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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안 돼 문 닫아요" 애플투자증권… 기로 선 영세증권사

설립 6년 만에 자진청산, 업계 연쇄 매각·M&A 가능성은 '글쎄'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3.20 10: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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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투자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스스로 문을 닫는 증권사가 또다시 등장했다. 애플투자증권은 설립 6년만인 1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폐지 승인을 얻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설립 이후 만성 적자에 시달렸던 애플투자증권은 지난해 4월 자진 청산을 선택, 금융위에 금융투자업 폐지 신청을 접수한 바 있다.

   애플투자증권 CI. 금융위원회는 19일 애플투자증권에 대해 금융투자업 폐지를 승인했다. 2003년 건설증권, 2004년 모아증권중개에 이어 국내 증권사가 스스로 문을 닫는 것은 10년 만이다.  
애플투자증권 CI. 금융위원회는 19일 애플투자증권에 대해 금융투자업 폐지를 승인했다. 2003년 건설증권, 2004년 모아증권중개에 이어 국내 증권사가 스스로 문을 닫는 것은 10년 만이다.
증권사가 '퇴출'이나 '매각'이 아닌 자진 청산을 통해 시장에서 사라진 것은 2004년 모아증권중개 이후 10년 만이다. 현재 한국금융투자협회에 회원사로 등록한 증권사는 모두 62개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 영업활동이 가능한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투자증권이 스스로 업계를 떠나자 영세 증권사 중심으로 폐업 도미노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동양증권이 대만 유안타증권에 매각된 것을 비롯해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사들도 새주인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규모에 상관없이 이미 업계 구조조정은 강도 높게 진행 중이다.

2008년 6월 설립된 애플투자증권은 자본금 120억원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대주주인 코린교역을 비롯해 △셀트리온 △극동유화 △토마토저축은행 △금보개발 △파이낸스그룹텐 △용산관광버스터미널까지 7개사가 출자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빌미 삼아 글로벌 금융위기가 주식시장을 덮치면서 충격은 고스란히 적자 경영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설립 이듬해 35억2828만원 당기순손실 등 2011년 결산에서도 5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자진 청산 신청 직전인 지난해 3월까지도 영업손실 32억원, 당기순손실 70억5000만원에 달해 극심한 운영난에 시달렸다.

자진 청산 여파가 다른 증권사까지 번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국내 증권업계 업황이 '보릿고개' 수준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업계 실적은 1098억원 적자으로 11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거래대금 축소와 업황부진 등 근본적인 원인뿐 아니라 '동양사태' 여파로 동양증권이 4066억원의 일회성 손실을 떠안았고 '주문실수' 파문을 겪은 한맥증권도 455억원의 손해를 보는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이와 관련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2년부터 작년까지 진행된 증권업계 구조조정으로 연간 3000억원 정도의 고정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비용절감을 위한 조치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당장 인수합병(M&A)이나 연쇄 매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 증권업계가 포화상태라는 것은 모두 공감하지만 먼저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꺼리는 탓이다. 또 상당수 증권사들이 리테일(지점영업)이나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 치중하고 있어 M&A 시너지도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모 중소형사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회사들도 빨리 임자가 나타나길 바라겠지만 누구도 손해 볼 생각을 안 한다"며 "작은 회사끼리 이합집산하려 해도 워낙 특색이 없다보니 내가 못하는 것은 그쪽도 못하고, 내가 잘하는 것은 그쪽도 할 수 있는 것들이라 덩치 키우는 것 밖에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