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객 동의 없이 주식을 임의로 사고팔아 수천만원대의 손해를 입힌 증권사들이 피해금액의 80%를 고스란히 뱉어내게 됐다. 17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이하 시감위)는 증권사 직원의 임의매매와 과당매매로 인해 발생한 투자자 손해에 대해 해당 증권사가 각각 80%, 70%를 배상하도록 결정, 권고했다.
임의매매는 증권사 직원이 고객 허락 없이 예탁자산으로 거래에 나서는 것이다. 과당매매는 직원이 투자자로부터 매매를 일임받았지만 지나치게 자주 사고팔아 수수료 등 거래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해 손해를 입힌 경우를 뜻한다.
일례로 A증권사 B직원은 동창인 C씨의 계좌 관리를 맡아 C씨 몰래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등 2008년 8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총 1941만6000원의 손해를 입혔다. 대부분 지나친 단기회전매매로 불어난 거래 수수료 때문이었다.
시감위는 이에 대해 A증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피해금액의 80%인 1553만3000원을 C씨에게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다만 계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임의매매 사실을 알고도 계좌를 방치한 고객에게도 20%의 과실이 있다고 봤다.
또 다른 증권사 D직원은 2005년 10월부터 친구 아내인 주부 E씨로부터 5000만원을 일임 받아 3개월 만에 단기매매로 4999만5000원을 날려 문제가 됐다. 역시 월평균 매매회전률이 9500%에 달해 거래수수료로만 2365만원을 쏟았다. 시감위는 역시 해당 증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피해금의 70%인 35000만원 중 D씨가 이미 변제한 820만원을 뺀 2680만원을 E씨에게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증권업황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증권사와 고객 간 부당거래 관련 분쟁이 크게 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임의·과당매매 관련 분쟁은 204건에서 43% 급증한 292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직원이 노린 것은 대부분 자사 이익과 직결되는 거래수수료였다.
거래소 측은 증권사의 책임비율을 전에 비해 높게 인정하고 부당 수익의 상당부분을 피해 고객에게 배상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분쟁을 미리 막기 위해 투자자가 편의나 신뢰를 이유로 계좌 비밀번호를 직원에게 알려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매매내역을 수시로 점검하고 임의매매 사실을 알게 된다면 즉시 거래를 중단한 뒤 조정기관을 통해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증권사들도 평소 거래내역을 꼼꼼히 확인해 과도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지 체크하고 과당매매가 의심되면 바로 조정신청을 통해 판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일임 관계를 조장하지 않도록 내부교육과 의심계좌에 대한 실질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