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얼마전 지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혼자서 한강대교를 걸었습니다. 강 바람에 제법 쌀쌀했지만 걷는 속도에 맞춰 가만히 따라오는 메시지를 읽으며 걷다보니 혼자라는 사실을 잊게 되더군요.
한참을 걷다가 사진 속 조형물을 발견하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람, 사랑' 간단한 문구지만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런데 어딘지 귀에 익은 문구입니다. 바로 삼성생명의 슬로건을 로고 형태로 만든 조형물이었는데요.
어두운 밤을 밝게 비추고 있는 한강대교 조형물. = 이보배 기자 |
지난해 11월 두 번째 생명의 다리로 재탄생한 한강대교는 마포대교와 다른 점이 있는데요. 대한민국 유명인사 44인의 재능 기부로 제작된 것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배우 김광규, 송일국, 가수 이효리, 김윤아, 소설가 신경숙, 산악인 엄홍길, 만화가, 화가, 디자이너 등 44명의 인사가 직접 문구를 쓰고 그림을 그려 생명의 다리를 구성했습니다.
마포대교가 문구로만 조성됐다면 한강대교는 인사들이 직접 쓴 문구와 이미지를 함께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사진 속 조형물처럼 한강대교에는 인터렉티브형 난간은 물론, 생명의 소중함을 표현하는 조형 예술물이 노들섬과 교각 곳곳에 설치돼 있다는 사실인데요.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한 조형 예술물은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한강대교에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있습니다.
짧지 않은 거리를 혼자 걸었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던 사실만으로도 생명의 다리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된 것 같은데요. 실제 마포대교의 지난해 투신율을 살펴보면 2012년 대비 투신시도자는 늘었지만 실제 한강에 투신한 사람은 15명에서 8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투신 시도자가 늘었다는 사실을 다루면서 유명무실한 '생명의 다리'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투신'과 '투신 시도'의 정의를 명확히 구분하고 들여다보면 다른 평가가 가능합니다.
투신 시도자가 늘었다는 것은 생명의 다리가 유명세를 타고 마포대교가 명소가 되면서 목격자나 119신고, 생명의 전화 신고, CCTV 영상감지 등 다양한 경로의 투신 시도자를 집계해 투신 시도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발생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2012년 투신시도자가 0명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는데요. 이는 투신을 하기 전까지 다리 위에서 구조된 사람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생명의 다리 조성 이후, 투신을 시도하려 다리를 찾았다가 점등하는 문구를 보며 망설이는 사이 시민들의 신고와 CCTV, 생명의 전화 등을 통해 구조된 경우가 늘어난 것이지요.
TV, 언론을 통해 유명세를 탄 탓에 마포대교나 한강대교를 일부러 찾아 위로를 받는 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했다면 이번 주말 시간을 내서 생명의 다리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힐링 명소'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