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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삼성SDI-제일모직 하루 만에 고꾸라진 이유?

공매도 후폭풍 막은 '숏커버링' 탓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4.01 17: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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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3월 마지막 날을 뜨겁게 달군 뉴스는 두 가지였습니다. 북한의 무력 도발과 삼성SDI의 제일모직 흡수합병이 그것입니다.

특히 주식시장에서는 자산규모 15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열사 출현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무엇보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비롯해 2차전지 사업에 집중하는 삼성SDI가 전자소재 노하우를 보유한 제일모직을 품는다는 소식은 분명 두 기업 모두에게 장기적인 호재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습니다.

지난해부터 고질적인 실적악화로 몸살을 앓았던 만큼 주가에 미친 영향은 즉각적이었는데요. 지난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SDI는 6.6%, 제일모직은 5.8% 급등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합병시너지가 이들을 '달리는 말'로 키울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죠.

그런데 불과 하루 만에 달리는 말 두 마리가 한꺼번에 고꾸라진 모양입니다. 1일 제일모직은 4.04% 반락했고 삼성SDI 역시 3% 가까이 하락 반전했군요. 이날 개인투자자들이 모이는 종목게시판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대부분 투신과 외국인 등 물량공세가 가능한 '큰손'에 대한 원망 사이에 '그래도 내일은 상한가!'를 외치며 달리는 분도 보입니다.

두 기업의 흡수합병, 나아가 사업적 시너지는 분명 호재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주가는 내 맘 같지 않은 걸까요?

전날 장마감 후 일부 투자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두 회사의 주가 급등이 '숏커버링'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숏커버링이란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환매수, 즉 다시 사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여긴 투자자들이 일단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파는 이른바 '공매도'를 하고, 나중에 정말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으면 그만큼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입니다. 흔히 공매도는 주가를 떨어트리고 숏커버링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데요. 바로 어제 같은 경우 여기에 해당된다는 얘기입니다.

삼성SDI의 경우 작년 4분기 어닝쇼크를 겪으며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제일모직도 지난해 패션사업부 매각과 신사업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정말 특별한 호재가 없는 이상 전문가들도 두 회사의 주가가 급반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 성과가 날지도 모르는 사업적 시너지 운운하며 주가가 하루아침에 5%, 6%씩 급등하길, 그리고 쭉 상승세만 타길 바라는 것은 사실 욕심이죠.

이슈가 한 차례 시장을 휩쓴 뒤 오늘 아침부터 이를 경계한 전문가들의 코멘트가 쏟아졌습니다. 대부분 장기적인 성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1년 이상, 길게는 10년 정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부분입니다.

황준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길게 보면 이번 합병 이슈가 분명 긍정적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 주가에 반영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어제 주가가 갑자기 뛴 것은 사업 시너지보다 주식매수청구권(공매도 상환)을 확보하기 위한 숏커버링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어제 합병공시 이후 삼성SDI와 제일모직 모두 숏커버링이 집중되면서 오버슈팅(Overshooting·특정한 이슈에 따라 가격이 급등 또는 급락하는 현상)하는 모습이었다"며 "올해 1분기 실적 결과에 따라 단기적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내 주식이 내 맘 같지 않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슈에 휘둘려 일희일비하는 것도 개인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과정이지만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진리도 깨지는 요즘 시장에서는 경계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