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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근시안적 '합종연횡', 꼬리자르기 희생양 'TSST'

TSST측 복귀요청에 난색…기업 편의위해 도구화 논란 남아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4.01 16: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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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 번 떨어져 나간 경우 친정에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합작 설립한 광저장장치(ODD) 회사인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러지코리아(TSST) 직원들이 원래 소속이었던 삼성전자로의 복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TSST는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손잡고 합작 설립한 회사다. 저장매체인 ODD를 만드는 업체며, LG전자-히타치간 연합 구도에 맞수로 경쟁하면서 호시절에는 연간 20%의 고성장세를 구가했다. 그러나 최근 ODD가 사양길에 접어들고 삼성전자가 TSST의 지분을 협력사인 옵티스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온 직원들이 중소기업으로 매각되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과거 했던 삼성전자로의 복귀 구두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삼성전자 "전적 처리된 경우라 어쩔 수 없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언론 보도 후 TSST 매각을 공식 부인했다가, 최근 말을 뒤집고 매각에 나선 셈이어서 TSST 직원들의 분노가 더 크다.
   TSST 직원들이 합작사 설립 전 자신들이 일히던 삼성전자로 복귀시켜 달라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 앞에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이 보인다. = 임혜현 기자  
TSST 직원들이 합작사 설립 전 자신들이 일히던 삼성전자로 복귀시켜 달라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 앞에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이 보인다. = 임혜현 기자

삼성전자에서 자리를 비울 때 전적 서류를 쓴 건 사실이지만, 강권에 따라 또 복귀 약속을 믿고 이동한 것이라는 게 TSST 직원들의 입장.

또 논란이 되는 부분은 위로금을 많이 받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격려금조에 불과한 액수라 삼성 메리트를 포기한 선택에 대한 반대급부라고 보는 게 이치에 안 맞는다는 것이다.

한편, 이들이 TSST로 나갈 때 받은 격려금 규모에 대해서는 말이 엇갈린다. 400만~500만원선이라는 설도 있고, 기본급의 500%를 받았다는 소리도 있다. 전자의 경우 액수가 삼성의 적을 정리하고 나가는 전적의 반대급부로 보기 어렵다고 바로 볼 수 있다.

문제는 500% 보너스냐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1년 SK텔레콤의 자회사 분사 당시 이적 보너스 케이스와 비교해 보면 시사점이 클 것으로 보인다.

"10년 동안 삼성전자 복귀 인원 제로"

SK텔레콤은 자회사 분사 추진으로 직원들이 동요하자 자회사 이동 때 400%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히고 이동 직원들에게 SK컴즈와 넷츠고 합병 케이스를 언급하면서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소통에 나섰다. 이때 떨어져 나간 쪽이 플랫폼 사업부문으로 현재의 SK플래닛이다.

SK텔레콤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이 같은 방침에 따라 SK플래닛으로 갔다가 "나중에 SK텔레콤으로 복귀한 경우들이 있다"고 한다. 다만 그 수는 많은 편은 아니다.
   전적이냐 전출이냐 혹은 400만원 격려금이냐 500% 위로금이냐  세부 사항을 둘러싸고도 TSST 처리 문제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있다. 하지만 자회사 분리와 추후의 복귀 문제 등에서 타기업들이 삼성전자의 경색된 태도와 다른 접근법을 보인 사례가 없지 않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상황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전적이냐 전출이냐 혹은 400만원 격려금이냐 500% 위로금이냐 세부 사항을 둘러싸고도 TSST 처리 문제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경우 형식상 인연을 완전히 끊고 타사로 이동한 전적이냐, 파견근무에 가까운 전출이냐를 세밀하게 따질 게 아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처럼 용어 구분을 하는 것은 노동법을 학술적으로 다루는 강학상 구분이고 실무에서는 전직이라고 통칭하지 않냐며 큰 실익이 없다고 보기도 하는 이유에서다. 

이런 만큼 실제 의지를 갖고 복귀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는가의 문제가 남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TSST가 떨어져 나갈 때, 연구개발(R&D) 인력과 마케팅인력이 TSST로 이동했고, 서비스 및 기타 지원부서 200여명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산하 OMS(옵티컬미디어솔루션) 사업부에 남았으므로, 삼성전자와 완전히 연결고리를 끊고 복귀 문제를 전혀 검토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에서는 지난 10년새 삼성전자로 복귀한 경우가 "전혀 없다"고 한다.

또 삼성전자에 남은 OMS나 분리돼 나간 TSST 모두 크기 차이는 확연히 있을망정 격려금을 받았다는 점도 부수적으로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일을 잘 해 보자는 취지로 독려하고 또 복귀에 대한 희망을 주는 듯 했지만 실상 나중에 분리된 사업부가 사양길에 접어들자,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를 들어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회생 위한 최선책?…코닝 처리·대조적 우려 남아

물론 400명선의 인원이 모두 돌아가겠다고 나서 수용 여력면에서 삼성전자가 느낄 부담감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기본적으로 매각과 인수자측의 고용 보장이 TSST 회생에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의문은 남는다. 삼성은 지난 1월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42.6%를 미국 코닝 본사에 매각할 때도 일명 삼성 이름값을 포기하고 코닝 측에 남는 임직원에게 위로금 삼은 4000만원에 기본급 10개월치를 지급하기로 했었다.

문제는 이렇게 후한 조건을 제시받은 코닝 잔류 직원의 경우, 사실은 여전히 삼성 품에 남으면서 이 같은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니냐는 대목이다. 삼성그룹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진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42.54% 전량을 미국 코닝에 넘기고 23억달러를 투자해 코닝의 전환우선주를 취득하는 얼개를 이 코닝 해법의 기본틀로 갖고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상 삼성 대주주 영향력 하에서 삼성의 직접적 간판을 다는가 마는가 정도의 차이가 달라지는 직원들에게는 큰 위로금을 주고, 막상 라이벌 그룹과 피 튀는 경쟁을 벌이는 상황 속에 가장 일선에 동원됐던 합작사 직원들은 냉정한 전적 논리로 재단해 사실상 자력갱생토록 몰아세우는 게 옳으냐는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TSST 해법은 삼성 계열사들이 앞으로 문제가 있는 사업부나 자회사를 정리할 때 안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이것이 기우만도 아닌 것이, 2013년 연말 대법원이 "둘 이상의 사업 부문을 영위하던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근로관계는 신설회사에 승계된다"고 판결하는 등 나날이 노동권 보호 문제가 '유연화(약화)'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악의적으로 해고목적 삼아 악용한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분사 후 근로자가 적을 옮기도록 하는 게 쉬워지는 등 물결 자체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형식적이든 어떻든 사표를 쓰고 전적한 경우에 대한 보호 여지는 그만큼 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문제 악화 와중에 상징적 사건이 바로 TSST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