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우 기자 기자 2014.03.25 07:57:40
[프라임경제] 그동안 국내 디젤 자동차 시장은 수입 브랜드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독무대였다. 국산차 업계들도 간간이 디젤모델을 선보이긴 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그 사이 계속되는 '고유가 여파'로 높은 연비와 친환경성이 주목받으면서 수입 브랜드 공세는 멈출 줄 몰랐다. 국산차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등시키고자 다시 한 번 디젤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특히 한국GM은 중형 세단 말리부에 디젤엔진을 장착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실리를 추구하는 유럽에서는 높은 경제성을 가진 디젤모델이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어온 반면, 국내시장은 전통적으로 가솔린모델이 강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지속되는 고유가 현상과 기술력 발달로 국내에서도 디젤엔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디젤 차량이 가솔린 차량 판매를 사상 최초로 넘어서기도 했다. 즉, 가솔린 대비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디젤엔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GM이 꺼내든 '말리부 디젤'의 초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중형 세단 세그먼트에 출시된 디젤모델로, 출시 한 달 만에 연간 판매 목표치를 일찌감치 달성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중형차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대우시절부터 디젤 역사 선도…한국GM '선견지명'
사실 한국GM은 과거 대우차 시절부터 국내 디젤 승용 세단의 역사를 선도해 온 브랜드다.
한국GM(당시 새한자동차)은 지난 1980년 국산차 최초의 디젤 모델인 로얄 레코드 디젤을 출시했다. 당시 고급 차량인 로얄(중형 세단)에 디젤엔진을 얹은 로얄 레코드 디젤은 유지비가 적게 들면서 가솔린엔진의 대체물로 부각됐다. 하지만 심한 소음과 진동, 매연 등의 문제로 출시 이후 9년 동안 1만2000여대에 그쳐 결국 단종의 결과를 낳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에도 그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로얄 레코드 디젤 단종 이후 20년이 지난 2009년, 한국GM(당시 GM대우)은 유로 4(IV)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가변형 터보차저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탑재한 준중형 크루즈(당시명 라세티 프리미어)를 출시했다.
한국GM은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대한민국 디젤 승용 세단의 역사를 선도해 온 자동차 브랜드로, 지난 2006년 현대차 쏘나타 디젤 단종 이후 8년 만에 국산 디젤 중형 세단인 '말리부 디젤'을 선보이는 등 국산 디젤 세단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 한국GM |
실제 크루즈 디젤 모델은 출시부터 3년간 평균 크루즈 전체 판매량 중 약 11%를 차지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고, 준중형 크루즈 디젤이 당시 미미한 디젤 비중을 차지했던 내수 승용차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특히 2014년형 크루즈의 경우 차세대 GENII 6단 자동변속기와 2.0L 디젤엔진에 최적화된 파워트레인 조합을 통해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36.7kg·m △복합연비 13.8km/L로, 경쟁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성능과 주행감을 선사했다.
2014년형 쉐보레 크루즈는 지난해 총 4500여대가 판매됐으며, 이는 전체 크루즈 판매량 가운데 총 21%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반응이었다.
◆'다크호스' 獨엔진에 日미션 장착 '탄탄한 파워트레인'
이처럼 국산 승용 디젤 부분에서 '선구자' 역할을 맡아온 한국GM이 NF쏘나타(현대차) 디젤 이후 8년간 모습을 감췄던 디젤 중형 세단 세그먼트에 '말리부 디젤'을 선보였다. 그들의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말리부 디젤은 GM유럽 파워트레인이 개발하고 독일 오펠이 생산한 2.0L 4기통 첨단 터보 디젤 엔진과 일본 업체 아이신이 만든 2세대 전륜구동용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또 말리부에 장착된 첨단 터보 디젤 엔진은 다중 연료분사 시스템과 최적화된 분사제어를 통해 디젤 특유 연소소음을 절제하는 한편, 전자제어 방식의 가변형 오일펌프를 적용해 고부하 실주행 조건에서의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한국GM의 말리부 디젤에는 독일 오펠(Opel)사로부터 들여 온 2.0 디젤 엔진과 일본 아이신(AISIN) 제 2세대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독일 디젤 못지 않은 제품력을 갖췄다. ⓒ 한국GM |
특히 최대토크는 35.8㎏·m지만, 순간적 가속이 필요한 부분이나 언덕길에서 힘을 내야 할 대목에서는 더 센 힘을 낸다. 바로 오버 부스트(overboost) 효과 덕분이다. 오버 부스트 효과가 발생하면 말리부 디젤은 38.8㎏·m의 힘을 낸다.
한국GM 관계자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선점한 국내 디젤 승용차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단순히 라인업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상품성은 기본이고 프리미엄 가치를 더한 다양한 디젤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산차 업체들이 연비 개선을 요구하는 시장에 부응하지 못하는 가운데 '말리부 디젤'이 반전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이도 중형 세단 시장 내 말리부 디젤 바람이 거세다. 이젠 이 여세를 몰아 '디젤 명가'인 독일 자동차 브랜드에까지 견주게 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