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역의 유력경제인이 운영하는 순천 석동마을 염소농장에서 질병에 의한 폐사로 의심되는 30여마리의 염소가 몰래 땅에 매립된 것으로 드러나 마을 주민들이 토양오염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조류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진 AI가 개에도 감염되는 등 이종간의 전염이 보고되는 시점에 죽은 염소사체를 농장 한켠에 파묻은 것은 향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6일 순천농업기술센터와 승주읍 석동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염소농장주 박모씨(63)는 원인이 불분명한채 폐사된 염소 30여마리를 관할 농업기술센터에 알리지 않은채 농장 한켠에 이달초 파묻은 사실이 드러났다.
주민의 신고를 받은 순천시와 경찰은 최근 수의사를 대동한채 굴착기를 동원해 이 농장을 방문, 폐사염소가 묻힌 곳을 발굴했는데 30여마리(추정치)가 부패된 채로 발견됐다.
순천시가 이달초 석동마을 염소농장에 매립된 염소떼를 굴삭기로 발굴하고 있는 동영상 캡쳐.=박대성기자 |
전염병에 걸리거나 확산이 의심되는 가축일 경우 농업기술센터가 살처분하거나 사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농장주 박씨는 신고는 전염병이 아니라면서 신고는 커녕 무단으로 매립하는 등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더구나 미처 처리하지 못한 염소새끼 사체가 농장 군데군데 방치되면서 독수리떼 출몰을 몰고와 2차 오염원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염소사체가 나뒹굴면서 요새 독수리떼가 수십마리씩 날라들어 낚아채 뜯어먹고 사채와 내장, 발목을 마을 곳곳에 떨어뜨려 마을이 온통 흑염소사체 조각으로 더럽혀지고 있어 주민들이 혐오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동마을비상대책위원회' 박광의위원장은 "강림골 주민들은 쓰레기하나 못버리는데 대규모 축사에서 염소폐기물을 그렇게 방치한다는게 방치한다는게 말이 안된다"며 "마을 상류에 대규모 염소농장으로 인해 상수원이 오염되고 염소분뇨로 인해 물조차 먹을 수 없을 정도다"며 농장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순천 승주읍 석동마을 주민들이 마을 뒷산에 자리한 염소농장의 이전을 요구하며 지난 14일 시청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통이 살아있는 마을답게 시위도 사물놀이 방식을 취하고 있다.=박대성기자 |
순천시농업기술센터 정용배 소장은 "주민들 입회하에 염소를 발굴해 반출해 쓰레기매립장에 가서 처리했다"며 "질병이 아니라면 매몰처리가 가능하도록 돼 있으나, 다만 폐기물매립법상 위반여부에 대해서는 생활자원과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청 자원순환과 안효상 과장은 "주변에 환경오염이 있느냐 여부와 폐사원인이 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현재 가축위생계에서 혈청검사를 하고 있으니까 거기 검사결과에 따라서 폐기물관리법 위반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시 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축산과 관계자는 "임상수의사 확인결과 농장에 흑염소가 500마리정도 되다보니까 이런일 나올수 있다고 한다"며 "사체를 처리하는데 있어 토양오염 우려가 있는 경우는 매립같은 방식으로 처리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 농장에 대한 혈청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전염병보다는 폐렴이나 설사병 등으로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째 농장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주민들과 달리 농장주는 일절 주민과의 대화를 단절하고 있다. 농장주 박씨는 광양지역에서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도 역임했던 인물이다.
주민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농장주 박씨는 "사람도 뒈지면 땅에 묻는데, 염소를 땅에 묻은게 뭐가 문제냐. 수천마리 수만마리도 묻을 수 있는거 아니냐"며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