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국 전국시대 증삼(曾參)은 공자의 뛰어난 제자이자 효행으로도 이름이 높은 인물이었다.
어느 날 이웃사람 하나가 증자의 어머니를 찾아와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했다. 이를 믿지 않은 증자의 어머니는 태연히 베를 계속 짰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뛰어 들어오며 말하기를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했다. 증자의 어머니는 이번에도 미동도 않고 베를 계속 짰다.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어떤 사람이 또 들어와 말했다.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자 이번에는 증자의 어머니가 두려움에 떨며 베틀의 북을 던지고 담을 넘어 달렸다.
어머니로서야 당연히 효심이 깊고 학문이 높은 증삼을 믿었겠으나, 세 사람이 그를 의심하며 말하니 더는 그 어머니조차도 아들을 믿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근거 없는 유언비어도 여러 번 퍼지면 믿게 된다는 얘기를 이 고사에 빗대 '증삼살인'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 S5가 국내시장에 27일 출시됐다. SK텔레콤이 영업정지 일정을 고려, 조기출시를 강력히 요청한 끝에 출시를 강행했다고 해 더 눈길을 끌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역학관계를 분석하기도 하고 '조기출시 불가'로 일관한 삼성전자로서도 잃은 게 없다는 해설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이 조기출시 문제는 휴대전화 시장의 기본기능 자체가 무너졌음을 확인한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일명 19만원짜리 갤럭시S5 등장설 때문이다.
출시 첫날부터 일부 온라인 판매점에서는 출고가 86만6800원인 갤럭시 S5를 19만원에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네티즌들은 법정보조금 한도인 27만원을 훨씬 뛰어넘은 할인이 이뤄졌다는 소식에 흥분했다. '3·27대란'으로 이름이 붙기도 했다.
물론 이는 일종의 해프닝이자 사술에 가까운 상술로 판명됐다. SK텔레콤은 27일 오후 이례적으로 즉시 보도자료를 내 "금일 출시한 갤럭시S에 법정 보조금 이상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온라인 판매점이 요금 할인을 단말기 보조금인 것처럼 속여, 보조금과 합산해 기기 구매가격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69요금제로 24개월 약정 가입 때 월 1만7500원씩 총 42만원의 요금을 할인받는다고 설명했다. 즉 이 온라인 판매점은 42만의 할인금액을 갖고 보조금인 양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제 시장에서는 온갖 탈법이 성행해 출시 첫날 19만원짜리 스마트폰 신제품이 등장한다는 낭설이 퍼져도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대목이다. 글로벌 출시 예정을 뒤엎고 조기출시된다는 상황을 만들어낼 정도로 제조사 대비 입김이 강한지 모르겠으나, 국내 이동통신업계는 한낱 판매자의 세치 혀에 보조금 규정을 가볍게 깰 수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될 정도의 허약한 위상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