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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사라지는 일자리, 사라지는 사람들

추민선 기자 기자  2014.04.07 15: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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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며칠 전 퇴근길, 서울의 한 지하철 역 전자발권기 앞에서 서성이던 할머니 한 분을 보게 됐습니다. 양손 가득 짐가방을 들고 계시던 할머니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찾았습니다. 혹시 길을 잃으신 것은 아닌가 싶어 할머니께 다가갔죠.

   지하철 무인발권기와 하이패스 보급으로 사람이 했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 추민선기자  
지하철 무인발권기와 하이패스 보급으로 사람이 했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 추민선기자

"할머니 도와드려요?"라고 말을 건네자 할머니는 잃어버린 손녀를 찾은 듯, 반색하며 "내가 청량리 아들집에 가야하는데 표 사는 곳이 없네"하고 난감해 하셨습니다.

"보통 아들이 데리러오는데 오랜만에 혼자 서울에 왔더니 표 파는 곳이 없어졌어"라고 말하는 할머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노인우대권 발권 후 짐을 들어드리며 이제는 매표소가 많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할머니는 "그래서 사람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며 "나 같은 노인들은 기계로 하는 건 못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이제껏 할머니는 행선지를 말하면 금액에 맞게 표를 끊어줬던 매표소를 찾고 있었던 거죠.

일이 지나간 후 문득 과거의 지하철 매표소가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어 전자발권기에서 충전조차 하지 않다 보니, 예전에 직접 표를 건네던 매표소 직원들을 잊고 있었죠.

당시 지하철 '표'의 종류도 다양했는데요, 지하철 노선에 따라 주황색, 초록색, 노란색 등과 금액에 따라 정액권, 1회권으로 나눠 사용하기도 했었죠.

또, 이른 아침에는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표를 끊으며 매표소 직원에게 행선지를 묻기도 했죠. 그러나 지금은 무인발급권기에 앞에서 교통카드를 충전하고 노선검색, 출구 등을 찾는 일은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죠.

서울메트로는 2009년 5월 종이승차권을 '1회용 교통카드로'로 바꾸고 매표소 창구를 폐쇄함으로써 지하철 승객들은 역 구내에 있는 전자발권기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매표소가 있던 자리는 커피전문점 등 상업시설로 탈바꿈하게 됐죠.

그때 제 지인도 "젊은이들이야 잘 알아서 하겠지만 노인들이 제대로 이용하겠냐"며 "아날로그적 시대 관행에 익숙한 노인세대들은 종이승차권이 편리하며 역무원과의 대화가 그리운 것 아니겠냐"며 씁쓸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외에도 사라지거나, 점차 그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사례가 바로 '하이패스'입니다. 바로 고속도로의 교통요금을 신용카드로 대신해 차를 멈추지 않고 달리면서 자동으로 톨게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인데요, 처음 도입 당시 하이패스 전용도로는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직접 돈을 지불하는 도로와 비슷한 유입량을 보이고 있죠.

저 역시 2년 전부터 하이패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기다리지 않는 편리함 때문에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친분 있는 한 아웃소싱업계 대표는 일부러 하이패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과의 짧은 만남 동안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인사를 건네며 정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라고 하네요.

모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하이패스가 설치되지 않는 한 계속 수납직원이 있는 곳을 이용하겠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의미를 접한 저 역시 다음 기회에는 하이패스 대신 톨게이트 직원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인사를 건넬 계획입니다.

불과 4~5년 사이에 사람이 했던 일들은 기계가 대신하며 그 곳에 종사하던 많은 사람들 또한 일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기계가 대신하는 자리가 늘어남에 따라 사라지는 사람들과 일자리를 보면서 "내 일 역시 언젠가는 로봇이 대신하는 날이 올까"라는 생각에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건 당연지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