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경수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 이사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사실상 거래소 휘하에 있던 예탁결제원이 민영화 필요성을 주장하며 독립을 원하고 있고 최대주주인 증권사들이 공개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현 정권 들어 공공기관 수장 상당수가 모피아로 채워져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대표적인 모피아 출신인 최 이사장은 최대주주이자 협력관계인 증권사들의 도전을 받게 된 셈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36개 증권사 및 선물사 임원들이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 모여 주주협의회를 구성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협의회 대표로 선출했다.
◆증권사, 지분 85% 쥐고도 '영원한 乙'
한국거래소는 29개 증권사와 7개의 선물사를 비롯해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 거래소 우리사주 등이 주주로 올라 있다. 이 가운데 증권사 보유 지분율은 85%에 달한다. 사실상 거래소의 주인은 증권사라는 얘기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 한국거래소 |
지난해에도 3번의 거래사고를 일으킨 거래소가 최근 국고채선물 거래 중단 등 잦은 거래사고를 내고도 회원사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전가한다는 불만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더구나 올해 들어 거래소가 증권 거래 수수료 인상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주주협의회는 오는 31일 예정된 거래소 정기주주총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관리감독 기관인 거래소에 언제나 '을'이었던 업계가 이번을 계기로 첫 실력행사에 나선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공공기관들의 '갑질' 행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도 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대형사 임원은 "거래소가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은 안하고 책상머리에 앉아 명령만 내리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거래소의 비합리적인 행정을 개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홀로서기' 원하는 예탁원 "거래소와 경쟁"
최 이사장의 고민은 업계와의 불편한 관계만이 아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이 공식석상에서 민영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거래소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도 부담이다.
현재 거래소는 예탁원 지분 70.41%를 차지하고 있고 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도 4.6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예탁원은 정관변경이나 사업 계획에 대해 모두 거래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대체거래소 개설 등 거래소 민영화 이슈가 부상하면서 예탁원도 공공기관 해제를 통해 경쟁 체제로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었다.
유재훈 예탁원 사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예탁원을 민영화해 (거래소와)경쟁체제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사장은 이 같은 종속 관계를 본인 임기 안에 끊고 예탁원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관으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가장 큰 시련을 맞은 최경수 이사장이 복잡하게 꼬인 관계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그의 향후 입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