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르노삼성자동차가 잇따른 내부적인 악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르노삼성차는 부진을 씻고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지만 제품의 안전성과 경영진의 도덕성은 도리어 위기에 몰렸다. 주력차종의 시동 꺼짐 결함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제품 안정성뿐 아니라 신뢰성이 추락 위기에 놓였다. 또 비용절감을 명목으로 현장에서 강제로 희망퇴직을 강요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좀처럼 찾아온 흑자전환 뒤의 어두운 이면이 부각되고 있다.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3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수천억원대 적자에서 벗어났다.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통상임금 등으로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희망퇴직을 놓고 노사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생산직 일부를 정리하겠다는 사측과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노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고, 자칫 생산 차질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내부적인 악재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르노삼성차의 희망퇴직과 관련에 살펴봤다.
◆고정비↑경쟁력↓ "늘어나는 비용 부담 줄이기 위한 수단일 뿐"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 간 부산공장의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기장급(과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뉴 스타트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해당 직원들에게 퇴직금과 기준 급여 30개월분을 추가 지급, 창업이나 영업직 전환을 위한 컨설팅 제공 및 1인당 500만원의 자녀 학자금 전달 등이 주요 골자다.
르노삼성차가 이러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는 평균 근속기간이 20년 내외인 고참 직원 비중이 전체 직원 중 30%에 육박하는 등 현장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 |
||
| 노조는 사측이 신의성실로 맺은 단체협약 준수 및 노조탄압과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쟁점사항에 대해 대화를 통해 성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 ||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기장급 직원은 생산·정비 업무를 직접 하지는 않는 일종의 관리직인데, 기장급 직원의 증가로 르노그룹 내에서 고정비가 높아지는 등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이러한 증가 추세를 해소하기 위해 인사제도 개편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생산인력의 노령화로 늘어나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일 뿐 생산직에 대한 편파적인 인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어 "뉴 스타트 프로그램은 희망자에 한해 지원을 하는 것인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현재 500여명 수준인 기장급 직원이 내년에는 600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르노삼성차는 뉴 스타트 프로그램에 해당되는 현장 인력을 120명 정도로 예상했다.
◆"생산인원 충원해야 될 시기 이해 안 돼"
하지만 노조는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800여명이 회사를 떠났고, 당시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는 회사와 프로보 사장의 말을 믿고 2년간 임금을 동결하고 생산성도 30%나 향상했는데 회사 측이 실적 개선이 이뤄지자마자 다시 구조조정 카드부터 꺼냈다고 비난했다. 또 노사 합의를 통해 매년 3월이면 실시하던 자동승진도 올해는 전혀 실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측이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노사합의에 완전히 위배된다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안재창 르노삼성차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회사 측이 퇴직 대상자를 미리 정해놓고 수차례 면담을 강요해 퇴직을 유도하는 등 사실상 강제 퇴직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 |
||
| 르노삼성차가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동시에 올 하반기 양산될 로그의 위탁생산을 위해 사내 하청 인력을 대거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 ||
즉 노조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사원면담에서 뉴 스타트 프로그램을 거부할 경우 직군 전환 및 구조조정 1순위라는 말로 직원들의 퇴직을 종용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녹취록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면담자리에서는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대해 권고하고 설명이 이뤄지는 자리이지, 희망퇴직을 압박한다거나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안 실장은 "회사 측이 일을 하지 않는 기장급이 많다는 거짓 자료를 내세워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희망퇴직 대상자인 기장급 대부분은 40대 초·중반으로 한참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20년 이상 헌신해 온 인원을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대량정리 한다는 사실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 측에서는 르노삼성차가 올 하반기부터 북미시장에 수출할 닛산 로그를 연간 7만대 추가 생산하고, 오는 2016년부터 SM5와 QM5 후속 모델을 생산한다고 해놓고 인원 감축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르노삼성차가 인건비 부담이 적은 생산직 사원을 새로 뽑아 생산 증가분에 대응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아울러 숙련도가 떨어지는 신입사원들을 생산라인에 대거 투입할 경우 품질 저하 등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르노삼성차가 생산직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희망퇴직에 들어가면서 노사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생산인원을 충원해야 될 시기에 르노삼성차가 사측을 위해 20년 이상 헌신해 온 인원을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대량정리하고 그 자리를 사내하청의 비정규직 인원으로 채울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