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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광장] 용두사미 규제개혁, 기초조사 부터 확실히 해야

소정선 논설위원 기자  2014.04.06 10: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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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3월초 정치권과 관가의 핫이슈로 떠올랐던 ‘규제철폐’가 한 달 여 만에 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느낌이다. ‘암덩어리’라는 극단적 표현에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의지까지 보였지만 최근 흐지부지한 느낌이다.

‘규제철폐’는 과거 새 정권이 들어설 때 마다 집권 초반기에 어김없이 내미는 이슈여서 과연 제대로 될까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규제철폐가 고유 목적보다는 전임정권이 남긴 ‘유산의 청산’ 의미가 강한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기한 이번 규제개혁도 초반부터 전 부처가 일사불란 움직임을 보이는 등 시작은 좋았다. 그러나 초기 의지와는 달리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단체들을 규제의 장애물로 치부하는 사례 등 과연 규제의 의미와 방향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우려된다.

미국에서 이미 실패로 입증된 의료민영화의 거론에서, 신자유주의자들의 무한자유방임주의가 규제철폐로 오인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국민들 입장에서야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없어지는 것이 좋다. 그러나 모든 일들이 그렇듯 어떤 사안에 대한 개념과 입장, 관점이 다르다면 문제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규제는 어떤 내용이나 일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행위에 일정한 과정과 절차를 부여해 규정대로 진행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집을 지을 때 반드시 단열재를 의무화 하거나 관공서 허가 시 일정한 자격을 요구하고 입증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 등이다. 좋은 의미에서 규제는 사회적 실패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이다.

그러나 규제의 집행 주체가 기관의 이익을 위해 규제를 남발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 헛된 비용을 들이고 경제효율성을 임의로 저해한다. 자유방임을 신조로 삼는 신자유주의자들이 극단적인 규제 철폐를 외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규제개혁에 앞서 규제 철폐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하고 방향, 방법 등의 설정은 신중해야한다. 규제철폐의 이유는 인력자원의 낭비와 규제로 인한 투자저해 등 경제행위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입지, 노동, 환경 분야의 핵심규제를 고치겠다고 팔을 걷어 부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의료민영화나 창조경제 등을 규제와 연결하고 국회의 무절제한 입법 제한 여론 등에서 규제철폐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살 여지가 충분하다. ‘덩어리 규제의 원점 재검토’ 대목에서는 기업 봐주기 등 편향적인 의도가 짙게 배어나온다.

피해자 혹은 수혜자가 일반대중이라는 점에서 추진방식이 중요하다.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이어야 한다. 규제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기관, 즉 상위기관이 주도하는 하향식 규제개혁은 건수위주의 생색내기가 될 수밖에 없다. 상향식 추진방식이 절실하다.

서민들이나 기업인들이 실제 필요한 것 조사해서 해당자의 입장에서 추진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슨 규제를 없애야할지 설문조사를  하는 등 기본적인 절차도 눈에 띠지 않는다. 서민생활에서 가장 간절한 규제철폐는 불필요한 서류의 제출이다. 손쉬운 사례로 간단한 민원신청을 할 경우에도 주민등본이나 초본을 관공서인 주민센터에서 발급해 세무서 등 해당 관공서에 제출해야 한다. 온라인이 일상화된 정보화 사회에서 관공서간의 조회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가구당 연간 십 여건의 등본만 계산해도 엄청난 인력과 재화의 절약이다. 중복조회와 제출도 많다.

예컨대 초중고교의 임시강사 임용에서 성폭력 전력조회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동일인이 다수 학교에서 강의할 경우 연간 4~5회 차례 조회 절차를 거친다. 학교와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일인에 대한 중복조회가 이뤄지는 것이다. 즉, 동일 사안을 두고 쓸데없는 인력, 비용, 시간낭비가 이뤄진다.

현상적으로 드러난 규제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치유하는 근원적인 처방도 절실하다. 아픈 환자에게 통증을 줄여주는 대증요법도 우선 필요하지만 병을 일으킨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또 다시 재발하게 된다.

대통령이 지적한 공인인증서 문제가 대표적 사례이다. 정보화 인프라는 세계최고 수준인 반면 허술한 보안투자와 소프트웨어의 독점화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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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인증서 확인 절차 하나 없앤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규제의 강제 철폐보다는 불필요한 규제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규제개혁은 일시적인 정책 사안이라기 보다 상시적인 국가업무가 되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규제개혁 전담기구인 민관합동규제개혁회의를 대통령직속으로 하고 시스템화 해서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주체간의 역학관계설정에서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추진시스템 정립에서, ‘규제가 있어야 업무가 생기는 숙명을 안고 있는 정부기관’보다 민간기구 측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실질적인 규제개혁에 한발 다가서는 방법이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규제개혁이 아쉽다.  

소정선 논설위원(前 코리아헤럴드·헤럴드경제 기자, 디지털 '말' 편집국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