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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천하] 준비 없는 도전이 낳은 한국 격투기의 수난

프라임경제 기자  2007.03.16 08: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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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2일은 한국 격투기의 수난의 날이었다.

이날 일본서 열린 ‘K-1 히어로스 2007 개막전’엔 두 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했다. 그러나 모두 기량 면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나란히 패하고 말았다.

필자를 더욱 약 오르게 한 것은 추성훈에게 불명예를 안긴 사쿠라바 가즈시가 닉네임만 거창한 유리 플레이보이 키세로프에게 암바로 탭아웃 승을 이끌어 냈다는 사실이다.

우선 김민수를 보자. 지난 4일 최홍만과의 시합 후 8일만에 다시 링에 오른 마이티  모를 한국의 미스터 샤크 김민수가 상대하게 됐다. 경기 전 승리를 자신했던 김민수는 최홍만의 패배를 대리 복수 해주겠다는 식의 인터뷰까지 했다.

그러나 아직 김민수가 마이티 모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많은 격투 관계자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필자 역시 실낱 같은 이변을 기대하고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최홍만 때도 그랬고 이번 김민수 역시 상대에 대한 분석이나 작전이 전혀 서 있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초반 마구잡이로 그라운드로 몰고 가려는 작전은 스탠딩에 자신있는 마이티 모의 강력한 힘의 저지로 무산되고, 결국 본인이 아직 되지도 않는 스탠딩에서 정교한 강펀치의 소유자와 맞설 수 밖에는 없었다.

펀치 스피드도 김민수의 몇 배는 돼 보이는 마이티 모는 혼전 중에도 눈을 감지 않고 끝까지 상대를 주시하며 강력한 오른손 훅을 김민수의 안면에 정확히 꽂히게 했다.

마이티 모는 자신보다 30cm 이상 큰 최홍만의 안면에도 정확하게 주먹을 날렸던 선수다. 따라서 김민수의 신장과 어설픈 주먹 공격은 마이티 모에게 쉬운 승리를 낚아 주는 선물일 수밖에 없었다.

최홍만 같은 경우 한국 격투기를 대표하는 선수가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의 유명세에 따른 무리한 방송 스케쥴 등이 운동에 전념해야 하는 선수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뺏어 버렸고 본인의 장점인 큰 키를 이용하는 ‘거리’를 상대에게 주지도 못했고, 결국 마이티 모처럼 ‘작은’ 선수에게 완벽한 타이밍에서 큰 주먹에 안면을 강타 당하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김민수는 아직 최홍만 정도의 레벨을 가진 선수가 아니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그라운드로 몰고만 가려는 그의 조금은 대책 없는 작전은 먹혀 들지 않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스탠딩 타격전은 당연한 패배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최홍만의 경기 때도 그랬고 김민수 역시 작전이나 분석이 전혀 없어 보였다.

지난해 4월 종합격투기 진출을 선언한 금강장사 출신 신현표도 개그맨의 이력을 가진 베르나르 앗카에게 아무 것도 못해 보고 패해 버렸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준비 기간이 11개월이면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나 그런 선수를 링에 올린 관계자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일본 스포츠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정확한 분석과 준비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역시 현대 스포츠에서 예리한 분석을 빼고 경기를 한다는 것은 곧 패배의 지름길로 이어진다.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와 선수의 약점을 빠른 시간 안에 보완하는 코칭스태프의 노력, 그리고 과학적인 상대의 분석만이 한국이 격투 강국으로 갈수 있는 바른 길이 될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선수를 링에 급히 올려 망신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력하고 노력하는 것만이 강자로 살아남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 격투기의 간판선수인 최홍만은 깊은 저변에서 나온 선수가 아니라 이변에 의한 탄생이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눈 앞의 이익만을 우선으로 한다면 한국 격투기의 미래는 없다.

방송사들도 이미 정상의 자리를 잡은 외국 격투경기에 몇 백 억씩 갖다 바치기 보다 국내에서 노력하는 단체들에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폭넓은 저변에서 진정한 강자들이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홍 준 철
(주)미션팩토리 대표
사단법인 정통합기도 협회 기획본부장겸 수도관 사범부장 전 MBC ESPN 해설위원
격투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