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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장애 보니…이통업계 문제 해결 '모래성' 우려

강국 위상 자만 대신 끊임없는 투자와 개발 필요 확인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3.21 10: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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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K텔레콤(017670) 사용자들이 20일 오후부터 전화통화와 메시지 수·발신, 데이터 네트워크 이용에 장애를 겪으면서 통신망 관리 상황에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21일 새벽 공지 등을 통해 가입자확인모듈(HLR)에서 장애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일부 국번대 가입자에게서 음성·데이터 장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복구는 20일 오후 6시반경 이미 완료됐으나, 가입자 이용이 폭주하는 상황과 밀려있던 신호를 처리하는 문제 등으로 체감 불편 시간대는 더 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주일만에 또? 부실한 관리 태세 탓? 아니면 내제적 한계?

문제는 SK텔레콤이 이 같은 통화 불편을 최근에도 겪었다는 데 있다. SK텔레콤 고객들은 이번 사태가 일어나기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에도 외부 장비에 문제가 발생해 인터넷 검색이 제한되는 문제를 겪었다.

  20일 밤 SK텔레콤 고객들은 전화가 걸리지 않거나, 상대방에게 발신자 정보가 45로 시작되는 긴 번호(이른바 외계번호)로 인식되는 등 불편을 겪었다. ⓒ 프라임경제  
20일 밤 SK텔레콤 고객들은 전화가 걸리지 않거나, 상대방에게 발신자 정보가 45로 시작되는 긴 번호(이른바 외계번호)로 인식되는 등 불편을 겪었다. ⓒ 프라임경제
SK텔레콤은 당시 인터넷주소를 입력하면 인터넷프로토콜(IP)로 변환해 사이트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도메인네임시스템(DNS)에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몰렸던 것으로 원인을 해석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계는 발전에 수반된 문제들을 잘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과거 데이터 망부하를 우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글로벌 추세 등을 참조한 것. 2013년 유관업체 텔코웨어에서는 "2020년까지 지금보다 1000배 이상의 트래픽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하면서 관련 기술 개발 상황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즉, 외국과 유사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망 구축, 데이터 분산 기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전국에 LTE 기지국을 촘촘히 세우는 등 트래픽 증가에 대비했다. 또, 와이파이·펨토셀 등으로 데이터가 분산되고 LTE어드밴스드(LTE-A), 광대역 LTE 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점도 부하율 감소 공신으로 꼽힌다.

다만, 우리의 이동통신 강국 이미지는 이번 상황에서 보듯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상황에서 보듯 HLR 문제 등은 곤혹스러운 숙제로 오래 남을 전망이다. 기지국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생기거나 트래픽 과부화에는 다른 곳으로 우회하는 방안이 있지만, HLR이 고장 나면 기지국과 연결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

끊이지 않는 투자와 연구 필요성 재확인

이번 상황은 결국 이동통신계가 설비투자 등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으로 볼 수 있다. 보조금 논란 등으로 영업 확장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는 지적이 이번 사태를 겪은 소비자들 사이에 나오고 있는 것은 이동통신계가 그간 보여온 행태에 대한 묵은 불만을 대변한다.

이동통신계 투자 문제를 보면, LTE 전국망 구축 경쟁을 벌였던 재작년을 최고 정점으로 통신 3사의 설비투자가 하향 안정화되는 국면으로 들어간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상황을 계기로 분산과 백업 등 기본적인 서비스와 고객 보호 노력에 대한 관심이 제고될 필요가 높은 상황에 어떤 형식으로든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HLR을 수입에 의존하던 것에서 국내 기업들이 개발을 하는 것을 독려하던 것처럼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래성은 일정 수준 이상 쌓으면 자체 무게로 조금씩 무너져 내리게 되므로 끈임없이 이를 손질하면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업계의 잘못된 영업 패턴을 바로잡으라는 당국과 시장의 압박 문제를 풀면서 이 같은 과제를 어떻게 함께 안고 갈지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