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4월 국회 통과 목표로 다시 추진하는 가운데 구글은 내년 상반기 50달러의 와이파이 전용 조립식 스마트폰을 선보일 전망이다.
5만원대 조립식 스마트폰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단통법 통과로 판매장려금이 규제를 받게 되면,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한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조립식 스마트폰…국내 제조사에 어떤 영향?
구글의 조립식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카메라와 프로세서 등 스마트폰 부품을 선택적으로 조립해 사용할 수 있다. 조립PC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사양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 현재 3G와 4G모델에 대한 가격 정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와이파이만 지원되는 최저가 단말의 경우 파격적인 5만원대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이 같은 구글 스마트폰이 내년 상반기에 공개될 경우 제품 성공 여부에 따라 스마트폰 가격 부문에서 시장 판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시장 또한 조립식 스마트폰 영향권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고가 스마트폰 전략을 구사하는 삼성전자 및 국내 제조사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진단된다. 구글 조립식 스마트폰이 국내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킨다면, 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가격 조절은 불가피하며 이는 시장의 자율적 가격인하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또한, 조립식 스마트폰 사용자는 원하는 부품을 구입해 스마트폰을 구성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본 출고가로 예상되는 5만원보다 가격은 높아지겠지만, 100만원에 이르는 국내 스마트폰 가격보다는 상당히 저렴할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는 구입한 부품들을 탑재해 완성시킨 조립식 스마트폰의 총 가격을 집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출시된 기존 제조사 스마트폰 출고가와 가격비교를 할 수 있어 스마트폰 가격 거품을 가늠할 수 있다.
실제 그간 국내 제조사 스마트폰 가격에 대한 거품 논란은 지속 제기돼 왔다. 지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사와 이통사가 단말기 출고가 부풀리기에 담합했다며 처벌했다. 이에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소송을 걸었으나 최근 패소한 바 있다.
이번 구글 조립폰 등장에 따라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 거품 논란이 재점화하면,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고가격 정책을 유지하는데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단통법 재추진, 출고가 낮출 수밖에 없는 제조사들
단통법 또한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출고가를 낮추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지난달 국회 통과가 불발된 단통법은 내달 임시국회 후 오는 10월1일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용자 차별을 없애고 왜곡된 휴대폰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로 추진된 단통법은 △보조금 부당차별 금지 △보조금 공시제 도입 △불공정 개별계약 체결 제한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공 등이 골자다.
단통법이 통과되면, 상한 내에서 단말기별 보조금을 공시해야 하며 이통사 및 제조사의 차별적 보조금은 휴대폰 공시가의 15%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지급 때 이용자 차별적 보조금 지급 요구도 금지되며, 제조사는 이통사 대리점과 판매점에 직접 지급한 장려금 규모와 이통사가 유통하지 않은 단말 출고가를 제출해야 한다. 제조사도 규제대상에 포함되면서 보조금을 통한 영업에는 제약이 따를 게 분명해졌다.
차등 보조금 금지로 고객 1인당 투입되는 보조금 수준이 비슷해지기 때문에 일부 이용자에게만 높은 보조금을 지급할 수도 없다. 기존 한 명에게만 100만원을 주던 보조금을 10명이 10만원씩 나눠 갖는 식으로 바뀌는 셈이다.
결국 보조금 규제에 따라 소비자가 스마트폰 구입 때 실제 지불하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제조사가 출고가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6일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휴대폰 출고가가 상당히 부풀려졌고, 국내외 가격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이통사와 제조사가 협의해 출고가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제조사와 이통사에게 중저가 단말기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이에 이통3사는 20일 대국민 발표를 통해 중저가 단말기 출시 확대에 대해서도 언급할 예정이다.
이처럼 단통법을 위시한 정부 압박과 함께 구글 조립식 스마트폰 등 중저가 단말기 공세가 임박한 만큼 제조사가 스마트폰 출고가를 이전처럼 100만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내놓는 것은 아무래도 껄끄러울 게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