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LG전자(066570)의 주가 흐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역량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가시화 중이며 지난 14일 주주총회에서 정도현 대표를 선임, 2인 각자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는 등 효율적 조직운영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기 때문이다.
17일 오전 11시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LG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1% 상승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LG전자의 주가 흐름이 향후 지속될지가 관건이다.
LG전자는 근래 6만원선이 무너지는 상황을 겪었고, 경쟁사인 삼성전자(005930)이 130만원선을 기록하는 상황과 대비돼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판매량 등 의미있는 기록으로 이 같은 상황을 타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상승 전망 이후 고전 되풀이?
올해 스마트폰 관련 LG전자의 긍정적 뉴스는 고가 전략에서 중가 모델로의 무게중심 전환 가능성이다. 그런데 여기서 LG전자의 과거 흐름을 참고해 볼 필요성이 있다. LG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4월 초 큰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라인업 재편 이슈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플래그십(flagship) 시리즈인 '옵티머스 G'에 패블릿 '옵티머스 Vu' 모델은 물론, 3G 기반 보급형인 '옵티머스 L' 여기에 롱텀에볼루션(LTE) 기반 보급형인 '옵티머스 F' 네 가지가 시선을 당겼다.
LG전자 L시리즈Ⅲ. ⓒ LG전자 |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플래그십 제품 경쟁력 상승→브랜드 가치 제고→보급형 제품 장악력 확장이라는 선순환은 기대만큼 일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비용의 과다 지출이 주요원인으로 꼽히기는 하나, 많이 판 만큼 수익을 끌어내지 못한 점은 LG전자가 비싼 값(제값)을 받아내는 데 애로사항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한 2013년 봄에는 애플과 삼성전자를 제외한 중위권 경쟁사들이 일제히 부진에 빠진 가운데 LG전자가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이면서 화제를 모았던 때다. 그런데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5 공세에 소니와 LG, HTC 등 3위권 업체들이 부득이 자리를 옮기는 색채가 더 강하다.
◆외국계 암울전망 또 적중하면…'CEO 주가' 논란 커질 우려
지난 봄 LG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 외국 신용평가사는 반대의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해 3월11일 피치는 LG전자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LG전자의 지난해 실적이 개선됐지만 영업이익률이 낮고 잉여 현금 흐름(기업이 사업 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 중 세금·영업비용·설비투자액 등을 뺀 남은 현금 흐름)이 좋지 못하다는 판단 하에 이뤄진 조치였다. 당시 UBS증권도 비선호주 판단을 했다.
결국 지난해 LG전자의 주가는 이 같은 부정적 시각이 오히려 더 정확히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금년에는 무디스가 LG전자에 대해 부정적 판단을 제시한 바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가 너무 높게 평가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LG전자의 1년간/3년간 주가 변동 그래프. 지난 봄 일었던 기대감에 주가의 흐름이 호응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남용 전 부회장 퇴진 이후 드라마틱한 리더십 반영도 없었던 것으로 보여 금년 스마트폰에서의 중저가 공세 등 전열 가다듬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 네이버 |
ⓒ 네이버 |
그럼에도 LG전자의 방향 타개 역시 결국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각자대표에 정 대표가 선임되고 TV를 잘 아는 전문가로 평가되는 하현회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등 신년 들어 다소 변화가 있으나 TV 영역은 빠른 호전을 장담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이미 지난 1월 메리츠종금증권이 LG전자에 대해 1분기는 가전과 에어컨의 성수기 진입이 긍정적이지만 스마트폰 물량 감소에 따른 MC 부문 적자 지속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춘궁기 관련 경고음이 들려온다.
최고경영자인 남용 전 부회장이 물러나고 2010년 10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된 이후, 새로운 도약을 보여줄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다.
지난해 호기를 잘 살리지 못한 데 이어 이번 봄 역시 작년의 전철을 되풀이한다면 근래 몇 년새 주가가 결국 리더십 문제라는 이른바 'CEO 주가' 평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각자대표 체제로의 전환이 이에 대한 방패가 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저점 상황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높아질 것에만 의존해서는 현재의 주가가 개선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스마트폰이 이미 PC 영역의 선례처럼 저마진 무한경쟁의 시대로 들어선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이런 뉴노멀에 적응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줄 필요가 높다는 것이다. 이번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성적은 그래서 지난해 눈길을 끌었던 라인업 강화보다 훨씬 더 절박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