 2016년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업계는 이번 개선안은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사에게 특히 유리하다. 때문에 향후 업계 판도가 몇몇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투자여력이 커진 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이 과제다.

이에 대해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증권업계의 문제는 자본부족이 아니라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이라며 "커진 투자여력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면 수익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조치로 대형사는 투자확대에 나설 수 있는 반면 중소형사는 오히려 투자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업성이 낮은 사업에 대해 중소형사들이 기존 라이센스를 반납하는 식으로 특화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대형사의 점유율이 확대됨과 동시에 차별화된 수익구조를 가진 글로벌 대형사가 탄생한다면 업계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