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카드업계가 다시 표절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현대카드와 우리카드 사이에 벌어진 일인데요.
지난 2012년 삼성카드에 '삼성카드4가 현대카드 제로를 표절했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하며 한바탕 전쟁을 치룬 현대카드가 이번엔 우리카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는 얼마 전 우리카드가 출시한 '가나다 카드'가 현대카드의 눈에 '표절상품'으로 비춰졌기 때문인데요. 현대카드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모방' 'COPY & PASTE'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가나다 카드' 비판에 나서 지난 1일 야심차게 상품을 발표한 우리카드의 마케팅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현대카드는 2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카드 환영합니다. 복잡하고 머리 아픈 카드생활을 할인과 포인트로 심플하게 정리한 현대카드의 투 트랙(Two Track) 체계를 우리카드에서 정확하게 이해해 주셨다"며 우리카드가 현대카드 상품을 따라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어 "조금 더 필요하시면 365일간의 프로젝트 기간, 21만시간 인력투입 등 치열했던 1년의 기록까지 보내주겠다"며 "누군가에게 카피의 대상이 되는 것 또한 우리의 미션이므로, 현대카드가 기준이 되고 그것을 모방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우리카드 가나다 카드와 현대카드의 투 트랙 체계를 비교한 사진을 게재하며 상품 표절에 대한 네티즌의 생각을 묻기도 했는데요.
현대카드는 공식 페이스북에 우리카드 가나다 카드와 현대카드 상품을 비교한 사진을 게재하며 우리카드의 표절을 주장했다. ⓒ 현대카드 페이스북 |
현대카드가 지적하는 점은 포인트와 캐시백을 핵심 콘셉트로 잡았다는 점인데요. 현대카드는 지난해 7월 기존 알바펫 카드 체계에서 포인트와 캐시백으로 나눈 투트랙 전략으로 바꾸고 기존 제로카드를 포함한 7종의 카드를 선보였습니다.
우리카드 또한 가나다 카드를 출시하며 포인트형과 캐시백형에서 각각 3종의 카드를 출시했는데요.
현대카드 관계자는 "캐시백·포인트 카드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이를 상품체계 핵심전략으로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며 "더군다나 현대카드가 투 트랙 전략을 내세운 뒤 현재까지 155만 회원을 모집하는 등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가나다 카드는 모방성격이 짙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런 '베끼기 풍조'가 만연해지면 더욱 카드 상품은 비슷해져만 갈 것이고 그 피해는 고객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카드업계는 배타적 사용권에 없어 제도적 한계가 있지만 이러한 문제제기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우리카드는 현대카드의 '표절 주장'에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카드가 규제사업인 만큼 경우의 수가 많지 않고 고객 서비스를 도식화 했을 땐 결국 포인트와 할인으로 나눌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현대카드가 독점권을 행사할 순 없다고 반박했는데요.
우리카드 관계자는 "분사 후 시장조사를 했을 때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할인과 포인트로 집중됐고 이를 바탕으로 상품 기획에 나섰다"면서 "가나다 카드는 포인트와 할인을 중점으로 했다기보다 고객의 주 사용처와 업종영역 선택폭을 확대한 것이 기존 상품과 가장 차별화 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브랜드 이름인 '가나다'는 단순히 한글표현의 의미보다 우리나라 신용카드 기본과 원칙을 담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우리나라 대표 문화인 청자, 백자를 카드 플레이트 색상으로 적용한 것도 이러한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카드업계의 표절논란이 빈번하게 이러나는 것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배타적 사용권'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타 금융권의 상품들은 아이디어와 독창성 보호를 위해 1~6개월간 독점권을 사용할 수 있고 이를 어길 시 판매중지 등의 조치를 당하지만 카드 상품은 상품 구조가 단순하다는 이유로 제도도입이 매번 무산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의 '브랜드 구축'이 중요해지며 대표 상품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현대카드와 우리카드의 '표절 신경전'은 아직까지 2차전이 발생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지나친 '기업간 깍아내리기'는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두 회사가 원만히 문제를 마무리 지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