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3월 말 발표된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소식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분리, 삼성SDS에 의한 삼성SNS 흡수합병과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지분매각을 진행했다. 또한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사업은 에스원으로 이관하는 등 여러 크고 작은 사업 재정비가 이뤄졌다.
이를 놓고 후계구도 실탄 확보 지원용이라거나 일감 몰아주기 문제와 과세 리스크 해결이라는 해석도 곁들여지고 있으나, 결국 전체적 흐름은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위해 사업을 신속하게 합병과 분할을 거듭하는 '퍼즐 맞추기'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뉴스는 다소 이색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합병 건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호재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신속한 퍼즐이라는 관점으로 볼 문제는 아니라는 부분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공장 건립? 떡고물만 노리기엔 한계
이번 합병을 놓고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경쟁력 강화를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배터리 분리막과 다양한 소재 요소기술을 유기적으로 흡수한다는 것.제일모직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이어 에너지·자동차 소재를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던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1일 하이투자증권이나 KDB대우증권이 장기적 관점에서 이번 합병 호재를 볼 것을 당부하는 보고서를 냈듯 시너지 효과가 바로 당장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제일모직이 개발 중인 2차전지 분리막 및 소재사업은 아직 본격적 사업화를 언급하기 이른 감이 있다는 게 관건이다.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중대형 전지 특성상 이를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해석은 이런 이유로 뒤따른다.
그러나, 전기차 메이커인 테슬라가 지난 2월 전지공장 건설계획을 내놓아 산업계가 크게 술렁인 점을 기억한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테슬라는 '모델S'에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가 아니라 노트북·카메라에 들어가는 소형 원통형 2차전지를 써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가 전기차와 2차전지 시장을 키우면, 한국 기업들도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한국의 삼성SDI·LG화학과 같은 회사와도 제휴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가 직접 생산에 매달리는 경우 이 같은 수혜 기대감이 충족될지 혹은 그림의 떡이 될지가 문제다. 맹점이 있는 셈이다. 아울러, 테슬라 하나만 바라보고 소형전지 증설 등 무리수를 두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는 바도 고민거리다. 삼성SDI 같은 경우 작년 4분기 적자를 낳은 원인 중 하나로 소형전지 의존도가 높은데 이 부문 성장세가 이전만 못하다.
이번 이슈가 당장 큰 호재로 작용해 1분기 실적 회복을 가져오느냐 여부도 중요하나, 그보다 긴 안목에서 이번 수를 조망할 필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사장 교체 후 실적 악화 굴욕이라는 문제도 삼성SDI가 풀어야겠으나 더 큰 그림을 위해 이 문제는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혹은 보기에 따라 이번 합병의 그림은 박상진 사장에 대한 재신임으로까지 넘겨짚을 수 있다.
◆소형전지 매달리는 대신 시간 들여서라도 중대형으로 위험 분산?
삼성SDI가 2차전지 업체로서 상위권을 유지하려면 중대형전지 및 ESS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LG화학을 견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력 평가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경쟁력 보고서에서 13개 분야에 걸친 전기차용 2차전지 배터리 평가 결과 LG화학이 종합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힌 점은 삼성SDI의 공략이 시급한 부분을 잘 짚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삼성SDI가 우려를 사고 있으나 제일모직 합병 추진 등으로 장기적인 회복 추진 구상의 성적표에 시선을 둘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차전지 관련 사진. ⓒ 삼성SDI |
한편, 삼성전자가 구글 견제라는 목적으로 웨어러블기기에서 '타이젠 OS'를 띄우는 번거로운 수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점과 이번 삼성SDI 합병 건을 겹쳐볼 수도 있다는 전개 역시 흥미롭다. '삼성식 사업전략'을 이해하는 데도 이번 이슈는 또 다른 시사점을 확인시키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