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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수직계열화·후계구도' 삼성SDI-제일모직 합병 의미는?

후계구도 정리 벗어나 신수종 등 그룹 전반 아우르는 접근 시그널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3.31 16: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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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승계구도에 당장의 유형적 영향력은 없으나 상징적 의미가 큰 전환점.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이슈가 31일 부각된 가운데 이 문제를 삼성의 소재 수직계열화 완성과 후계구도 명확화라는 의미에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그룹 전반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길목에서 이정표 하나를 확인했다는 풀이다.

삼성 소재·부품 분야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치면 이는 삼성전자의 소재·부품 수직계열화 완성을 의미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 20%를 가진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이번 합병을 통해 제일모직도 삼성전자 일원으로 편입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힘실을 소재 수직계열화에 영향

삼성그룹의 역사에서 핵심적 의미를 갖고 있는 제일모직. 하지만 제일모직을 섬유 및 의복 관련 이슈로만 떠올리기에는 이미 그룹 내에서 갖는 위상이 상당히 크게 변했다.

  삼성 서초 사옥. ⓒ 프라임경제  
삼성 서초 사옥. ⓒ 프라임경제
제일모직이 보유한 배터리 분리막과 다양한 소재 능력이 이번 '삼성SDI+제일모직'의 방정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쳐지면, 배터리사업의 원천 경쟁력인 소재 경쟁력 강화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능력은 물론 에너지·자동차 소재 발전 등 여러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단순히 제품생산에 매달려서는 세계 유수 전자업체들과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온 바 있다.

신수종 발굴에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골몰하고 있는 와중에 수직계열화 완성의 효과를 가장 크게 뽑아낼 수 있는 영역에 시선을 준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3남매간 업무 분담 명확하게 긋고 가자 '스스로 숙제낸 셈'?

현재 삼성SDI의 대주주는 삼성전자, 제일모직은 국민연금공단이 11.63%로 1대주주, 삼성카드 등이 7%대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합병 후 삼성전자의 삼성SDI 지분율은 11%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의 합병이 기존 삼성의 순환출자구조에서 특별히 기존 틀을 흔들 정도의 영향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그러나 실질적 효과나 영향력 못지 않게 포스트 이건희 체제, 즉 3남매 간 역할을 분명히 그리는 효과를 갖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번 제일모직은 패션사업부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에게 넘긴 바 있다. 이후 남아있던 소재사업이 이번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쪽으로 합병되는 것으로 이번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시각이 대두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각각 관할하는 구도가 이미 확인된 바 있고 이번 이벤트로 이를 좀 더 명확히 매듭짓는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삼성석유화학의 지배권 등을 생각하면 기존 확인된 3남매 간 '분배 구조도'대로 풀어가려고 할 경우 추가 작업에 멀지 않은 시간 내 착수할 필요성이 높다.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아래로 편입됨에 따라 삼성물산 지분을 제외하고도 삼성전자의 영향권에 있는 삼성석유화학 지분은 34.4%로 오르는 새 문제가 생긴다.

삼성이 그룹 전반의 차원에서 신수종 등 차세대 먹거리 개발을 위한 퍼즐을 이리저리 끼워맞추는 동시에, 여러 가지로 후계 관련 그림도 염두에 두는 복잡한 셈을 하고 있다는 의미부여가 가능한 상황이다. 삼성이 스스로 문제를 내고 이를 해결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만큼 시장에서 기존에 논의된 여러 계열사 간 합병 가능성은 모두 일단 시험대에 오를 수 있는 틀이 짜여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