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증권사 '톱(Top)5' 중 하나인 삼성증권이 희망퇴직을 비롯한 사실상의 인력감축을 검토 중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6월말부터 약 한 달간 대리 및 과장급 직원 170여명을 그룹 내 금융 및 전자계열사로 전환배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지점 7곳이 통폐합돼 사라졌고 8개 지점은 직원 수 10명 미만의 소규모 '브랜치'로 축소됐다.
자사 직원을 그나마 형편이 좋은 타 계열사에 수혈해 '감원 없는 구조조정'을 진행한 셈이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내부적인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연말부터 꾸준히 검토
2일 삼성증권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업계에 이야기가 돌기 시작해 회사 내에서 계속 검토 중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규모나 시기 등 자세한 내용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증권 CI. |
앞서 전환배치와 달리 이번에는 차장 및 과장급 임원이 대상이고 직급에 따라 2억~3억원 정도의 퇴직위로금이 책정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작년 12월 SK증권이 200여명의 직원들을 내보내며 20개월치 봉급을 퇴직위로금으로 준 사례와 무관하지 않다. 비슷한 시기 한화투자증권도 300여명의 희망퇴직 접수를 받으면서 근속기간에 따라 최하 7개월~18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내줬다. '톱(Top) 5' 명성과 삼성그룹이라는 든든한 모그룹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업계수준+α'의 위로금이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누구를 통해 전달된 말인지 몰라도 진행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된 것은 틀린 얘기로 봐야한다"며 "구조조정은 상황이 나빠지면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나아지면 지난 연말처럼 흐지부지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굴욕적 적자…'대마불사(大馬不死)'도 옛말?
업황이 기적적으로 좋아지지 않는 이상 삼성증권의 인력감축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은 전년 대비 89.3% 급감한 110억원에 그쳤다. 특히 작년 3분기에는 93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시장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이후 거래대금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감한데다 회전율 역시 역사적 저점을 찍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회사 주요 수익원인 위탁매매수수료와 소매채권 등 상품운용수익이 모두 줄었고 특히 작년 3분기에는 주가연계증권(ELS) 배당락 부담과 100억원 상당의 경영진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진단을 보탰다.
삼성증권의 2013년 순이익은 110억원으로 전년대비 89.3% 급감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인 57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 KB투자증권 |
증권업종 대표주로 꼽힘에도 주가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지난해 4월 5만4000원대를 호가했던 삼성증권 주가는 지난달 20일 장중 3만5350원까지 곤두박질쳤고 지난 1일 종가 기준으로 3만9000원선을 겨우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