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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한화증권 사장 '책임의 아이콘'된 사연은?

'매도'리포트·임원주식보유제·드래프트 인사…비난에도 연일 강공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3.27 17: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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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강공' 드라이브를 건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조직 개편작업이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전직원의 20% 이상을 감원하고 임금 삭감을 단행하는 등 극단적인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임원 주식 보유제도'를 업계 최초로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주 사장을 비롯해 모든 임원들이 연봉의 일정 비율로 회사 주식을 사들여 퇴직할 때까지 보유하는 게 기본 골자다.

몇몇 대형사들이 유상증자를 위해 임직원의 자사주 매입을 의무화한 적은 있지만 이번 내용은 조금 다르다. 모든 임원이 오는 6월30일까지 의무적으로 배정받은 비율을 채워야하고 평균 연봉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 매입에 써야 한다. 그만큼 주가 방어 효과는 상당할 전망이다.

◆리빌딩 키워드는 '책임'

지난 25일 한화투자증권은 임원들이 최근 3년 동안 받은 연봉과 성과급을 합산해 평균 소득에 따라 대표이사 150%, 본부장 100%, 상무보 이상은 50% 씩 매입비율을 확정했다. 예를 들어 A상무가 지난 3년 동안 평균 2억원을 연봉으로 받았다면 절반(50%)인 1억원을 석 달 안에 자사주 매입에 써야 한다는 얘기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 한화투자증권
이 같은 결정에 회사 주가도 조금씩 반등하는 모양새다. 이달 초 37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0일 3390원까지 하락했지만 21일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 27일 종가기준 3585원으로 올라섰다.

특히 임원 주식 보유제도 도입을 발표한 25일 이후 외국인과 기관발 매수세 유입이 뚜렷하다. 취임 직후 줄곧 '책임경영'을 철칙으로 내세웠던 주 사장의 경영 마인드가 조금씩 성과를 거두는 셈이다.

물론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기준 66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71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급락해 각각 -6.7%와 -6.7%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 주 사장은 지난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여러분의 지속적인 성원에 불구하고 지난해 실망스러운 경영성과를 말씀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위기 타개를 위해 주 사장이 연이어 꺼낸 카드의 공통 키워드는 '책임'이다. 450여명에 달하는 인원 감축과 함께 전직원 연봉 삭감이 관철된 데 이어 개혁의 목표가 된 곳은 리서치센터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종목 리포트에 '매도' 투자의견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기존 4단계였던 투자의견 등급을 '매수' '보유' '매도' 3단계로 단순화하고 '보유'와 '매도' 의견을 전체 분석대상의 40% 비중에 맞춰 관리하는 게 목표다.

올해 발간된 증권사 종목리포트의 90%가 '매수' 의견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1주일간 현대미포조선과 KDB대우증권, GS건설에 대해 줄줄이 '매도'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매수 추천에 매몰됐던 리서치 문화를 과감히 개혁해 애널리스트들이 본인의 투자의견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리서치의 근간인 신뢰와 소신을 더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리테일(지점영업)을 중심으로 마치 프로농구나 야구팀이 신인선수를 지명해 선발하듯 지점장이 지점 직원을 직접 뽑는 '드래프트' 인사 제도를 시행했다. 사업부별 독립 경영을 강조하면서 실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리테일 부문에 치열한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의도다.

회사 관계자는 "일단 리테일 인사에만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해 성과를 지속적으로 확인한 뒤 다른 부서와 본사까지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지점장이 원하는 직원을 직접 선발하는 만큼 팀워크가 중요한 리테일 영업에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조망했다.

책임과 변화, 독립과 소신으로 대변되는 주진형식(式) '리빌딩'에 대해 업계는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다만 주 사장의 개혁 드라이브가 지나치게 성급하고 본인 기준대로 조직을 재단하려 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인사 공백·부작용 우려, 투자자 비난 '넘어야 할 산'

이 중에서도 3개월째 공석인 리서치센터장 자리를 두고 인사가 지나치게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최석원 센터장이 사임한 뒤 센터장직은 여전히 비어있다.

주 사장이 직접 리서치 회의에 참석하고 리포트 체계 변화를 진두지휘한 만큼 신임 센터장 영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업무 공백이 길어지면서 주 사장의 인사 기준이 너무 깐깐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여기에 리테일 부문에 도입된 드래프트 인사 제도에 대한 부작용도 주 사장의 향후 경영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조직 내 파벌 횡포와 직원들의 경력 단절 등 폐해가 잇따르자 올해 들어 드래프트 제도를 전격 폐지했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중소형증권사 임원은 "개인의 능력이 그대로 반영되는 만큼 지점별로 실적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질 것"이라며 "지점장 혼자 지점 인사를 독점할 경우 전체 조직의 화합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리서치센터가 공격적으로 내놓는 종목 리포트의 '매도' 의견은 해당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에게 십자포화를 맞았다. 지난 18일 현대미포조선에 대해 '매도' 의견이 발표되자 일부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

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의 언론플레이 가능성을 언급하며 음모론을 펼쳤다. 더구나 당일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들여다보면 전일 거래량이 전주대비 2만주가량 증가했고 이틀간 기관을 중심으로 매기가 몰리면서 오해를 키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