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기자 기자 2014.03.24 11:37:28
[프라임경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전이 전례 없는 빅매치로 치러지면서 각 후보들이 이미지 마케팅이 치열하다. 정몽준·이혜훈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는 다른 후보와 차별성을 부각하면서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인물은 정몽준 의원이다. 7선 의원으로 당대표, 대선 도전에 이어 소통령이라는 칭호를 듣는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순간부터 정 의원은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이후 친서민 이미지가 부각된 서울시장 자리에 도전장을 내민 정 의원의 아킬레스건 세 가지를 짚어봤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버스비 70원'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정몽준 의원이 이를 만회하고자 친서민 이미지를 각인하고자 교통카드 직접 들고 나왔지만 청소년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보여 세간에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DB |
이날 정 의원은 "1000만 서울 시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심장, 수도 서울이 힘차게 고동치도록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다"며 "서울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출마선언 이후 경선 승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정 의원에게도 감추고 싶은 '약점'이 있다. 정 의원의 주된 고민은 '재벌 이미지'다. 이 이미지를 탈피하면서 인간미 넘치는 후보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유권자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정을 몽땅 준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반응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분위기다.
2008년 '버스비 70원' 발언이 아직까지 시민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는 데다 출마선언식 이후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연봉 1만원만 받을 생각이 있다"고 말한 이유에서다.
물론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발언 당시 출연한 방송 진행자가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연봉 1달러만 받았던 사례를 거론하며 "당선되면 연봉 1만원만 받겠다는 선언을 할 생각이 없느냐"고 먼저 물은 것.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뉴욕시장을 하면서 개인비용으로 7000억원을 썼다고 한다"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나도 경제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자신의 재산을 서울시를 위해 활용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 같은 소식에 네티즌들은 "돈 없는 사람은 공직을 맡지 말아야 하는가" "월급 이외에 받아 챙기는 부패를 근절하면 된다" "이것이야말로 표만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다" "내가 2만원 줄테니 서울시장 나오지 마라"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장 경선을 앞두고 친서민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현대중공업 회장 출신의 대주주인 탓에 시민들이 정 의원의 행보 하나하나를 금전적인 부분과 연결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정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의 잦은 도덕성 지적이다. 물론 현대중공업은 전문경영인이 경영전반에 나서고 있고, 현대중공업 측 역시 "정몽준 전 회장은 중공업 경영과 관련이 없는 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정몽준' 하면 '현대중공업'을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인 이상 정 의원 역시 현대중공업의 도덕성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최대위기에 봉착했다. 잇따른 임직원 비리로, 세계 최대 조선업체의 명성에 흠이 생긴 것이다. '배는 1류, 도덕성은 3류'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먼저 지난 10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아랍에미리트연합 수출용 원전의 부품납품 청탁을 위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수력원자력 측에 금품을 준 혐의로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해 무더기 실형을 선고했다 일명 '원자력발전소 납품비리' 사건으로 확인된 뇌물액수만 17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울산지검의 납품비리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은 협력업체로부터 총 36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을'의 위치에서 뇌물을 주는가 하면 '갑'의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는 등 총체적 비리의 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세계 최대·최고의 조선사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비위라는 업계 전반의 평가에 서울시장 경선대에 오른 정 의원에게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새누당은 당내 경선 흥행몰이를 통해 박원순 시장의 재선을 저지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김황식후보 선거캠프를 방문해 회동을 가진 정몽준의원. ⓒ 정몽준 의원실 |
정 의원은 서울시장 경선 참여를 저울질할 때부터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임기를 채우지 않고 2017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출마선언식에서 "당선된다면 주어진 임기를 지키면서 서울시민과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하겠다"고 강조, 차기 대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정 의원이 18.8%로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17.1%)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는 등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에 변화가 생겼다.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장을 내민 만큼 당선되면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은 당연해 보인다.
다만 당선 이후에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지킨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2012년 대선에 도전한 경험도 있고, 이후에도 자천타천 대선 후보에 이름을 올려온 정 의원이 대선후보로 높은 지지율을 얻는 상황에서도 대권 도전을 포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