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기자 기자 2014.03.25 08:00:35
[프라임경제] 6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59, 사진)의 오너십이 그룹에 어떻게 투영될지 벌써부터 시끄럽다. 재계 호사가들은 그간 정체된 빙그레가 기지개를 켤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하면, 경영승계 분석에 온힘을 다하기도 한다. 어찌됐건 김 전 회장은 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이 변수로 떠오른다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정계입문을 향한 김 전 회장의 야망을 '꺼지지 않은 불'로 해석하자니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3년이다. 내용을 좇아봤다.
최근 김호연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를 두고 3세 경영승계는 물론, 빙그레의 재도약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심심찮게 감지되는 등 다양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배경엔 정치 행보를 포기한, 내부결속 강화로 풀이되고 있다.
빙그레 BI. ⓒ 빙그레 홈페이지 |
이 때문일까. 바꿔 해석하자니 김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어쩌면 정계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일 수도 있다는 얘기도 가능해진다.
◆단 한 번의 기회, 정치인생 불씨 여전
오는 2018년까지 현 정권이 유지되는 동안 국회의원 선거는 2016년 단 한 번뿐으로, 김 전 회장은 3년 내 그룹 재건과 후계구도를 완성해야 맘 편히 현 정권에서 마지막 정계 재진출이란 대업을 거머쥘 수 있는 셈이다.
지난 2012년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지만, 이후 기회가 없었을 뿐, 앞서 18대 국회의원 낙선 이후 보궐선거로 정계에 데뷔한 족적만 봐도 그의 정치인생은 불씨가 여전하다.
ⓒ 빙그레 |
김 전 회장은 박 대통령과 끈끈한 인연을 갖고 있어 친박계 대표적 '키맨'으로 꼽히고 있다. 형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박 대통령이 장충초 동기동창일 뿐더러, 서강대 총동문회장인 김 전 회장은 박 대통령과 서강대 선후배 사이다.
SK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4녀 예정씨의 남편 이동욱씨도 박정희 정권의 실세였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5남. 동욱씨의 작은 형인 이동훈 제일화재 전 회장은 누나 김영혜씨의 남편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지난 2008년 정계진출의 꿈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정치 일선에 뛰어들기 위해 돌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18대 국회 충남 천안을에 출마했지만, 충청도 지역기반이 강한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신 후 2010년에 천안을 보궐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년이라는 짧은 보궐 임기를 마치고 2012년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지만, 이후 김 전 회장에겐 정치적 야심을 펼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호연 전 회장이 경영복귀를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야심을 떨쳤다고 장담하긴 이르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2018년까지고, 20대 국회가 2016년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남은 3년간의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자승계 실패한다면…경우의 수 '여럿'
김 전 회장은 1992년부터 빙그레 회장을 지내며 부채비율 4183%를 50%대로, 10년간 100억원이었던 누적적자를 2004년 순이익 350억원으로 바꿔놓는 등 '미운오리 새끼'였던 빙그레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주인공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올해 32세인 그의 장남 동환씨를 중심으로 한 경영승계 구도는 경험부족이 여전히 리스크로 떠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후계구도를 완성해야 할 김 전 회장에겐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는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동환씨는 지난해 언스트앤영(Ernst&Young) 한영 회계법인 인수합병(M&A) 어드바이저리 팀에 입사했다.
공인회계사가 아닌 그는 언스트앤영한영의 TAS(Transaction Advisory Services)본부 내에 속한 M&A팀에서 기업 매수 및 매각 관련 재무 자문 업무를 맡으면서 M&A 실전감각을 터득 중이다.
빙그레 주요 제품들. ⓒ 빙그레 홈페이지 |
상황은 이렇지만, M&A를 통한 사업 확장과 주요 히트상품개발을 통한 내실경영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빙그레는 동환씨의 경험 부족이 여전히 리스크로 잠재돼 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양유통과 빙그레 회장직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김 회장이 남은 3년 동안 회사를 키우면서 후계구도를 갖춰놓고 정치 입문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빙그레가 3년 안에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면 경영 승계도 무리가 따를 것이다"고 밝혔다.
그만큼 김 전 회장 복귀 3년 내 실적이 호전되지 않거나 눈에 띄는 히트상품이 발굴되지 않을 경우, 전문경영인 체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얘기도 벌써부터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김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시기적절할 수 있지만, 늦은 감을 지울 수 없다는 시선을 받기에 충분하다. 3년은 김 전 회장에게 있어 앞으로 중요한 시간이 될 공산이 크다. 김 전 회장의 의중이 어떠한 행보로 이어질지 세간의 시선은 당분간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