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조기 금리인상 우려가 글로벌 증시는 물론 국내증시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전날 연방준비은행제도(Fed·이하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 100억달러의 추가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이 결정된 가운데 옐런 연준 의장의 금리 조기인상 관련 발언이 투자심리에 제동을 걸었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18.16포인트(0.94%) 하락한 1919.52로 마감했다. 외국인의 9거래일째 연속 순매도 기록을 이어가 수급 상황이 악화된 것이 하락장의 원인이었다. 개인이 2400억원 넘게 사들여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기관도 투신과 사모펀드 중심의 팔자로 맞서 시장 부담을 키웠다.
지수선물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매는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됐다. 차익거래가 541억9400만원 순매도였고 비차익거래에서도 1237억5700만원의 매도 물량이 몰려 총 1700억원 규모 매도 우위가 연출됐다.
◆실적악화, 비자금 의혹에 운 종목들
대부분 업종이 하락했지만 섬유의복과 의료정밀 등은 소폭 강세였다. 은행이 4.02% 급락했고 화학, 금융업, 운수장비, 서비스업, 대형주, 기계, 증권, 의약품 등은 1%대 하락률을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일제히 약세였다. 삼성전자가 0.55% 밀린 것을 비롯해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자동차 3인방도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네이버와 신한지주, LG화학, KB금융은 2% 넘게 주저앉았다.
특징주로는 SK이노베이션이 1분기 실적 부진 우려 속에 6% 급락했고 삼환기업은 한화생명 소유의 여의도 63빌딩 리모델링 공사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퍼지자 4.13% 내렸다. 삼성중공업 역시 이익 둔화 우려가 작용하며 3.58% 약세였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부도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내 태양광 관련주인 OCI, 넥솔론, 한화케미칼 등이 모두 4~5%대 급락세에 휘말렸다.
최근 중국 태양광 업체인 차오르가 디폴트 선언을 한 데 이어 톈웨이바오볜도 채무불이행 위기에 상하이증시에서 특별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기에 정부가 국내 태양광 시공업체에 대해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검토할 것이라는 뉴스도 이어져 관련주가 부담을 받았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1920선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하방 지지력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지수가 불안정한 등락을 이어가고 있어 일부 현금 비중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EU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러시아 경제 제재 수위 등 대외 변수를 확인하면서 상대적으로 수급이 좋은 중소형주나 코스닥 종목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는 상한가 1개를 비롯해 260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2개 등 528개 종목이 내렸다. 88개 종목은 가격변동이 없었다.
◆코스닥, 개인·외국인 동반 매수에 선방
코스닥은 기관 순매도 영향에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일대비 0.46포인트(0.08%) 내린 541.79였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6억원, 122억원가량을 사들인 반면 기관은 11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상승을 견제했다.
업종별로는 성적이 엇갈렸다. 소프트웨어, IT소프트웨어&SVC, 디지털콘텐츠, 일반전기전자가 나란히 1%대 강세였고 통신장비, 금융, 코스닥 신성장기업 등도 오름세를 탔다.
코스닥 상위종목은 하락 종목이 더 많았다. 셀트리온이 1.68% 내린 것을 비롯해 파라다이스, 서울반도체, GS홈쇼핑, 동서, SK브로드밴드, 에스엠, 차바이오앤, 메디톡스 등의 주가가 떨어졌다. 이에 반해 CJ오쇼핑, CJ E&M, 포스코 ICT, 씨젠, 위메이드는 올랐다.
특징종목으로는 에어파크가 상장폐지 모면과 거래 재개 영향으로 상한가를 쳤고 다스텍도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에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나스미디어는 새로운 광고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 전망에 7% 넘게 뛰어 올랐다.
반면 셀루메드는 최대주주의 지분 매매합의서 체결 탓에 하한가로 추락했고 에코에너지는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6% 가까이 폭락했다. 에스엠은 역외 탈세 혐의로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4% 가까이 밀려났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상한가 9개 등 402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3개를 포함해 519개 종목이 내렸다. 75개 종목은 제자리였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상승세를 탔지만 오름폭은 크지 않았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7원 오른 1076.2원이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달러 강세 기조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환율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