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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양심'으로 살핀 삼성과 카페베네

박지영 기자 기자  2014.04.09 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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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혹시 '양심냉장고'라고 기억하시나요? 1990년대 중후반을 풍미한 시사고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당시 '몰래카메라'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이경규씨가 진행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됐었습니다. 

프로그램 구성은 매우 단출했는데요, 차량소통이 적은 심야시간대 교통신호를 준수하는 운전자를 찾아 '양심(냉장고)'를 선물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나 한적한 시간, 보행자 하나 없는 횡단보도 신호등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구구절절 '양심'에 대한 썰을 푼 것은 닮은 듯 다른 두 사례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입니다. 앞서 저는 인사이드컷 코너를 통해 지난해 5월24일 '뻔뻔·대담' 카페베네 '장애인화장실을 훔치다'와 같은 해 10월29일 '삼성 흡연자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를 게재한 적이 있는데요. 

일단, 두 꼭지 모두 밝은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먼저 뻔뻔·대담' 카페베네 '장애인화장실을 훔치다'의 경우 우연찮게 들어가게 된 카페베네 성남 수진역점에서 장애인화장실을 개조한 '카페베네 전용화장실'을 보고 '욱'한 마음에 쓰게 된 것이었죠. 

   장애인화장실을 카페베네 전용화장실로 개조해 사용하던 수진역점(왼쪽)이 곧바로 원래의 목적으로 되돌려 놓은 것은 물론 장애인 편의까지 제공하는 모습(오른쪽). = 박지영 기자  
장애인화장실을 카페베네 전용화장실로 개조해 사용하던 수진역점이 오른쪽 사진처럼 곧바로 원래 목적으로 되돌린 것은 물론 장애인 편의까지 제공하고 있다. = 박지영 기자
당시 카페베네 수진역점은 휠체어모양의 장애인 표식이 두 개나 걸린 장애인 전용화장실을 개인사업 편의를 위해 손님용으로 개조, 과태료 3000만원 상당의 불법을 자행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삼성 흡연자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제하의 글은 제 출입처인 삼성물산에 들렀다가 인근 편의점 앞 입간판을 보고 쓰게 된 경우였는데요. 내용인 즉 삼성서초타운 흡연자들 탓에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입간판에는 "이곳은 금연구역입니다. 서초타운 근무자 여러분, 흡연으로 인해 트라팰리스 입주민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민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흡연하시는 경우 인근 주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게 됩니다. 지정된 흡연구역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삼성서초타운 흡연자들에게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입간판 위치가 행인들 눈에 잘 띄던 곳(왼쪽)에서 어두컴컴한 구석(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 박지영 기자  
삼성서초타운 흡연자들에게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입간판 위치가 행인들 눈에 잘 띄던 곳(왼쪽)에서 어두컴컴한 구석(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 박지영 기자
그렇다면 수개월이 지난 지금 이 둘은 어떻게 됐을까요? 좋은 소식부터 전하자면 카페베네 수진역점은 즉시 개선이 됐습니다. 기사를 작성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간 카페베네 수진역점은 개조한 전용화장실을 폐쇄하고 오롯이 원래 목적대로 되돌려 놨더라고요.

게다가 자동문스위치 위에 '장애인은 벨을 눌러주시면 경비원이 도와드립니다!'라는 깨알 같은 친절함까지…. 제 입장에선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아, 이런 맛에 이 짓(?)을 하는 구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까요. 

한편, 서초동 트라팰리스 입주민들은 여전히 고역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행인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던 입간판 위치도 편의점 앞 사거리에서 조금 더 후미진 곳으로 바뀌었더라고요. 물론 흡연문제도 그대로였습니다.

양심의 사전적 뜻은 '나쁜 짓을 하지 않고 바른 행동을 하려는 마음'입니다. 도덕과 윤리가 사회적 합의에 의한 것이라면 양심은 순전히 개인 덕목인 셈이죠. 세상 모든 사람을 속여도 자신만은 속일 수 없는 게 바로 '양심'입니다.

천하가 비웃고 손가락질 할 일을 하고도 당당한 사람을 두고 '양심에 털 났다'고들 하죠. 겨울도 다 지났는데 이제 그만 털 날릴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