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기자 기자 2014.03.17 10:53:09
[프라임경제] 우크라이나 사태가 16일(이하 현지시간) 크림공화국 주민투표에서 압도적 결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백악관이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맞섰고 유럽연합(EU)도 강력한 경제제재를 시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대외 악재에 유독 취약한 국내증시가 추가 하락 압력을 견딜 수 있을지를 놓고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지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귀속 찬반을 묻는 질문에 투표 참여자 93%가 찬성표를 던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는 러시아 손에 떨어지는 셈이다.
◆뉴욕·유럽증시 연일 하락, 코스피 外人 이탈 심화
지난해 11월 정부와 야권 시위대의 충돌로 불거진 우크라이나의 정정 불안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며 세계 경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병력을 배치, 서방 세계와 갈등을 빚었고 사태는 글로벌증시 동반침체로 번졌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지수는 10일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해 1만6100선이 무너졌고 나스닥종합지수도 12일을 제외하고는 6거래일째 내리막을 달렸다. 유럽증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국 FTSE 100지수는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하락했고 프랑스 CAC 40지수도 4거래일 연속 약세였다.
국내 코스피지수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달 들어 1964.69로 출발한 코스피는 지난 14일 1919.90까지 추락해 박스권 바닥으로 밀렸다. 연이은 대외악재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지난 10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코스피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순매도 규모도 1조3000억원이 넘어 같은 기간 개인이 순매수한 1조1000억원대를 웃돌았다. 13일부터 투신을 중심으로 기관이 매수세에 힘을 보탰지만 외국인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당분간은 러시아발 악재가 지속적으로 금융시장을 압박하며 사태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이 사실상 가결됐지만 투표 자체에 적법성 논란이 있다"며 "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전략 비축유 방출과 해외자산 동결을 앞세워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태 장기화 전망 속 신중론 vs 낙관론 공존
이번 악재가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미묘하게 의견이 엇갈렸다. 상황이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 현금 비중을 높이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과 저가매수 기회인만큼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낙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밀리는 러시아와 군사비 지출을 줄이고 있는 미국이 실제 무력충돌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융시장에서도 학습효과가 나타날 때가 됐다"고 분석했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크림공화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크라이나의 CDS프리미엄은 1246bp로 최근 고점인 1332bp보다 낮다. 환율 역시 달러당 9.7그리브냐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지난달 26일 달러당 10.15그리브나에 비해 안정세를 찾고 있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시장의 불안감에 비해 적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국내증시가 박스권 하단에 진입했고 지금 지수대라면 저가 매수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그중에서도 외국인과 연기금이 동시에 선호한 업종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사태가 단기조정 이슈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제일 우려하는 것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지만 미국의 비축유 방출과 셰일가스 수출 확대로 부담이 줄고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무력 충돌을 일으켜도 과거 체첸과 그루지야 사태 당시 코스피 하락률은 크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단기 조정 이슈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예상이다.
이에 반해 섣부른 저가 매수 보다는 눈높이를 낮추고 현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주말 이후 더 길어질 수 있어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1분기 실적 추정치도 낮아져 벨류에이션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아직은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원은 또 "작년 5월처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질 경우 그나마 매기가 몰렸던 중소형주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배성영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면 결국 유럽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낮아지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수입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인데 이달 초 부양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수출길이 막히면 결국 유럽 경제에도 좋지 않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현재 우리증시에는 우크라이나 보다 중국이 더 영향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전인대에서 7.5%의 목표 성장률을 발표했지만 1~2월 수출과 소매판매, 산업생산 결과가 거의 쇼크 수준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은 1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소재, 산업재 같이 연관성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외악재가 더 악화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 현금 비중을 일부 확보하고 중소형주와 정책적 수혜가 기대되는 코스닥 개별종목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첨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