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카드사에서 아웃바운드 상담사로 근무 중인 김현미(여·36)씨는 지난 10일이 2월 급여일이었지만 아직까지 급여를 지급받지 못했다. 김씨는 "상담사 보상지침을 마련한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나오면서 금방 지급될 것 같았는데 아직까지 지급이 되지 않아 생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서는 급여일인 10일 전 모든 협의가 끝날 것처럼 말했지만 카드사와 위탁업체 간 협의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아 상담사들의 고심은 여전하다.
갑오년 첫 시작은 아웃바운드 상담사들에게 악몽이었다.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등 카드3사의 고객정보 유출로 인해 TM(텔레마케팅)업무가 전면 중단됐기 때문. 이로 인해 상담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까 근심해야 했고 업무가 중지된 기간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해 생계마저 곤란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에서는 고용보장과 고용노동법 46조 '기업이 휴업할 경우 기존 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임금의 70%선에서 보전할 것을 카드사에 주문했고 카드사 역시 이런 당국의 방침에 동의했다.
그러나 카드사와 아웃소싱 업체 간 협의가 길어지며 아직까지 상담사들에 대한 실질적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격탄 맞은 카드사, 보상지침 마련에 세간 관심 집중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카드3사 중 NH농협카드와 롯데카드는 상담사 보상지침을 마련해 지급했거나 지급할 예정이지만, KB국민카드는 아웃소싱업계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영업정지를 내리기 전인 지난 1월8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아웃바운드업무를 하지 못했던 카드3사 중 롯데카드는 이 기간을 포함해 1월27~29일, 2월3~15일, 영업정지 기간인 5월16일까지 텔레마케터(TMR) 인센티브를 포함한 도급비의 70% 수준을 지급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정확한 지침을 내려주지 않아 각 카드사별 상담사 보상지침이 제각각이다. ⓒ 프라임경제 |
NH농협카드는 카드3사 중 가장 먼저 상담사에 대한 보상지침을 마련해 급여를 지급한 상태다. NH농협카드는 영업을 실시하지 못했던 1월8일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5월16일까지 모든 상담사 실적을 100% 인정한 급여를 지급키로 했다. 매달 카드 교체건 10건을 기본 달성해야 하고 그 이상은 인센티브 책정한다고 했을 때, 영업정지 기간에는 무조건 10건을 달성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NH농협카드는 "상담사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하기 위해 보상지침을 빨리 마련한 것"이라며 "현재 상담사들은 모두 전환배치 돼 영업정지 기간까지 임금과 일자리를 모두 보전했다"고 첨언했다.
◆KB국민카드, 업체와 진통 여전
KB국민카드의 협의내용에 대해서는 아웃소싱업계와 카드사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영업을 전개하지 못했던 1월8일부터 영업정지 지침이 내려진 2월15일 기간은 4~6월까지 성과급 형태로 지급할 방침이다.
KB국민카드 측은 "현재 상담사들은 모두 전환배치 돼 다른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이 영업을 하지 못했던 기간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기간인 3개월 동안 성과급 형태로 보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아웃소싱업계 관계자의 전언은 전혀 다른 내용이다. 아웃바운드 카드 업무를 크게 구분했을 때 인하우스와 토탈아웃소싱, 보험(카드슈랑스)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환배치는 인하우스 상담사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것.
또한 4~6월까지 성과급 형태로 지급한다는 방침은 영업정지 기간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보험업무를 맡고 있는 업체의 경우 상담사 직전 3개월 임금의 평균 50%를 지급받고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웃소싱업계 관계자는 "토탈아웃소싱의 경우 100명을 퇴사시키고도 200여명에 가까운 인력이 남아있는데 KB국민카드에서 업무로 준 고객정보 확인업무 물량이 적어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은 절반가량 밖에 안된다"고 부연했다.
이어 "3개월 동안 기존 290만원에서 30만원이 인상된 320만원을 받았을 때 기존 인력들을 모두 함께 끌고 가야하기 때문에 인당 120만원 수준인 정도라서 성과급이라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보험의 경우 본래 아웃소싱 업체와 계약이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고 한 달전 계약사에 통보해야 해 알린 것"이라고 운을 뗐다.
아울러 "경영상황 상 연장한다고 해도 서로 이득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험판매 텔레마케터의 경우 개인사업자로 급여체계가 다르고 임금보상 과정에서 부당한 부분은 없었으며 서로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을 보탰다.
◆유탄 맞은 카드사, 상담사 보상 위해 분주
그렇다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전 금융사 아웃바운드영업 전면중단 협조 요청으로 1월27~29일, 2월3~23일까지 영업을 하지 못했던 다른 카드사의 보상은 어떻게 될까?
업계에서 가장 큰 배포를 보인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아웃소싱기업 전체 도급비의 80%까지 보장하고, 상담사의 급여는 실적을 포함해 통상급여 90%를 지급하도록 해 아웃소싱업계뿐만 아니라 상담사들까지 신경 썼다.
하나SK카드 역시 아웃소싱업계와 상담사 보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나SK카드는 도급비용으로 인당 180만원을 책정, 20일부터 정산을 시작해 이달 말 모두 지급할 예정이고 삼성카드는 최근 협상을 마쳤다. 삼성카드는 부가세를 별도로 해 상담사에게 12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놨으며 관리자 임금도 70%를 책임지기로 하는 등 아웃소싱업계까지 챙겼다.
아웃소싱업계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초기 협상단계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돼 만족한다"고 협상 이후 소감을 전했다.
이와 함께 BC카드는 전월대비 상담사 급여 70%를 보장하며, 우리카드는 아웃바운드 상담사 인원이 적어 전월과 비교한 도급비 100%를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한카드는 카드사와 아웃소싱업계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현재 상담사 임금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도급비의 70%선에서 보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웃소싱업계에는 신한카드가 부가세 포함, 110만원 지급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신한카드 측은 "아직 정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어디서 110만원이라는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카드사에서 대부분 도급비의 70%를 보장하고 있어 70% 이상 수준에서 보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제언했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아웃소싱업계 관계자는 "협의가 된 것은 아니지만 도급비 70%를 지급한다는 얘기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정말 도급비의 70%를 지급해준다면 기꺼이 합의할 것"이라고 반겼다.
현재 상황에서 전체를 조망한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은 "금감원에서 상담사 보상에 대해서 기준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 정부에서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