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19일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제4이동통신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는데요. 이번이 무려 6번째 도전입니다.
지난 5번째 도전 때 KMI는 본심사는 구경도 못 한 채 어이없이 제4이통 허가 신청을 철회해야 했죠. 마감시간까지 보증금 납부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주파수 할당신청에 실패했기 때문인데요.
당시 KMI가 내세운 보증업체 3곳 중 한 곳이 보증하지 않기로 급작스럽게 입장을 바꿔, 새로운 보증업체를 서둘러 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죠. 이에 KMI는 주파수 할당신청 마감시간인 오후 6시를 넘기게 됐습니다. 단독으로 제4이통에 도전하게 된 KMI는 마감시간 1시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도전을 철회하게 됩니다.
이 같은 도전 철회보다 KMI를 더 안타깝게 만든 사건이 있었는데요. 일각에서는 '음모론' 또는 '방해공작'으로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제4이통에 도전하는 KMI를 저지하기 위해 한 이통사가 방해공작을 펼쳤다는 것인데요.
이 관계자는 "모 이통사가 해당 문건을 제4이통 심사위원 대상들에게 뿌리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였다"고 비난했습니다.
당시, 단독으로 제4이통에 도전한 KMI에 대해 내외부에서 기대 섞인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이통3사로 고착화된 이동통신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새로운 이통사 출범이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는데요. 반면, 재무구조 및 추후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공존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이통사가 제4이통의 우려만을 크게 부각시켜 문서화 해 심사위원으로 꼽히는 인물들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본지가 입수한 이 문건을 살펴보니, 총 7장에 달하는 문서에는 요목조목 제4이통을 반대하는 이유들이 나열돼 있더군요. 문건에 따르면 "제4이통이 선정될 경우 시장 내 보조금 경쟁증가, 신생 업체의 생존을 위한 지원정책 부담 등으로 통신시장 생태계 전반에 미치게 될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혀져 있습니다.
제4이통 관련 심사위원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유포한 KMI 음해문건. ⓒ 프라임경제 |
누가 해당 문건을 유포했는지는 기재돼 있지 않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할 정도입니다.
이 문건에서는 제4이통과 MVNO 타깃층이 동일하게 저가 요금제 이용자이기 때문에, MVNO 사업자 존립기반이 위협받는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이때 모 회사의 통신망을 빌려 MVNO 사업을 진행하는 아이즈비전의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언급이 등장합니다. 제4이통 심사를 강화하니 아이즈비전 주가가 올랐다는 기사 제목이 첨부됐죠.
또한, 제4이통이 조속한 손익분기 달성을 위해 저가의 중국 통신장비 구매에 나서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를 표했는데요. 이와 함께 LG유플러스가 중국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는 내용도 첨가됐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서는 시장점유율 사수에 나선 모 이통사가 제4이통 진출을 막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합니다. 제4이통 출범이 현실화될 경우, 5:3:2로 고착화된 이통3사 시장점유율 구조가 깨지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죠.
물론, 제4이통이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리스크야 분명 존재하죠. 하지만 3개 사업자가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장악하는 현 시점에서 국내 첫 LTE-TDD 기반으로 40만원대 보급형 단말과 저렴한 요금제를 통해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은 가계통신비 인하를 외치는 정부 방침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심사과정을 통해 정부가 꼬집어낸 후 탈락 또는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은 절차입니다. 거대 기업이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회사에 대해 방어막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 비방 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분명 문제되는 행동입니다.
이 같은 음해문건을 뿌린 이가 누구든, 공정경쟁을 등지는 행동으로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KMI의 이번 도전은 외부의 방해공작 없이 정부의 공정한 심사만으로 평가받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