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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운용 형사고발 위기…박현주 스타일 M&A의 몰락?

권준 TNPI 사장 "중소기업 기밀 빼내 영업방해, 법적절차 진행"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3.25 07: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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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크로스보더 M&A(국경 간 인수합병)'가 형사고발 위기에 처했다. 미래에셋그룹은 자회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을 통해 지난해 9월 글로벌 커피브랜드인 '커피빈(Coffee Bean)'의 미국 본사를 인수했다고 발표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 중소업체의 핵심 사업자료를 빼돌리고 사업권까지 빼앗으려했다는 주장이 불거지며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업체는 법무법인을 통해 미래에셋을 사법당국에 형사고발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지난달 말 일부 언론은 '미래에셋이 투자를 빙자해 국내 중소기업 TNPI가 보유한 중국 커피빈의 내부정보를 빼냈다'고 보도했다. 미래에셋이 TNPI에게 얻은 정보를 빌미 삼아 직접 미국 본사와 접촉해 아예 본사 지분을 사들이는 식으로 사업권을 가로채려했다는 것이다.

TNPI는 2012년부터 오는 2017년까지 5년 동안 중국 내 독점 사업권을 갖고 있음에도 개점휴업 상태다. 논란이 공론화한 이후 한 달이 흘렀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양측 주장이 완전히 상반돼 '진실게임'으로 번졌고 TNPI는 형사고발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권준 "미래에셋, 처음부터 SI 영입해 경영권 노려"

권준 TNPI 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래에셋이 의도적으로 투자를 내세워 내부 자료를 요청한 정황을 설명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미래에셋그룹
권 사장은 "2012년 10월 미래에셋이 우리가 추진하는 커피빈 중국 사업에 관심이 있다며 금전적 투자를 포함해 SI(Strategic Investors·전략적투자자)를 붙이겠다고 제안했다"며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4개월 동안 매달려 준비한 내부 자료와 외부 컨설팅 결과를 이메일을 통해 전달했지만 미래에셋은 자료만 받은 뒤 우리와는 거래를 끊었다"고 말했다.

권 사장에 따르면 TNPI는 2012년 5월 커피빈 중국 사업권 경쟁 입찰에 참여하기에 앞서 1100만달러(약 120억원)의 자금 조달을 완료했고 사업권 확보 후 2000만달러(약 216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이끌어냈다. 당시 TNPI가 추정한 향후 필요자금은 3000만~5000만달러(약 320억~540억원) 규모였다.

이때 미래에셋이 나머지 자금조달과 SI 영입을 맡겠다며 나섰다는 것. SI는 기업이 M&A나 대형 개발사업에 나설 때 경영권 확보를 목적 삼아 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로, 미래에셋이 금전적 투자뿐 아니라 직접 경영을 미리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같은 목표는 미래에셋이 커피빈 본사를 인수했다고 발표한 작년 9월 당시도 드러났다. 미래에셋은 '던킨도너츠 신화'의 주인공인 윌 커셀 영입과 함께 중국 등 아시아시장 공략으로 4000억원대인 커피빈 매출을 3~5년 사이에 두 배가량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가 지나도록 '커피빈'으로 집약된 미래에셋의 세계시장 공략은 표류 중이다. 오히려 미래에셋은 '커피빈'과 함께 언급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커피빈 주인? "아니다"

TNPI와의 분쟁과 관련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커피빈 본사와 그 회사(TNPI)의 문제지 우리는 전혀 무관하다"며 "미래에셋은 단순 재무적투자자(FI)일 뿐 점포 운영을 포함해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래에셋이 커피빈의 최대주주라는 일부 보도 역시 '오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최대주주는커녕 2대주주도 아니다"라며 "현재 우리가 가진 지분율은 3대주주 이하로 경영에 직접 관여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 측의 말을 빌리면 회사는 커피빈 본사 인수를 위해 지난해 미래에셋프라이빗에퀴티(이하 미래에셋PE)를 구성하고 미국계 사모펀드인 어드벤트 인터내셔널과 대만계 펀드인 CDIB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당시 세 회사가 출자한 4000억원으로 본사 구주지분 75%를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PE는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공사 등 공적자금을 포함해 약 700억원을 조달했다. 이를 통해 인수한 지분은 20% 안팎으로 알려졌다. 가장 많은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가져간 곳은 어드벤트 인터내셔널이다.

해명대로라면 미래에셋은 커피빈 본사의 '진짜' 주인이 아니다. 또 아시아시장 공략을 포함한 사업에는 직접 나서지 않을 계획이다. 20%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경영에 참여할 만큼 입지가 넓지도 않다. 무엇보다 이는 분명 '사모펀드(PEF)를 통한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박현주식(式) 세계화'와는 거리가 멀다.

익명을 요구한 M&A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유명 브랜드 지분을 인수하고 현금배당을 받다가 적당히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라면 힘들게 해외까지 왜 나가느냐"며 "국민연금 같은 공적자금까지 조달해 진행한 프로젝트가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것도 어이없는 일"이라고 상황을 조망했다.

더구나 이번 분쟁으로 커피빈의 중국 진출을 포함한 아시아시장 공략은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배당수익에 앞서 지분가치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사모펀드 투자의 경우 적어도 5년 이상 수익성을 지켜봐야 하는 장거리 종목"이라며 "이제 1년도 채 되지 않은 사업에 수익률을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한편 TNPI는 24일 미래에셋PE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형사고발하겠다. 박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해외 M&A가 도덕적으로 뭇매를 맞은 데 이어 형사고발 부담까지 안으면서 미래에셋의 사업다각화 작업에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권 사장은 "현재 법무법인을 선임해 형사고발 절차를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남의 회사의 기밀을 이용해 실제 이득을 취한 것이기 때문에 민사재판에 앞서 형사고발로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