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최민지 기자 기자 2014.03.31 09:12:44
[프라임경제] #1. 유난히 장사가 잘 안 되는 날. 미리 준비한 식자재를 묵힐 수도 없고, 차라리 싸게라도 팔아줄 손님을 불러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유용할까? 가게 사장님들이라면 늘 안고 있을 법한 생각이다. 그렇다고 소셜커머스 업체에 미리 할인쿠폰을 뿌려놓을 수도 없다. 가게를 알리기엔 좋은 방법이지만 소셜커머스 손님은 바쁜 날, 파리날리는 날을 골라 오는 게 아니라는 게 A 식당 사장님의 풀리지 않는 고민이다.
#2. 맛집을 찾기 위해 많은 정보를 훑어보지만, 어쩐지 신뢰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다는 불만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파워블로거 등 정보를 생산하는 이들은 많아졌지만 정직한 정보를 걸러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없는 셈이다. B씨는 맛집을 찾고 싶을 때마다 '알면서도 속는다'는 느낌을 받으며 웹서핑을 할 때가 적지 않다.
지역기반 소셜네트워크 업체 씨온(대표 안병익)은 '가장 좋은 정보는 대중이 만드는 것'이라는 믿음 하에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조직하고 공유하는 틀을 만든다. 2010년 출범한 씨온은 민간소비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지역기반 업소들이 발전하는 토양을 제공하고 이끄는 '빅데이터 프로바이더'를 목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좋은 정보는 대중이 만드는 것" 소셜커머스 한계 탈피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 사람들의 삶에 파고든 서비스는 위치를 기반 삼은 '지도'와 정보를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서비스를 결합한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야말로 스마트폰시대의 가장 촉망받는 영역이다.
씨온은 회사의 이름과 같은 '씨온' 서비스를 통해 위치기반 소셜 기능과 장소 콘텐츠를 묶었다. 여러 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를 쉽게 형성할 수 있도록 했고 주변 매장의 이벤트 정보도 제공하는 기능을 더하기도 했다.
이 씨온을 기초로 쌓인 정보를 토대로 맛집을 찾아주고 가격 절충 등 아이디어를 더한 '식신 핫플레이스'와 '돌직구'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식신 플레이스는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지역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잘 충족시킨 모델로 꼽힌다. ⓒ 씨온 |
여기까지 말하면 보통 싼 가격에 구매정보를 제공하는 '소셜커머스'부터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지금까지 등장했던 소셜커머스는 판매자 위주로 편성됐기 때문에 한계와 아쉬움 또한 빠르게 나타났다. 소비자 수요를 일으켜야 한다는 필요성에 집착한 나머지 '반값할인' 등 출혈 경쟁으로 치닫는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셜 커머스는 공급자(업소) 입장에서는 경우에 따라 원가 이하로 팔다 보니 품질이 받쳐주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소비자들로서도 막상 소셜커머스 이용 고객을 반가워 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문제가 튀어나왔다.
안병익 대표는 "점주 입장에서 40~50%의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하는 (소셜커머스) 쿠폰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어 쿠폰 수급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점주와 고객 간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없는 판매자 일방적 제공방식도 서비스 발전을 저해하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본다"고 지적한다.
씨온에서는 소셜커머스의 한계인 '시간과 상황에 따라' 공급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점을 극복한 '돌직구'를 선보였다. 먼저 소비자가 '어느 역 근처에 원하는 메뉴는 무엇, 인원은 몇명' 등 조건을 제시하면 조건이 맞는 주변 업소들이 얼마에 제공하겠다는 식으로 '역경매'를 해 가장 적절한 업소와 연결을 짓는다.
안 대표는 "골목상권을 위한 서비스는 제살깎아먹기 식의 무리한 경쟁이 아닌, 점포에 대한 제품 또는 메뉴, 고객후기 등의 매장정보를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알리고 고객과 점주가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마련해 주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할인이나 서비스 제공 등은 오히려 그 다음 순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려운 곳을 긁어준 돌직구는 현재 약 8000개의 업체가 입점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고, 지난 1월 앱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스마트앱 어워드 2013'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정확한 맛(식신)·적당한 가격(돌직구) "지역기반 SNS에 답 있네"
'식신 핫플레이스'의 특징 역시 소통이다. 안 대표는 "기존의 일방적인 맛집 정보 서비스와 달리 유저의 참여가 있어야만 서비스가 완성되고, 컨텐츠(맛집리뷰)를 생산한 유저는 지역의 '식신'이라는 칭호를 받음으로써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고 식신 핫플레이스가 '정보의 공신력'을 높이는 구조를 설명한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돌직구와 식신 플레이스 등 지역기반 SNS의 성공모델들을 빚어내 IT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 최민지 기자 |
그러나 "식신 핫플레이스는 자신과 비슷한 선호 메뉴를 가진 식신을 팔로잉하면 맛집을 선택하는 데 훨씬 용이하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또 아 같은 서비스 형태는 광고성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리얼한 식당 후기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고 나쁨에 따라 식신의 도태 여부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설픈 전문가나 전문가의 탈을 쓴 광고가 필터링되는 효과가 있다.
식신 핫플레이스를 활용해 작성된 '맛집 지도'가 페이스북에서만도 5000건 공유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 반응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신뢰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식신 핫플레이스는 앱과 웹 2가지 버젼을 제공하는데, 앱은 약 2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고 식신 전체로 보면 2만3000곳가량의 매장이 올라있다.
전 인원이 모두 리뷰를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씨온에서 체크인한 숫자만 1억3000만이 넘는다고 하니 식신에 쏠린 소비자들의 신뢰와 관심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식신 핫플레이스는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 67개 도시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는 등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사용자 피드백으로 '외연확장' 모색…하반기는 빅데이터 프로바이더
이처럼 소비자들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데에는 씨온이 기반이 돼 식신과 돌직구에 정보의 선순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씨온 클럽데이를 열어 소비자 의견을 수렴하고, 대학생 서포터즈와 와이프로거 등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피드백을 받고 있다.
안병익 씨온 대표. = 최민지 기자 |
이처럼 고객들의 정보를 활용해 더욱 큰 정보를 만들어 내는 작업에 익숙한 씨온의 목표는 당연히 '빅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할 수 있는가에 가 닿는다.
안 대표는 올해 25억에서 30억원가량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구축해 온 씨온의 기틀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고 이를 자산삼아 2014년을 본격적인 서비스 확장의 해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어서 올해 하반기부터 "정보서비스 부문에서 광고비지니스 부분을 추가할 것이고 빅데이터 솔루션을 통한 프로바이더 역할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지난해부터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상권분석, 마케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연구개발(R&D)을 계속하고 있다"고 부연한 안 대표는 이처럼 정보의 활용도를 높이고 정밀하게 다듬으면 소상공인 업주들에게 더욱 유용한 '정보의 바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