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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로보노] '일하는 학교'에서 오히려 얻은 것들

방희조 독서칼럼리스트 기자  2014.03.31 09: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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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솔직히 필자는 겁이 났다. 일반적인 청소년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순진한 시선 대신에 다소 냉소적인 시선이, 그리고 수용적이기보다는 다소 공격적인 언어가 이들을 지배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일하는 학교'라는 곳이 있다. 20세 전후의 청년들이 자립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 주자는 취지로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필자는 지난 여름부터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과목은 '자기이해와 글쓰기'이다. 
 
이미 가정이나 학교에서 거부나 배신을 경험한 아이들, 이미 세상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제대로 치르고 그야말로 쓴 맛을 제대로 봐서 조로(早老)한 아이들. 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솔직히 필자는 겁이 났다.
 
일반적인 청소년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순진한 시선 대신에 다소 냉소적인 시선이, 그리고 수용적이기보다는 다소 공격적인 언어가 이들을 지배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것은 내 편견에 지나지 않았다. 
 
성인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들을 어린 나이에 겪어야만 했던 이들이 감당했던 고통과 좌절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이들은 일반적인 학생들과는 다른 이력들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억울하게 혹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던 힘든 과거를 뒤로 한 채 새로운 삶을 살고자 이곳에 왔다. 
 
환경이 여의치 않아 발현되지 못했던 숨겨진 재능을 찾아보고, 어른들의 왜곡된 시선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더욱 주눅 들어야했던 과거를 용서하고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해 버려졌던 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하나의 귀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의 격려를 힘입어 세상에 다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내어본다. 
  
이들의 힘든 과거는 또래 친구보다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박탈했을 지도 모른다. 환경이 좀 더 뒷받침되어 줬더라면, 혹은 잠시 방황하던 시절 이들을 잡아줬던 손길이라도 있었다면 이들은 훨씬 쉽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은 길고, 이들에게 남겨진 기회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그들이 감내했던 고통의 깊이만큼 마음의 키는 이미 훌쩍 커 있었다. 오히려 순탄하게 청소년기를 보낸 학생들보다도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이해도나 관점이 훨씬 성숙돼 있었으며, 앞으로 웬만한 장애물 앞에서는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단단한 정신력을 갖추고 있었다. 
 
부모님이 청각장애인인 한 학생은 독서에 심취함으로써 오히려 훌륭한 언어구사력과 고도의 추상적인 사고력을 갖게 됐고, 어렸을 때부터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손수 돌봐야했던 한 학생은 노약자 및 환자를 돌보는 일에 자신감이 있었다. 정규교육에 얽매이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마인드가 뒷받침이 돼 디자인에 탁월한 감각을 보이는 학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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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그들이 남들보다 좀 더 어렵게 보낸 시간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수업을 갈 때마다 내가 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올 때마다 내가 느끼는 것은 오히려 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방희조 독서칼럼리스트 /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연구원·전문강사 / 전 KBS·MBC 방송작가 / '일하는 학교' 체험적 글쓰기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