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경 기자 기자 2014.04.04 10:54:16
[프라임경제] 복지, 특히 그 혜택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때문에 현 정부를 비롯해 정치권 공약 중에 빠지지 않는 것 역시 복지혜택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복지혜택은 으레 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그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개인들이 힘을 모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복지혜택을 전달하는 곳이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한길BSD(대표 나병득)는 경기도 성남시 지역주민 28명이 뜻을 모아 설립한 회사다. 지난 2006년부터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전개해온 이들은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봉사를 위해선 재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한다고 판단, 수익사업을 펼치기 위해 2011년 한길BSD를 만들었다.
취약계층에 복지혜택을 전하기 위해 회사를 세웠다는 한길BSD. 경기도 성남시 수진동 주택가에 위치한 한길BSD 사무실을 찾아 나병득 대표와 보다 깊은 얘기를 나눴다.
"이 지역은 단독주택, 독거노인 등이 많은 인구밀집지역인데요. 아무래도 생활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2006년 저를 비롯한 지역 지인들 15~16명이 모인 자리에서 봉사활동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처음에는 지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등에서 모여 회의를 하다가 봉사모임을 만들자는 결론에 다다랐죠."
서글서글하게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의 나 대표는 질문을 채 던지기도 전에 한길BSD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아니, 그에 앞서 한길BSD의 모태격인 한길봉사단에 대해 먼저 소개했다.
◆지역민으로 구성된 '봉사단'으로 시작
한길봉사단 모임 결성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들은 이후 보다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지역실태조사를 자처했다. 그 결과, 각종 혜택과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함을 파악하고, 도배·장판교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나병득 한길BSD 대표. = 정수지 기자 |
이렇게 모은 27만원은 한길봉사단의 자본금이 됐다. 이후 회원들은 매월 1만원씩 회비를 내고, 지역 업체로부터 벽지 등을 후원받아 매월 독거노인 한명씩을 선정해 도배·장판교체 봉사활동을 진행해왔다.
또한 한길봉사단은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고 개인사업자 등 지역민으로 구성된 장점을 십분 활용해 △미용사 회원들의 미용봉사 △사진전문가 회원들의 추억의 사진(영정사진) 촬영 봉사 △노래방 운영 회원들의 노래방 개방 봉사 등 다양한 봉사를 펼쳐왔다.
한길봉사단은 이렇게 몇 년간 봉사활동을 펼쳐왔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쳤다. 바로 재정적인 부분 때문이다. 도움의 손길을 전해야하는 어르신이나 취약계층은 점차 늘어나는데, 이를 단순히 회원들의 회비와 지역민들의 지원으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 대표는 "5년 정도 봉사를 하다 보니 재정적인 한계가 왔고, 그 전부터도 봉사단을 이렇게 단편적으로 운영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며 "회원들과 보다 장기적, 체계적으로 지역에 복지혜택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사업을 벌이고, 그 수익금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나 대표와 봉사단 회원들은 수익창출 사업 아이템을 놓고 고심하기 시작했다. 회원들이 자신 있고, 잘 할 수 있는 사업들을 꼽아보니 건물관리·소독방역 사업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회원들 중 다수는 전기나 소방, 소독업체를 운영하거나 일했던 경험이 있었다.
◆봉사위해 수익사업 필요성 절감…한길BSD 탄생
이렇게 해서 2011년 12월 건물종합관리·소독방역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한길BSD가 탄생하게 됐다. 당시 140~150명에 달하던 한길봉사단 회원 중 나 대표를 포함해 28명이 뜻을 모아 설립했으며, 모태인 한길봉사단의 영문 이니셜을 따 회사명을 한길BSD로 지었다.
"저도 건물관리만 30년을 해와 여기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어요. 소독방역 부분에 있어서도 저와 다른 직원이 함께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방역소독전문가 과정을 수료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았죠."
건물관리·소독방역 부분의 오랜 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길BSD는 2012년 사업정비,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부터 본격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소독방역·시설(건물)관리 부분은 주로 어린이집을 비롯한 국공립 영유아시설을 위주로 추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원스톱 클린서비스'를 통해 정기적인 장난감 알코올 소독과 공중부유세균 살균 소독을 실시해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에 힘쓰고 있다.
나 대표는 "부족한 예산문제로 영유아 보육시설은 전문적인 방역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체계적인 소독·방역프로그램인 원스톱 클린서비스를 개발했다"며 "지난해 10개 영유아 보육시설에 적용한 결과 그 전에 비해 유아들의 접촉성 전염병이 현저히 감소해 학부모는 물론 보육시설 관계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한길BSD는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소독방역을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고, 자체적인 연구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나 대표가 직접 영유아 보육시설을 방문해 소독방역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한길BSD |
"미산성 차아염소산수 제조기계가 없으면 구매해 사용해야하는데 원가부담 때문에 충분히 살균용액을 살포하지 못해요. 그러나 저희는 자체 기계로 만들어 사용하니 충분히 살포하게 되고, 때문에 효과도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용액은 인체에 해롭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증발해 아이들이 생활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고요."
이러한 한길BSD의 소독방역 효과는 학부모들이 더 잘 느끼고 알아준단다. 다른 업체에서 한길BSD로 소독방역 업체를 바꾼 뒤, 영유아 보육시설 관계자들은 학부모들로부터 아이들의 수족구병, 수두 등 전염병 발병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종종 전해 듣는다고 한다.
나 대표는 "보육시설의 예산이 빠듯한데다 소독방역 업체들이 난립해있어 체계적인 소독방역이 어려운 실정이다"며 "대다수 업체들이 한 명을 파견해 살충제를 뿌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우리는 어린아이들이 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소독방역을 진행하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효과도 입소문을 타고 여러 영유아 보육시설에 알려졌다는 후문이다.
한길BSD는 소독방역 사업 외에 청소용역 사업도 진행했다. 지난해 성남시로부터 판교공원, 수정구 어린이공원 등 8개 공원의 청소사업을 따내 직원 90%를 취약계층으로 뽑아 해당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으로도, 수익으로도 사회에 기여
이처럼 취약계층 일자리창출을 기반으로 한길BSD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용역사업이 단발성으로 그치면서 한길BSD는 기존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보다는 일자리제공과 사회서비스제공 기능이 어우러진 혼합형 사회적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 대표는 용역사업이 올해는 들어오지 않아 취약계층 일자리창출은 답보상태고, 사회서비스제공이 혼합된 형태의 사회적기업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다.
한길BSD는 올해 분당구보건소 방제사업을 진행한다. 그 일환으로 집수정의 모기유충 방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 한길BSD |
나 대표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다 해도 그 지원혜택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히 사업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대표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인증에 따른 재정적인 지원에 의존한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려는 이유는 사회적 활동을 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한 차원일 뿐, 재정적 이유는 아니다.
나 대표는 "거기에 기댈 생각은 없다"며 "앞으로 저희가 갖고 있는 사업 아이템들을 현실에 맞게 수정해 사업을 진행, 수익을 창출해 자립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길BSD는 올해 분당구보건소가 진행하는 모기유충 방제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기존 업체들이 갖추지 못한 전문성과 장비를 앞세워 지난해 업체 선정 평가에서도 유수 업체들을 제치고 2위에 올랐으며, 실제 평가에서도 빠르고 우수한 업무수행 능력으로 경쟁업체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한길BSD는 올해 이 분당구보건소가 주관하는 방제사업과 함께 그동안 구상해왔던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구체화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내 6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나 대표는 "지금까지 많은 난관을 극복해왔듯 앞으로도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며 "올해 단기 순익이 나도록 사업을 잘 꾸려나가고 3년안에 안정적인 수익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길BSD는 더 나아가 10년, 15년 후 모태인 한길봉사단처럼 민간에서 스스로 만드는 복지재단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