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의 성희롱 논란이 꼭 한 달 만에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노동조합의 고발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이번 주 안에 결과 처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협회 박종수 회장. ⓒ 금융투자협회 |
노동부는 고발 접수 직후인 같은 달 21일 근로감독관을 금투협에 파견해 기초조사를 마쳤고 곧 결과를 양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당초 노동부의 사건 처리 기간은 이달 말까지였다. 담당 감독관은 처리 기간을 다음 달 16일로 한 차례 연장했으나 예정보다 빨리 사건이 종결되는 셈이다.
노동부 A감독관은 "지난달 진행한 기초조사를 토대로 고발 내용과 사실 관계에 대한 파악이 끝났다"며 "미리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이번 주 안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된 것에 대해 A감독관은 "노조 측 주장대로 당시 상황이 성희롱이 맞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처리 기간을 연장한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고발장이 접수되면 대부분 법적 검토 작업을 거치는데 사안에 따라 기간이 빨라질 수도 있고 늦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희롱 강연 직후 '짧은치마 서빙' 주점서 회식"
노조 측이 지난달 박 회장에 대한 노동부 고발을 공론화한 직후 노조와 협회는 사실관계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9일 서울 여의도 협회 본사에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교육이 진행됐다. 오후 5시에 시작된 강의는 1시간 만에 끝났고 오후 6시부터 '체육대회'를 겸한 회식이 있었다. 문제는 회식이 열린 장소였다. 협회 인근 B주점이 개최장소로 섭외됐는데 노조 측은 이를 '섹시바'라고 판단했다.
노조 관계자는 "성희롱 교육을 한지 반나절도 안 됐는데 미니스커트 입은 여종업원을 앞세운 주점에서 전체 회식을 진행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노조가 사전에 장소 문제를 지적해 반대했지만 사측이 이를 무시하고 협의 없이 행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B주점에 대한 인터넷 상 평가글에는 젊은 여성 종업원이 짧은 치마 등을 입고 서빙을 하는 곳으로 묘사돼 있다. 일부 여성들은 거부감을 표현한 글도 눈에 띈다. |
그러나 해당 업체는 20대 여종업원들이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서빙을 해 인터넷상에서 상당한 유명세를 누렸다. 홍보사이트에도 'OOOO는 '캣츠걸'들의 K팝 댄스공연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소개 문구가 있다. 퇴폐적인 '섹시바'는 아니더라도 여종업원을 '캣츠걸'로 지칭해 홍보하는 것은 사실인 셈이다.
◆협회, 평상복 착용 지시…행사 사진에는 '미니스커트'
장소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 협회는 즉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입장을 전했다.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업원들에게 평상복 착용을 부탁했고 노조가 괜한 오해로 일을 크게 키웠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금투협 노조가 공개한 당시 행사장 사진(위)에는 흰 셔츠와 짧은 치마 차림의 종업원이 찍혔다. 아래 사진은 B주점이 제작한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종업원들의 공연 모습으로 같은 유니폼을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
이와 함께 협회 측은 "행사 당일 일반복장 착용을 업주에게 요구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노조의 주장과 제시된 증거는 당시 협회 해명과 사뭇 다르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행사가 열린 날이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인지 여종업원들이 빨간 모자에 몸에 붙는 흰색 셔츠,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며 "일부 종업원이 후드티를 입기는 했지만 평상복 착용을 지시했다는 회사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맞섰다.
실제 본지가 확보한 행사 당일 촬영사진에는 몸에 붙는 흰 셔츠에 검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종업원의 모습이 찍혀 있다. 이는 B주점이 제작한 홍보영상 속 종업원들의 옷차림과 같다.
한편 고용부가 해당 사건을 성희롱으로 인정하면 해당 기관은 기관주의 조치 또는 경고 등을 받을 수 있다. 노조는 고발 내용이 인정될 경우 박 회장에 대한 형사 고소를 검토 중이라며 벼르고 있다.
이에 반해 협회 측은 '이미 지나간 이슈'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협회 관계자는 25일 "노조 성명 이후에 잠깐 이슈가 되긴 했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이야기 자체가 묻혔다"며 "딱히 회사 쪽에서 상황을 파악하거나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