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슈 중 하나는 단연 '6·4 지방선거'입니다. 지자체별로 여러 인사들이 출마선언을 하는가 하면 하나둘 예비후보 등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서울시는 잘 아시겠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이혜훈 의원,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총리 등이 출마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들 중 이 의원은 이미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이밖에도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들이 더 있는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해봤습니다. 5명의 예비후보가 더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제 눈을 사로잡은 인물은 시민단체 활빈단 홍정식 대표였습니다. '시민단체 활빈단' 쉽게 잊을 수 없는 그 이름은 가끔 제 메일함에서도 발견됐는데요.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날아오는 보도자료가 범상치 않아 기억하고 있던 단체였습니다.
아무튼 바로 그 단체 대표가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인데요. 그러고 보니 활빈단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또 있었습니다. 바로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활빈당'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인데요. 시작은 소설 속 가공의 조직이었지만 1900년대 조선에서 주로 양반, 관료, 지주 등만 공격해 재물을 약탈한 뒤 빈민들에게 나눠주던 실제 '활빈당'이 조직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활빈당은 △자연 평등의 실현 △사회빈부 격차의 타파 △국가의 혁신에 목표를 둔다고 선전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한동안 맹위를 떨치던 활빈당은 1904년 이후 이찬이 강화되면서 몰락의 길로 들어선 뒤 1906년에 사실상 활동을 마감하고 일부는 의병운동에 흡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의 '시민단체 활빈단'은 어떤 단체일까요? 1998년 4월5일 창단됐고, 부정부패 예방감시 개혁운동, 대마도 되찾기, 독도수호운동, 시민고발센터 제공 등의 일을 한다고 합니다.
과거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홍 대표는 자신을 '진보적 우익'이라고 소개했는데요. 인터넷 한 백과사전은 활빈단을 '대한민국의 시민단체이다. 홍길동전의 활빈당에서 이름을 땄으며 민족주의, 보수주의 색채를 띤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활빈단은 홈페이지를 따로 운영하고 있지 않은데요. 과거에는 있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대한민국 안보 인터넷 신문, 코나스넷' 자유게시판에 일정을 알리고 보도자료 등을 올리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내놓은 보도자료가 눈에 띄는데요. 화이트데이 하루 전인 3월13일 홍 대표는 '화이트데이에 부모들도 스트레스 받는다. 경찰은 청소년 탈선 부추기는 모텔 특별단속 나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국적도 유래도 불문명한 기념일에 현혹되지 말기를 당부하는 내용이었는데요. 값비싼 선물공세 풍조가 만연되어 부모를 졸라 돈을 타내 선물을 사는 통에 청소년 자신은 물론 부모들까지 스트레스 받는다는 주장입니다. 썩 틀린 말은 아니지만 화이트데이에 모텔을 단속하라는 발상이 독특하기는 합니다.
활빈단의 독특한 행보는 이 뿐만이 아닌데요. 과거 옷 로비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고위층 인사들의 부인들에게 마음의 때를 벗기라는 의미에서 때밀이 타월과 몸빼바지를 보내는가 하면 일왕에게 고춧가루와 메주, 식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햇볕정책을 비난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는 구강청정제와 초등학교 2학년 바른생활 교과서를 보냈다고 발표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실제로는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하철, 바닷가해변 등 발길 닿는 곳 어디에서든 피켓 하나만 있으면 1인 시위를 벌이고 가끔 엉뚱한 발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홍 대표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인 또는 괴짜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활빈단과 홍 대표에 대해 알아보는 동안 허경영씨를 떠올린 사람은 저 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