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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열린 '2013 특성화고 희망 취업박람회'. 취업을 앞 둔 학생들의 열기가 뜨겁다. = 김경태 기자 |
[프라임경제] 박근혜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에 따라 경력단절 여성(이하 경단녀) 취업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고용률 향상을 위해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여성, 그 가운데서도 경단녀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자리함께하기 △시간선택제일자리 △초단기 근로제 △취업성공 패키지 등을 통해 일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이거나 고졸자의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경단녀 모집 활발 '경쟁 치열'
지난해 12월 신한은행이 실시한 경단녀 200명 '시간제 리테일서비스직(이하 RS)' 정규직 채용에 2만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급여는 170만~180만원으로 경쟁률이 100대 1에 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를 반영해 신한은행은 지난 3월30일 계획했던 200명보다 10% 많은 220명을 선발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1년 계약직 200명 규모의 경단녀 채용에 3000명이 지원, 1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월 120만~130만원을 지급하며 우수 직원에게는 고용연장 기회를 부여한다.
지난해 2400명이 지원해 22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기업은행은 109명의 경단녀를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채용된 경단녀는 △텔러 △전화상담 △사무지원 업무에 배치돼 업무를 보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의 경단녀 채용 진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 경단녀를 대상으로 100여명의 시간제 일자리 근무자를 추가 채용할 예정이며, 신한은행은 다음해 200명, 2016년 100명으로 총 500여명의 RS 채용을 진행해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반면, 삼성그룹은 2년 계약직 시간제 근로자 6000여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2월 모집 결과 지원자가 1500여명에 불과했다. 이에 추가 채용했지만, 여전히 지원자가 저조해 지난달 11일 모집 기한을 없애고 상시 모집 방식으로 전환했다.
◆'경단녀' 금융권 채용시장선 '강력한 스펙'
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인 임정욱(18·가명) 양은 "취업할 목적으로 특성화고에 입학했는데 요새 들리는 소식은 고졸채용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뿐"이라며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시간제일자리 창출도 좋지만 고졸자를 위한 일자리 정책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같은 학교 3학년 신수림(18·가명) 양은 "그전에는 고졸채용 얘기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 고졸채용은 쏙 들어가고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쪽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최근 경단녀 채용시장이 활기를 띠는 데 반해 지난해 채용시장 이슈였던 '고졸자·청년 채용'은 주춤한 상태다. 금융권 고졸채용을 조사한 결과,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이명박정부에 비해 3분의 1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권은 '스펙 타파'를 외치고 있다. 이는 과도한 스펙 요구로 구직자들의 스펙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도 '경단녀'는 금융권 입사 관문에서 강력한 스펙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정부가 내세웠던 핵심 고용정책 '고졸 채용'은 정부가 바뀐 뒤 '경단녀 채용'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졸채용 확대에 앞장섰던 은행들도 당장 채용 규모를 크게 줄이지는 않았지만, 선발 비중을 고졸에서 경단녀로 옮기는 추세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8개 전체 은행권 고졸채용인원(특성화고)은 2011년 1058명(425명)에서 2012년 1589명(727명)으로 증가한 후 지난해엔 1131명(532명)으로 줄었다.
비난 여론이 일자 당초 고졸채용 계획이 없다던 △하나 △신한 △국민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뒤늦게 고졸채용에 나섰지만, 고졸채용 붐이었던 지난 2012년에 비하면 고졸채용 규모는 많이 줄었다. 8개 주요 시중은행의 고졸채용은 2012년의 경우 714명이었으나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480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은행권이 정부에 따라 채용정책을 우유부단하게 바꾸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은행 측도 할 말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채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됐는데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하면서 고졸 채용을 종전처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채용 가능한) 인원수는 정해져 있는데 경력단절 여성과 고졸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2012년 160여명의 고졸자를 채용했던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절반가량 감소한 80여명을 선발했다. 올해는 업황 침체로 채용 규모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