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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산콜센터 외국인 상담서비스 폐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민선 기자 기자  2014.03.23 10: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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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달 27일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120다산콜센터의 외국어 상담업무를 3월 중 중단한다는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다산콜센터 노동조합과 외국어 상담업무를 진행하던 상담사들은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비롯해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 다산콜센터 외국어 상담업무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다산콜센터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7일 시민봉사담당 주무관이 시민청(서울시청 지하 1,2층에 마련된 시민편의 장소) 안내소와의 통화에서 "외국어 상담이 3월31일부로 폐지되니, 시민청 안내소 브로셔에서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하며 다산콜센터 외국어상담팀 폐지를 언급했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왜 다산콜센터 외국어상담팀 폐지를 검토하고 있을까?

2007년 9월, 영어·중국어·일어 3개국에 대한 외국어 안내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이용실적 저조로 2008년 한 차례 폐지했다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숫자증가와 국제결혼의 빈도수가 높아짐에 따라 2010년 기존 3개 국어에 베트남, 몽골어 안내 서비스를 추가해 현재에 이르렀다.

하지만 2개 국어를 추가함에도 불구, 외국어 상담서비스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외국어 상담시간을 한 건당 평균 10분으로 가정했을 경우 18명이 근무하는 외국인 상담사들은 하루 평균 4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외국어'라는 전문 상담업무로 일반 다산콜센터 상담사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고 있으며 서울시가 다산콜센터에 투입하는 예산 200억원 중 4억원이 외국어 상담콜센터 인건비에 편성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문상모 의원은 "현재 법무부(장관 황교안)와 서울글로벌센터(CEO Steven McKinney)에서도 외국어 전화상담 서비스제공과 방문민원까지 처리해 주고 있다"며 "서울시는 다산콜 서비스와 관련된 예산낭비가 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일반 상담사들에 비해 업무시간이 짧지만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점 역시 일반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에게 형평성 문제를 가중시켜왔다.

다산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상담사는 "하루에 일반 상담사들이 처리하는 콜이 보통 3만여콜에 비해 외국인 상담센터의 경우 한 시간에 한 상담사 당 2~3콜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외국어가 가능하다는 특수성을 인정하지만 근무시간이 일반 상담사들과 차이가 너무 심하고, 짧은 근무시간 만큼 일반 상담사들과 비슷한 급여수준이라면 몰라도 근무시간 대비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서울시는 외국어 상담 실적이 부진하자 외국어상담센터 상담사들이 외국어 상담이 없을 경우 일반상담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일반상담의 경우 후순위로 외국어 상담팀에 콜이 넘어가기 때문에 외국어 상담사들에게까지 상담전화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서울시는 운용효율화 차원에서 외국어 상담서비스 폐지를 검토하게 됐고, 이는 즉각 외국어 상담사들과 다산콜센터 노조의 반발을 가져왔다.

다산콜센터 외국어 상담사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막막한 현실을 토로했다. 이들 역시 잘못된 정부정책으로 인한 피해자이며 일방적인 외국어 상담팀 폐지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이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 담당자는 "외국어 상담서비스는 이용대비 운용효율성이 없어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하지만 다산콜센터 노조가 반대하고 있고 업무를 지속하고 있는 근무자들의 입장을 생각해 모든 사항을 고려하겠지만, 최종 결정은 박원순 시장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서울시와 노조는 운용효율과 고용안정이라는 서로의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산콜센터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용실적 저조한 외국어 상담서비스 폐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 하지만 다산콜센터 외국어 상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담사들 역시 서울시가 업무를 위탁한 서울시 '시민'이라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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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이용실적이 없는 외국어 상담서비스 폐지가 결정된다 하더라도 외국어 상담사들의 마땅한 처우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 폐지·해고가 아니라 근로자들과 충분한 협의·협상을 거쳐 가장 합리적인 방안 마련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산콜센터 외국어팀 존속과 폐지의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박원순 서울시장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운용효율과 근로자의 고용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