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미포조선이 본의 아니게 리서치센터 간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18일 한화투자증권이 증권사 종목 리포트로서는 보기 드문 'Sell(매도)' 의견을 내자 하루 만에 이트레이드증권이 'Strong Buy(강력매수)'를 권하며 묘한 신경전이 벌어진 것.
지난해 3분기 이후 어닝쇼크(실적부진)를 겪은 해당 종목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매도' 보고서가 나온 이후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나마 하락률이 1% 미만으로 크지 않다는 게 다행인 정도다.
◆개인투자자, 공매도 세력 '언플' 분노
정동익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리포트에 조선업종 전반과 해당 종목들에 대한 6개월간 투자의견을 실었다. 정 연구원이 의견을 밝힌 종목은 현대미포조선을 포함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4개사다. 목표주가는 4종목 모두 하향조정됐지만 현대미포조선만 빼고 나머지 종목의 투자의견은 'Buy(매수)'를 유지했다.
정 연구원은 "조선업종 유니버스 4개 종목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 것은 2012년 이후 수주분의 수익성 가정을 낮췄기 때문"이라며 "현대미포조선은 회사가 보유한 현대중공업, 포스코 주식이 하락해 지분가치가 떨어진 점을 추가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현대미포조선 목표주가를 기존 15만5000원에서 13만원으로 16.1%나 낮췄다. 이는 19일 현재 가격인 15만7500원보다도 한참 낮은 가격이다.
그는 또 "최근 조선주들이 동반하락하면서 전체 벨류에이션이 낮아진 것을 포함해 몇 가지 악재들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수준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매도 의견을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의 언론플레이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18일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들여다보면 17일부터 거래량이 전주대비 2만주가량 증가했고 이틀 동안 기관을 중심으로 매기가 몰렸다.
◆"롱숏전략 히트할수록 매도 의견 많아질 것"
업계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매도' 제안에 리서치센터 관계자들은 놀랍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앞으로 더욱 흔히 벌어질 일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모 중형사 리서치센터장은 "종목 보고서에 '매도'를 적는 것은 '우리 이제 더 이상 보지 말자'는 뜻"이라며 "아예 보고서를 안 내면 모를까 솔직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애널리스트는 물론이고 회사입장에서는 각 종목들이 고객사나 마찬가지"라며 "섣불리 '매도' 의견을 냈다가는 기업탐방 일정에서 아예 배제되거나 여러가지 영업적인 부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에 반해 모 선임연구원은 "시장에서 롱숏펀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매수(롱)와 매도(숏)를 적절히 혼합한 롱숏전략으로 운용 전략이 바뀌는 추세"라며 "앞으로는 증권사마다 매도 보고서가 심심찮게 등장할 것"이라고 예단했다.
한편 한화투자증권의 '튀는' 행보에 맞서 맞수를 자청한 곳은 이트레이드증권이었다. 이 증권사 박무현 연구원은 전날 한화투자증권 리포트에 대해 "현대미포조선의 영역에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한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시각이 나타났다"며 대놓고 비판했다.
박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은 건조과정이 복잡하고 공기가 길어 수익성이 낮은 수주를 받지 않았고 이걸 다른 회사가 수주했을 뿐인데 이걸 경쟁자의 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현대미포조선은 조선업종에서 가장 빠른 실적개선을 보여줄 것이며 올해 안에 실적 턴어라운드되지 못한다고 해서 쇼크로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고 분석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현대미포조선의 목표주가를 32만원으로 유지하고 투자의견 역시 'Strong Buy'를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